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이 허락한 집중투표제… 어쨌든 소액주주는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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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집중투표제 도입 시 MBK 이사회 과반 확보 난항
소액주주 플랫폼 “올바른 방향으로 개선된다면 저평가할 필요 없어”

양준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2-30 12:09:04

최근 MBK파트너스·영풍과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의 쟁점이 집중투표제로 옮겨가면서 소액주주 권리는 향상될 전망이다. 집중투표제는 이사를 선임할 때 주식 1주마다 선임하고자 하는 이사의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투표 방식으로 소액주주 의결권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집중투표제는 행동주의 펀드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취급돼 왔다. 집중투표제가 효과를 발휘한 사례로는 JB금융과 KT&G의 사례가 있다. 3월28일 JB 금융지주 주주총회에서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의 추천을 받은 김기석 크라우디 대표와 이희승 리딩에이스캐피탈 투자본부 이사가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같은 날 KT&G 주주총회에서는 행동주의펀드 플래시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가 지지한 손동환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대다수의 기업은 집중투표제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 ESG행복경제연구소 2023년 기업지배구조 보고서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 169곳 중 집중투표제 준수율은 5.3%로 15개 핵심 지표 중 가장 낮았다.

그러나 고려아연 인수전에서는 경영권 방어를 위한 수단으로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MBK파트너스는 현재 13명으로 구성된 고려아연 이사회에 14명의 이사를 추가로 선임해 이사회 과반수 장악을 노리고 있다. 그러나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에서 최 회장 측 인사에 집중 투표한다면 과반수 확보가 쉽지 않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 측이 23일 임시이사회에서 집중투표제 도입을 안건으로 올리겠다고 밝히며 MBK파트너스·영풍과 고려아연 측의 설전이 이어졌다.

MBK파트너스는 집중투표제 “소수 주주 보호 방안으로 활용되는 집중투표제 그 자체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며 “다음 달 임시주주총회에 최 회장 일가 측 유미개발에서 안건에서 올린 최 회장 자리보전용 집중투표제 도입이 집중투표제 본연의 취지의 목적을 몰각하기 때문에 이에 대해 반대하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고려아연은 “집중투표제는 MBK가 지속해서 강조한 이사회의 다양성과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안”이라며 “이사회 장악에 장애가 된다는 이유로 집중투표제 도입과 적용을 반대할 게 아니라 고려아연의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라는 자신들의 명분에 합당한 모습을 보여야 할 때다”고 반박했다.

집중투표제 도입은 최 회장의 유상증자 논란으로 소액주주 보호라는 명분에 큰 타격을 입은 고려아연 측의 반전 카드로 평가된다. MBK·영풍이 주주가치 제고를 강조해 온 만큼 반대할수록 명분이 흐려지기 때문이다.

소액주주들의 입장에서는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소식이다. 그러나 소액주주의 권리를 높이는 제도가 오너의 이해관계에 따라 도입된 것에 대해서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소액주주플랫폼 헤이홀더는 “고려아연의 목적은 경영권 보호지만 내용적으로 올바른 방향으로 개선된다면 그 의미를 과소평가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다만 소액주주들이 그토록 주장했던 변화들이 경영권 분쟁에서 유리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받아들이게 됐다는 사실은 아쉬움이 있다”고 밝혔다.

한국기업거버넌스 포럼 관계자는 “개별적인 사안에 대해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집중투표제는 현재 일당 독재처럼 운영되는 국내 기업 이사회에 꼭 필요한 제도다”면서 “집중투표제를 통해 이사회 내 견제가 가능해지는 것만으로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양준규 기자 jgy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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