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주한의 중국고전] 현대판 개자추를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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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고봉군과 포목소사로 헌신한 개자추
탐천지공 난무하는 정권 몰락은 필연적

오주한 필진페이지 + 입력 2024-12-16 06:30:31

▲ 한식을 앞둔 지난해 3월 강원 동해시 대진동 일원 야산에 핀 봄꽃. 전년 동월 대형 산불이 났음에도 봄이 찾아오자 새 생명은 어김없이 다시금 자라났다. 연합뉴스

개자추(介子推)는 춘추시대 진(晉)나라의 선비다. 할고봉군(割股奉君·허벅지 살로 임금을 살리다)·탐천지공(貪天之功·남의 공을 제 것으로 가로채다)·포목소사(抱木燒死·나무를 안고 소사하다) 고사 및 조카(足下·족하)라는 단어와 한식절 등의 유래가 된 충의지사다.

진나라 공자 중이(重耳)는 궁중 암투에 휘말려 몇몇 신하와 함께 방랑길에 올랐다. 망명길이니 부귀가 보장될 리 없었다. 재산 관리를 믿고 맡긴 한 신하는 모든 재물을 챙겨 난파선에서 도주해 버렸다. 중이가 아사 위기에 처하자 개자추는 지체 없이 제 ‘넓적다리’를 베어 먹였다. 기운을 차린 중이는 19년 만에 귀국해 기원전 636년 왕좌에 올라 진문공(晉文公)이 되었다.

중이가 대권을 쟁취하자 백관들은 꼬리치고 서로를 물어뜯으며 공을 다퉜다. 심지어 재물 싸들고 야반도주했던 신하도 나타나 뻔뻔히 청구서를 내밀었다. 중이는 그에게 다시금 재산 관리를 맡겼다.

정작 개자추는 난무하는 탐천지공 속에 논공행상에서 배제됐다. 죽어 가는 주인을 살린 공이 가장 컸는데도 말이다. 허나 그는 거세개탁(擧世皆濁·혼탁한 세상)의 무리들 반열에 서지 않았다. 그렇게 하면 일등공신인 자신을 시기하는 이들에 의해 더 큰 사달이 벌어져 천신만고 끝에 출범한 정권이 이내 무너질 게 뻔했다. 중이마저 존재를 까맣게 잊어버릴 정도로 개자추는 겸양 또 겸양했다. 개자추는 늙은 어머니를 모시고 초연히 면산(緜山)에 올랐다. 그 정도로 그는 영달 때문이 아닌 진심으로 주인의 안위를 염려한 의로운 선비였다.

오랜 시간이 지나 중이가 하산을 명했으나 개자추는 엎드려 거절했다. 산에 불까지 질렀으나 모자는 죽음으로써 충성하는 쪽을 택했다. 다시 보기 힘들 충신의 희생에 뒤늦게 통곡한 중이는 개자추의 기일만큼은 만백성이 찬 음식을 먹도록 했다. 또 개자추가 소사(燒死) 당시 붙들었던 나무로 신발을 만든 뒤 “족하를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질 따름이다”며 죽는 날까지 그리워했다. 개자추 사건이 계기가 된 듯 중이는 현인들을 적극 중용해 춘추오패(春秋五覇)에 올랐다.

대통령이 위기에 처하자 그간 측근을 자처했던 이들 상당수가 저 혼자 살고자 대통령에 대한 불리한 증언을 쏟아 내는 분위기다. 무릇 용인(用人) 가운데서 개자추 같은 충의지사를 얻기란 매우 힘들다. 대통령은 늦었으면 늦은 대로 개심해야 한다. 차기 보수 대통령은 제 일신만을 위해 사탕발림·탐천지공하는 레밍들은 애초부터 멀리하고 ‘제2의 개자추들’을 가까이해야 한다.

오주한 정치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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