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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경기도정은 가히 전장을 방불케 하고 있다. 12일 경기도의회 제382회 임시회 2차 본회의가 전날에 이어 개회했으나 경기도의회 여야간 긴장도는 그 어느때보다도 고조된 상태였다. 본회의 안건은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의 올 한해 도정 및 도교육행정에 시정연설에 이어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전부였으나 쌍방간 험악한 욕설만 안나왔지 정국의 축소판과도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 중심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대권행보가 자리하기 때문이다. 전날 1차 본회의에서 최종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원이 대표연설에서 분열과 대립, 정쟁을 멈추고 여야가 손을 맞잡고 민생 살리기에 나서자고 외쳤지만 메아리는 없는 실정이다.
12·3 비상계엄 이후 줄곧 ‘이제는 경제의 시간’이라며 윤석열정부의 2년7개월 역주행을 공격해온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도정연설에서 “실물경제와 내수경기는 내일을 장담할 수 없을 만큼 위태롭다. IMF 외환위기·코로나19 팬데믹 때보다 더 깊은 침체에 빠졌다”면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촉발한 ‘관세전쟁’의 파고도 시시각각 밀려오고 버팀목이던 수출기업들이 무방비에 가깝게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김 지사는 이어 “그 어느 때보다 제대로 된 정부의 역할과 재정의 적극적 투입이 절실한 상황에서 앞서 지난해 12월부터 민생회복지원금 10조 원을 포함해 30조 원의 추경을 정부에 촉구했었고 올해 1월에는 다시 한번 50조 원 슈포 민생 추경을 주장했었다”면서 “경기도가 먼저 조기추경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트럼프 쇼크’ 위기를 수출 중소기업의 기회로 만들겠다거나 경기비즈니스센터(GBC)는 연내 6개소 추가 개소 얘기도, 임금 삭감 없는 ‘주4.5일제’ 본격적 추진 얘기, ‘AI 대전환’ 정책 등이 평소 같았으면 관심을 끌만도 했지만 이날만은 곧 이어진 김정호 경기도의회 교섭단체 국민의힘 대표의원의 연설로 다 묻히고 말았다.
김정호 대표의원은 연설 초반부터 경기도의 위기를 화두로 꺼내면서 (이는) 이재명 전 지사의 ‘뻔뻔’ 김동연 현 지사의 ‘무능’에서 비롯된 것이라면서 경기도의 재설계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경기도지사’란 감투를 쓰고 있지만 연일 내뱉는 말은 ‘중앙정치’에만 쏠려있다”면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민생을 지켜내기 위해 여·야·정이 함께하는‘경기도 긴급 민생위원회’구성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어 김 대표는 아니나 다를까 김동연 지사에 대한 맹폭으로 연설 상당부분을 할애했다. 한마디로 김동연 지사의 지난 도정은 ‘빵(0)점’으로 경기도에도, 경기도의회에도, 민주당에도 그 어디에도 김동연 지사는 없다고 쏘았다. 김 대표는 “무능 뿐만 아니라 태도도 엉망이었다. 도민을 대표하는 도의회를 무시하고 외면했다”고 했다.
인사 문제도 예외가 아니었다. “겉으론 경기도 조직의 정책적 역량 확대라는 명목을 내세웠지만 실제론 국회 입성에 실패한 인사들에게 일자리를 나눠주는 것에 불과했다. 이들은 ‘김동연 친분’을 무기 삼아 검증 없이 회전문인사·측근인사·친문수용소 등 각종 인사 프리패스권을 획득했고 그 결과 비상식적인 인사가 반복됐다”고 맹비난했다.
김 대표는 “김동연 지사의 도정에는 더 이상 도민이 없다. 경기도는 사라진 채 얄팍한 정치적 계산과 중앙정치를 향한 욕심만 가득 차 있다”면서 경기도 K-컬처밸리 사업협약 부당해제 의혹에 대해 이재명 전 지사와 김동연 지사가 기본협약서상 명시된 감독권과 필요 요구 조치권 행사를 적절하게 행사하지 않았다는 심각한 행정 실패와 사업관리 부실 문제를 재소환했다.
김 대표는 김 지사를 소통부재로 직격하기도 했다. “협치와 소통이 절실한 시기임에도 김동연 지사는 정치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도 모자라 대놓고 ‘권좌 바라기’와 ‘대통령 비판꾼’ 역할에만 몰두하고 있다”면서 “경기도 행정이 전혀 통제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외유성 출장을 강행하고 정치적 이득을 챙기기에만 급급했다. 가는 곳도, 만나는 이들도 모두 그 연장선일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대표는 김 지사의 13·14일 호남 방문에 대해서는 대놓고 ‘호남지사 아니냐’며 직격했다. 그는 “내일과 모레 또 호남을 방문하신다고요? 도지사 취임 후 벌써 14번째입니다. 도내 31개 시군은 취임 후 몇 번이나 방문하셨습니까? 이쯤 되면 호남지사라고 불려야 하는 것 아닙니까?”라며 톤을 높였다. 더불어민주당 쪽 의석에서 외마디 항의소리도 들렸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김 지사의 대권행보를 비판하며 도정을 돌보라는 주문이었다.
29번의 연쇄 탄핵, 23번의 특검법 발의, 38번의 재의요구권 유도, 셀 수도 없는 갑질 청문회 강행, 삭감 예산안 단독 통과 등을 자행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을 향한 비판도 이어졌다. 김 대표는 “8개 사건·12개 혐의·5개 재판을 받는 이재명 전 지사의 형이 확정되기 전, 국정을 파국으로 몰아 조기 대선을 유도하고 대통령직을 차지하려는 정치적 모반”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김 지사에 대해서는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 선포일을 기점으로 그 야욕은 더 두드러졌다면서 구체적 사례로 이전 2개월간 김동연 지사 페이스북 게시물을 들었다. 이에 따르면 도정은 13건, 대통령과 중앙정부 비판은 22건이었던 반면 최근 2개월간 도정 관련 게시물은 단 4건에 불과하다고 했다. 대통령과 중앙정부 비판 게시물은 66건이니 열정이 넘치다 못해 폭발 직전이라는 주장이다.
도정과 1400만 도민을 위한 민의의 전당을 중심한 경기도가 흡사 전장이 되고 있는 형국이다. 오죽하면 전날 최종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원조차도 “반헌법·반인륜적 비상계엄에 따른 현직 대통령 탄핵과 체포·구속에 이르는 혼란스러운 정국에서 도정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각별히 살펴달라” “김동연 지사님은 1410만 경기도민을 책임지고 있는 경기도지사라는 사실을 한시도 잊지 말아야 한다”고 했음에도 여전히 메아리없는 전선의 달밤을 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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