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 경영난 심화… “의료 생태계 붕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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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 연구 실적 급감…“논문 제로 현실화 우려”
정부 정책 부작용…“국제 경쟁력 상실할 수도”

허승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2-29 12:59:01

전공의 대규모 사직 사태가 10개월을 넘어가면서 대학병원들이 경영난에 직면하고 있다. 병동 축소 운영 직원 무급휴가 의료 인력 부족 등 악재가 겹치면서 대학병원뿐 아니라 한국 의료 상태계 전체가 위기에 처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9일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세브란스병원·서울성모병원 등 빅4병원의 상반기 당기순손실은 약 2135억 원에 달했다.

서울대병원이 상반기에만 1627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가장 큰 손실을 봤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516억 원이 증가한 수치다. 세브란스병원도 2023년 상반기 737억 원의 수익을 냈지만 2024년에는 160억 원 적자 전환되면서 순손실이 897억 원에 달했다.

서울아산병원과 서울성모병원 역시 각각 216억 원·130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대학병원의 경영난을 심화시키는 주요 원인으로는 의사 인력의 중소병원 유출이 꼽힌다. 흑히 마취통증의학과 응급의학과 교수들이 대거 중소병원으로 이동하면서 대학병원의 수술 일정이 마비 상태에 가까워지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장은 “마취과 교수들이 떠나면서 수술 일정 조율이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며 “대학병원은 인력 부족으로 수술을 못 하고 뒤로 미뤄지기도 하고 취소되기도 하다보니 경영난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사 인력 부족은 의학 연구 분야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교수들이 의료 현장에서 과도한 업무를 맡으며 연구와 논문 작성에 집중할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의학계 대표 학술지인 JKMS(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의 논문 제출 건수는 지난해 대비 약 20% 감소했다.

이와 관련해 대한의학회 유진홍 간행이사(부천성모병원 감염내과)는 “현재 제출된 논문들은 의정 갈등 이전에 준비된 것들로 내년부터는 제출에도 어려움이 있을 전망”이라며 “2025년 이후엔 연구 실적 감소가 통계로 드러날 것”이고 우려했다.

전공의 대량 사직과 의대 증원 정책 등으로 인한 혼란은 단순히 대학병원이나 의료계에만 그치지 않고 한국 의학계 전체의 경쟁력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유 이사는 “정부의 무모한 정책이 한국 의학의 학문적 토대를 무너뜨리고 있고 이는 결국 의료계뿐 아니라 과학기술계 전체의 경쟁력도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의 지원과 함께 의료 인력 유툴 방지를 위한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하고 있고 한국 의료 생태계 전반의 붕괴로 이어지지 않도록 신속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허승아 기자 heosa@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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