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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파리에서 제3차 인공지능(AI)행동 정상회...'))
1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제3차 인공지능(AI)행동 정상회의가 1박2일 일정을 마치고 폐막한 가운데 희망과 회의적 해석이 공존하다. 엘리제궁에 따르면 프랑스·인도·독일·한국 등 58개국, 유럽연합(EU), 아프리카연합 집행위원회 등은 이날 회의 폐막 후 '사람과 지구를 위한 지속 가능하고 포용적인 AI에 관한 선언문'을 공표했다.
이른바 이 '파리 선언문'에 선두 주자 미국이 서명하지 않아 AI개발·규제의 균형을 맞추자는 행사의 대의명분이 무색해졌지만, 행사를 주최한 프랑스등 유럽으로선 미·중에 뒤처진 AI 분야 발전의 자극제가 될 전망이다. 이 분야 패권을 둘러싸고 미국과 치열하게 경쟁 중인 중국이 공동 선언문에 서명한 점, 양자 대결 구도에 EU가 판을 흔들 여지 등이 주목된다.
특히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연설을 통해 발표된 '인베스트AI 이니셔티브'는 EU의 야심찬 계획이다. 향후 AI 개발에 총 2000억 유로(약 300조 원) 규모의 민간·공공자본이 동원된다. 자금 동원 규모로선 해당 분야 세계 최대다. 폰데어라이엔은 "앞서 나간 미국·중국에 유럽이 뒤처졌다고들 하지만 동의하지 않는다. AI 경쟁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인베스트AI 이니셔티브'에 따르면 2000억 유로 중 500억 유로가 기존 EU 기금을 활용하는 '인베스트AI 기금'으로 마련되며 보증·금융 지원 형태, 나머지 1500억 유로는 민간 투자로 채워진다.
이를 위해 유럽 내 60여개 업체가 이번 정상회의를 계기로 투자 등을 약속하는 별도 프로젝트 '유럽 AI 챔피언 이니셔티브'를 발족하기로 했고, 무엇보다 유럽 전역에 초대형 AI모델 훈련에 특화된 일명 'AI 기가 팩토리'가 최소 네 곳 구축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역시 앞서 9일 TF1 인터뷰 때 "AI에 향후 1090억 유로(약 164조 원)를 투자할 것"이라며 미국이 AI 프로젝트 '스타게이트'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5000억 달러와 비슷한 금액이라고 강조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스위스 제네바의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 성공 사례가 AI 기가 팩토리에서도 재현되기를 바란다"며 희망을 피력했다. CERN이란 전 세계 연구진이 집결한 세계 최대 규모의 소립자 물리학 연구소로, 'AI판 CERN' 구축 구상이 밝혀진 셈이다. 폰데어라이엔은 또 "AI가 우리 경쟁력을 높이고 안보와 공중보건 강화, 지식·정보 접근의 민주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게 바로 우리가 꿈꾸는 'AI 대륙'의 모습"이라며 유럽형 사회민주주의 특유의 정의론과 이상론을 펼쳤다.
이번 파리 회의가 비현실적인 원론의 재확인이이었다는 측면을 부인하기 어렵다. 선언문을 통해 참가(서명)국들은 "AI가 윤리적이고 안전하며 신뢰할 수 있고 인권과 사람 중심이 될 수 있도록 포용적·개방적이면서 불평등을 줄여야"하며 "개발도상국의 AI역량 구축을 지원할 필요성과 시급성을 역설했다.
아울러 AI접근성 증진, 일·노동 시장에 긍정적인 AI도입 장려, 국제 거버넌스 조정 촉진 등의 우선 수위, AI 거버넌스에 대한 협력 필요성, 안전, 지속가능 개발, 혁신, 국제법 존중, 인권보호, 성평등, 언어적 다양성, 소비자 보호, 지식재산권 문제에 대한 글로벌 성찰의 필요성" 등이 언급됐다. 여기서 ‘성평등’이란 ‘권익·존엄성의 평등’이라기보다 생물학적 차이 부정한 LGBTQX 등을 가리킨다. 미 트럼프정부의 기조나 자국중심주의 우파 정당이 크게 약진한 서유럽의 현실과 거리가 있음을 의미한다.
폰데어라이엔이 규제 완화를 예고했으나 관건은 실질적 변화다. 세계 최초의 포괄적 AI 규제인 EU의 현행 관련 법 하에선 사실상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AI기술 활용 제품이 EU시장에 출시되기 위한 통일된 규칙을 제시한 이 법은 위험 정도에 따라 네 단계 차등 규제를 두며 부정적 영향을 줄 위험이 높을수록 더 엄격한 규제가 적용된다. 일부 규정부터 순차 적용해 2026년 8월부터 전면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AI기술 관련해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면 전 세계 연 매출의 1.5%를, 의무 규정 위반 시 3%의 과징금이 각각 부과될 수 있다. 금지된 AI앱 사용 시 과징금은 최대 7%까지 올라간다.
미국이 선언문 서명에 빠진 것은 취임하자마자 파리기후변화협정·세계보건기구(WHO)·유엔 인권이사회 등 국제적 연대에서 탈퇴한 트럼프의 행보와 같은 맥락이다. '알파고'의 딥마인드를 배출하고 2023년 AI 안전 정상회의를 처음 개최한 영국 역시 서명에 불참했다. AFP통신이 "국익에 부합한다고 판단될 때만 서명할 것"이라는 영국 총리실 대변인 발언을 전했다. 일각에선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미국과 관계 강화를 노리는 노동당 정부가 보조를 맞추기 위해 발을 뺀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중국이 바짝 뒤쫓아오는 상황에서 주도권 유지가 절실한 미국이 '게임의 규칙'을 정하는 공동 선언문에 동의하긴 쉽지 않으리란 관측이 행사 이전부터 있었다. 행사 폐막일 연설에서 JD 밴스 미 부통령은 "선두주자 미국의 AI기술을 세계 최고의 표준이 되도록 할 것"이라며 위상 유지에 대한 뜻을 분명히 했다. 또한 EU의 디지털서비스법 등 미 빅테크에 적용돼 온 규제가 "막 도약하려는 혁신적인 산업을 죽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프랑스 BFM TV에선 밴스 부통령이 바로 다음 순서인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의 연설을 듣지 않고 회의장을 떠났다며 "미국의 공동 선언문 불참은 그리 놀라울 것 없다"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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