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주당은 낡은 규제로 국가경쟁력 죽이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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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특별법 ‘주 52시간 근로제 예외’에 제동
빠른 변화에 대응할 유연한 제도·법적장치 필요
국가 경쟁력보다 당의 정치적 손익 우선시 하나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1-27 00:02:01

최근 반도체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법안인 ‘반도체특별법’이 정치적 논란 속에 통과 여부를 두고 진통을 겪고 있다. 핵심 쟁점은 바로 ‘주 52시간 근로제 예외’를 두자는 조항이다. 정부와 여당은 이 조항을 통해 반도체 연구개발(R&D) 인력들이 유연하게 근무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반대하며 법안 통과에 제동을 걸고 있어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국가경제와 글로벌경쟁력의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반도체는 국가의 경제성장과 기술혁신을 이끄는 핵심산업임에 분명하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첨단기술 경쟁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빠른 속도로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제도와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주 52시간 근로제의 예외 적용은 반도체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꼭 필요한 조건이다.

그러나 현재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세계시장에서 불리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일본·대만 등 주요 경쟁국들은 반도체 연구개발 인력에 대해 근로시간 규제를 완화하고, 법적 예외를 적용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 엔비디아·대만 TSMC 등 글로벌 선도 기업들은 연구개발 인력에게 근로시간 규제를 적용하지 않기 때문에 24시간 논스톱 연구개발 환경을 유지하고 있다. 반도체산업 특성상 연구개발이 시간에 쫓기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의 경우 현재 주 52시간 근로제는 첨단기술 개발과 경쟁에 맞춰 유연하게 근로시간을 조정할 수 없도록 한 족쇄와 같다. 특히 연구개발에 집중해야 하는 시점에 근로시간에 제약을 두는 것은 글로벌 경쟁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한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 주 52시간 근로제 예외 조항에 반대하는 명목상의 이유는 근로자의 권익 보호를 위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중요한 가치이지만 연구개발 인력에 대해서만은 ‘화이트칼라 면제’를 인정해 달라는 것이 현장의 간절한 목소리다. 게다가 국가경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산업 특성에 맞는 합리적인 예외 조항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반도체산업은 여타 산업들과는 다른 특수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국가전략 차원에서 이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필요하다.

최근 민주당은 화이트칼라 면제 조항에 반대 의견을 밝히며 선택근로제·탄력근로제 등 기존의 근로시간 제도를 활용하면 충분히 근무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이 두 제도는 노사 합의를 전제로 하며 법적 절차가 복잡해 현장에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R&D 분야와 같은 특수한 산업 환경에서 어차피 근무 유연성을 허용할 거라면 이런 비효율적인 절차를 밟는 대신 화이트칼라 면제 조항을 적용시키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는 민주당이 끝끝내 반대를 굽히지 않는다면 이는 그들이 국가의 미래가 걸린 첨단산업 경쟁력보다는 당의 정치적 손익을 우선시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기업이 절실히 요청하는 화이트칼라 면제 조항 관련 입법에는 사사건건 발목을 잡으면서도 지지층을 겨냥한 법안 처리에 대해서는 신속하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폐기됐던 양곡관리법을 최근 단독 처리한 것이나 경영권을 위협할 소지가 있는 상법 개정을 강행한 것이 그 예다.

민주당이 진심으로 민생을 위한다면 민생을 안정적으로 받쳐 주는 기업 환경을 개선하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규제완화와 유연한 근로시간 적용의 필요성에 동의하는 것이 마땅하다. 한국 경제를 이끌어 나갈 반도체산업의 미래를 위해 민주당은 더 이상 규제완화의 발목을 잡지 말고, 산업계와의 협력을 통해 현실적인 해법을 모색하길 촉구한다.

스카이데일리 skyedaily@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