공공택지 임대주택 매입가 놓고 건설사들 불만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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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표준형건축비로 임대주택 매입시 손실 불가피”
LH “공사비 급등 알지만 소급적용 등 제도 변경 논의 필요”

임한상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0-14 13:52:22

▲ 임대주택건설형 공공택지의 임대주택 매입 단가를 두고 정부와 주택건설업계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인천 계양지구 공공주택용지. 연합뉴스

임대주택건설형 공공택지의 임대주택 매입 단가를 두고 정부와 주택건설업계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건설사들이 공사비 급등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매입하는 임대주택 단가가 지나치게 낮아 손실이 불가피하다면서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임대주택건설형 공공택지’ 사업에서 임대주택 매입가격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이에 첫 택지 공급 이후 아직 본격적인 아파트 분양이 시작되기도 전에 사업 차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4일 주택건설업계에 따르면 공공택지 내 임대주택 매입 단가가 업계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건설사들이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문제는 2020년 11월 제도가 도입된 후 2021년부터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공택지의 일정 부분을 임대주택건설형으로 공급하면서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임대주택건설형 공공택지는 민간 사업자가 자발적으로 임대주택 비율과 주택 품질을 제안해 공급자를 선정하는 공모형 방식이다. 이는 과거 건설사들이 계열사 등을 동원해 택지를 분양받는 ‘벌떼입찰’을 막고 민간 개발 이익을 공공이 공유해야 한다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이후의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도입됐다.

문제는 공사비 상승에도 불구하고 LH가 임대주택을 매입하는 가격이 공공임대주택에 적용되는 표준건축비 기준에 묶여 있어 건설사들이 손실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현재 표준건축비는 3.3㎡(평)당 369만8000원으로 분양주택에 적용되는 기본형 건축비(3.3㎡당 673만7019원)의 54.9% 수준에 불과하다. 업계는 이 가격으로는 공사비 상승분을 감당할 수 없다고 말한다.

한 건설사 임원은 “공사비가 크게 오르면서 일반 공공택지 내 주택 건설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임대주택을 표준건축비로 매입한다면 손해를 감수하고 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고 말했다.

주택건설업계는 임대주택 비율이 10% 증가할 때마다 사업 매출이 약 3%씩 감소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임대주택 비율이 최대 30%까지 늘어날 경우 매출이 9% 감소해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또한 임대주택에는 분양주택과 달리 택지비 가산비 산정 시 이자 인정 기간이 6개월로 제한돼 있어 임대주택 비율이 높을수록 손실이 커진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분양주택은 입주자 모집공고 후 최대 14개월까지 이자를 반영해 준다. 이에 택지를 공급받은 업체들은 분양 시기를 연기하거나 일부는 택지를 반납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중소 주택건설사 모임인 대한주택건설협회는 9월 국토교통부와 LH에 임대주택건설형 공공택지의 임대주택 매입 가격을 현실에 맞게 조정해달라고 정식 건의했다. 정부가 올해 3월 재개발·재건축 사업에서 임대주택 인수 가격을 표준건축비에서 기본형건축비의 80%로 상향한 만큼 공공택지에서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달라는 요구다.

대한주택건설협회 관계자는 “분양 경기가 침체하고 공사비가 급등하면서 표준건축비로는 주택 건설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기본형건축비 수준으로 임대주택 매입가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분양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호소했다.

LH는 공사비 인상에 대해 일부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제도 개정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LH 관계자는 “공사비 상승 등 변수가 있는 만큼 제도 개정이 필요할지 검토 중”이라면서도 “다만 공모형 사업은 업체가 직접 조건을 제안하는 방식이어서 이미 공급된 택지에 대해 제도 변경을 소급 적용할 수 있을지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임대주택건설형 공공택지에 대한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향후 정부와 업계 간 논의가 어떻게 진행될지 주목된다.

임한상 기자 hsr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