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봉희의 100세 건강 [80] 병이 되는 저녁 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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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봉희 필진페이지 + 입력 2024-10-24 06:30:30

8월 말 기준 우리나라 인구 통계를 보았다. 연령별 생존 확률을 보면 70세 86%·75세 54%·80세 30%·85세 15%·90세 5%로 집계됐다. 100세 시대라고는 하지만 아직 90세에 이르기도 쉽지 않다. 수많은 건강식품과 영양보조제·헬스장과 각종 운동시설·의료기관·약국이 즐비하지만 100세라는 수명은 쉽게 도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100세에 도달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그런 노력이라도 없었다면 평균 수명은 더 낮아졌을 것이다. 우리는 무엇을 잘못하고 있기에 90세 넘기기도 이렇게 버거운 것일가.

식탁이 풍성해짐과 동시에 과거에 없던 질병이 많아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루 일과가 끝나고 배가 고파질 무렵 TV는 사람들을 맛집으로 모여들게 한다. 종일 쌓인 스트레스는 맛있는 음식 앞에서 눈 녹듯이 사라져 버린다.

우리의 오관(눈·혀·입·코·귀)을 만족시키는 음식은 연관된 오장육부의 건강을 책임지지 않는다. 맛있고 배부르게 먹은 음식은 차곡차곡 쌓여 질병이라는 청구서를 내민다. 정기적으로 날아오는 건강검진 안내장은 불안한 사람들을 병원 검사기계 앞에 서게 만들고, 정직한 오장육부는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

한의학에서 말하는 건강한 사람은 오장(간·심·비·폐·신)이 정기로 가득 차 있고, 육부(담·소장·위장·대장·방광·삼초)가 깨끗하게 비워져 있는 사람이다. 오장의 정기가 고갈되거나 육부가 꽉 막혀 있으면 병이 생겨 결국 죽게 된다. 육부는 텅 비어 있다가 음식물이 들어가면 움직이기를 좋아하는 양(陽)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 식도를 통해 들어온 음식물은 위장을 거쳐 육부가 소화시키는 단계를 거쳐 영양을 섭취하여 오장으로 보낸다.

오장은 정·기·신·혈을 저장하는데, 받아들이기를 좋아하고 내보내지 않으려는 음(陰)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 깨끗하게 비워져 있어야 하는 육부에 저녁 늦게 채워진 많은 양의 음식물은 밤새 장내에 머물며 독소를 만들어 낸다. 이렇게 만들어진 독소가 오장으로 보내져 오장과 육부의 상호기능이 원활하지 못하게 되고, 그것으로 인한 병이 오관으로 나타나게 된다.

‘천 냥짜리 몸에서 구백 냥에 해당되는 간장’도 지속적으로 들어오는 독소를 해독하기에는 너무 힘들고 지친다. 동의보감의 양생법에 금기사항으로 저녁에는 과식하지 말고, 음력 그믐날에는 음주를 피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이것만 잘 지켜도 건강한 100세는 그리 높은 고지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