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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을 좋아하기 시작하면 와인을 구입해 모으기 시작한다. 모든 분야가 그렇듯이 좋아하면 모으게 된다. 필자도 음악을 좋아하다 보니 한때 LP를 1500장까지 모은 적이 있다.
하지만 와인은 무턱대고 모으고 아무 데나 보관할 수 없다. 와인은 살아있는 유기물이기 때문이다. 장기 보관할 수 있는 와인셀러를 구입해 보관해야 10년 넘게 보관할 수 있다.
모든 와인이 다 장기숙성해서 마실수 있는 와인인가? 그렇지 않다! 전세계에 판매되는 와인중 장기숙성(10년 이상)이 가능한 와인은 10%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하는 전문가도 있고 5%도 안 된다고 말하는 전문가도 있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와인의 대부분은 1년 이내에 바로 마시는 것이 좋은 와인이다. 조금 좋은 빈티지 와인들은 5년 내로 마시는 것이 좋다. 그것도 서늘한 곳에 잘 눕혀 보관했을 경우에 해당된다.
그럼 어떤 와인이 장기 숙성해서 마실 수 있는 좋은 와인일까? 장기 숙성은 와인의 구조인 산도·탄닌·당도·알콜농도가 결정한다. 이 요소들이 충분하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와인의 맛은 더 깊어지고 향은 더 복합적으로 숙성된다.
와인에서 산도가 중요한 이유는 와인이 해들 거듭할수록 산도를 서서히 잃기 때문이다. 그래서 산도가 중에서 상 정도가 되어야 장기 보관이 가능한 와인의 조건이 된다. 산도는 와인의 산화를 막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탄닌(폴리페놀; Polyphenol)은 장기 숙성의 가장 중요한 요소다. 와인의 신선도와 밸런스를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장기 숙성형으로 만들어지는 보르도나 바롤로 와인들은 타닌감이 매우 강한 와인들이다.
폴리페놀은 와인에 풍미와 건강상의 혜택을 제공하는 중요한 화합물이다. 주로 포도의 껍질 씨 그리고 줄기에서 추출되며 그 종류로는 플라보노이드 테라펜 카로티노이드 등이 있다.
폴리페놀은 장기 숙성을 돕는 외에도 항산화 작용을 통해 세포를 보호하고 심장 건강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와인은 단순히 맛뿐만 아니라 건강 측면에서도 유익한 것이다.
당도는 천연 보존제다. 담금주를 만들 때 설탕을 과실만큼 넣는 이유도 설탕의 당이 장기 숙성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꿀을 상온에 두어도 썩지 않는 이유는 높은 당도 때문이다. 당도가 높은 아이스와인이 장기 보관이 가능한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알콜 농도가 높을수록 장기 숙성 가능 기간이 늘어난다. 당도도 낮고 알콜 함량도 낮은 레드와인은 절대로 장기 숙성할 수 없다. 반대로 포트와인은 당도도 매우 높고 블랜디를 넣어 알콜 도수도 20도 정도로 올려 장기 숙성이 가능해졌다. 좋은 포트와인은 100년 이상 보관이 가능하다. 장기 숙성 잠재력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포도 품종이다.
이탈리아 바롤로(Baloro) 와인에 쓰이는 네비올로는 타닌 함량이 높은 품종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타닌은 산화되거나 폴리머화(Polymerization) 과정을 통해 와인의 맛이 부드러워지고 떫은맛이 줄어들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와인의 장기 숙성에 영향을 주며 와인의 특성을 더욱 복잡하고 풍부하게 만든다. 올빈 애호가들이 바롤로 와인을 찾는 데는 다 이런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보르도 주 품종인 카베르네 소비뇽이 장기 숙성으로 선호되는 까닭은 밸런스 때문이다. 타닌이 적당히 높으면서 알코올 농도와 산도가 가장 균형 잡힌 품종이다. 스페인 품종 중에는 템프라닐요 모나스트렐 등의 품종은 숙성이 좋다. 스페인 와인이 10년 이상 숙성이 가능한 이유는 앞에서 언급한 두 품종의 와인이 많기 때문입니다.
품종별 장기 숙성 가능 연도는 다음과 같다. △네비올로는 20년 △카베르네 소비뇽과 템프라닐로는 10~20년 △산지오베제와 메를로는 7~17년 △시라는 5~15년 △피노누아는 10년(부르고뉴 피노누아는 좀 더 길다) △말벡은 10년 △진판델은 5년 정도이다.
지금 열거한 연도는 와인을 어떻게 가꾸냐에 따라 더 늘거나 줄어들 수 있다. 즉 포도 농사를 어떻게 하느냐, 기계수확을 하느냐, 손수확을 하느냐에 따라 와인의 숙성기간은 달라지게 된다.
장기숙성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당도·산도·탄닌·알콜도수 등 4개 요소가 모두 균형을 이뤄야 한다. 이것을 균형감이 좋은 와인 또는 발란스가 좋은 와인이라고 표현한다.
와이너리가 와인을 판매한다는 것은 지금 당장 마셔도 된다는 의미다. 물론 시간을 두고 10년 이상 장기 숙성을 한다면 더 복합적이고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초반에 언급했듯이 카베르네 소비뇽 품종의 와인 중에서도 좋은 와이너리에서 잘 재배한 포도 중 손 수확한 균형 잡힌 좋은 와인 만이 10년 이상 장기 숙성해서 마실 수 있는 와인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짧게 숙성한 젊은 와인은 와인대로, 장기 숙성한 와인은 와인대로 다른 개성을 나타낸다. 자신의 와인 스타일과 취향에 따라 숙성해서 마시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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