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형의 만사만감(萬事萬感)] 아이들에게 대체 뭐라고 가르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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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형 필진페이지 + 입력 2025-02-28 00:02:50

얼마 전 꽃처럼 예쁘고 별처럼 빛나는 아이가 세상을 떠났다. 학교 교사의 손에 무참히 살해된 아이의 사건은 모든 사람을 놀라게 하고 슬픔에 잠기게 했다. 가장 안전한 곳인 학교가 범행의 장소로 변했다. 살해된 아이의 아버지는 울먹이며 말했다. “학교 선생님은 너의 수호천사야라고 말해 주었는데….” 누구의 죄인가?라는 공방이 지속되고 책임이라는 뜨거운 감자는 교육 당국과 당해 학교와 규정과 질병 사이를 휘저어 놓았다.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우리는 마음의 덕목을 배우며 자란다. 낳아 주고 길러 주신 부모님에 대한 사랑, 부모님 다음으로 만나는 선생님을 향한 믿음과 존경이 중요한 덕목이다. 아이의 아버지도 그렇게 가르쳤다고 했다. 선생님은 수호천사라고! 그렇게 말한 아버지가 무슨 죄인가.

사회 기강을 깨뜨리는 사람들의 행위가 개인의 문제인지 시스템의 문제인지 가리기는 쉽지 않다. 운이 나빠서 피해를 입었다고 볼 수도 있고 그 사건은 시스템상 이미 예정된 것이었다고 볼 수도 있다.

이 사건은 앞으로 더욱 조사되고 규명되고 매듭지어질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과거의 일로 서서히 잊혀질 지도 모른다. 하지만 선생님을 수호천사라고 가르친 아버지의 울먹임은 계속 나의 마음을 때린다. 그 속에는 진한 후회가 서려 있었다. ‘만약 내가 아이에게 그런 말을 힘주어 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생각하는 아버지의 절규가 담겨 있었다.

많은 사건들이 가까운 사람, 믿는 사람 사이에서 생긴다. 부모님과 선생님 다음으로 세상에서 만나는 사람은 친구와 동료이다. 그들과 나누는 정으로 인생은 살 맛 난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뼈에 새겨 온 믿음과 배려는 사람들을 나락으로 내몰고 있다. 살갑던 사람에게 믿었던 사람에게서 미움과 배신과 보복이 떨어진다. 물론 상대를 가리지 않는 무차별 범죄도 있다. 이 경우는 동정심을 일으켜 도움을 청하는 경우가 많다. 곤란에 처한 사람을 도우려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마리아인이 타겟이 되고야 만다.

가정과 학교·사회에서 강조했던 인성교육의 덕목은 현실에서 오히려 위험한 것이 된다. 배려와 도움·의로움·예의와 염치는 더 이상 나를 구원할 방패가 아니다. 오히려 이런 덕목들 앞에서 무장해제 될 수 있다. 별이 된 아이의 아버지가 만약 아이에게 이렇게 가르쳤다면 어찌 되었을까? “세상은 위험하고 믿을 사람은 하나도 없단다. 학교 선생님이라고 해도 따라가면 안된다.” 아버지는 이렇게 가르치지 않은 자신을 자책하고 있을 것이다.

둘러보면 과학과 기술과 정보가 극도로 발달한 이 시대는 놀랍도록 위험하다. 컴퓨터를 켜거나 스마트폰을 열 때 악성 바이러스가 심겨지지 않았는지 무섭다. 남의 돈과 인생을 노리는 사람들이 발달한 기술을 활용하여 나의 터전으로 침투한다. 보이스피싱 수법이 얼마나 무섭게 발달하고 있는지 상상도 못 한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의학 기술의 발달 등은 빛이 강한 만큼 그림자도 짙다. 전화기 너머 목소리가 진짜 누구의 목소리인지 가늠하기 힘들고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는 실종자들이 쌓여 간다.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아니, 어른들에게도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세상은 살만하지 않고 집 안이나 집 밖이나 위험이 가득하며 그 누구도 믿어선 안 된다고 알려 주고 깨우쳐 줘야 할까. 인간의 본성은 악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이 타인의 재물과 인생과 생명을 노리며 산다고 말해 주어야 하나.

정답은 없겠지만 우리는 따뜻하고 믿을 수 있는 세상을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다. 우리의 지성을 선한 일을 위해 사용하는 것, 남의 것을 탐하는 자들보다 한 수 위의 기술을 확보하는 것, 항상 그들보다 두 발짝 앞서가는 것이 방법이다. 또 하나는 세상을 정화하려는 노력이다. 옛 성인과 현인들이 노력했던 일이다. 창문을 열고 혼탁해진 공기를 숲의 피톤치드로 바꾸는 것이다. 욕심과 경쟁과 이기심이 가져온 매캐한 혼탁을 몰아내는 것이다. 그리하여 모든 것을 조화롭게 만드는 생태계의 무념무상함으로 채우는 것이다.

‘아이 하나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이제는 온 지구가 아이의 학교이다. 아울러 어른의 학교이다. 생태계에는 전적인 선도 전적인 악도 존재하지 않는다. 언제까지나 누가 누구의 수호천사도 아니다. 자연 속에서 마음과 삶을 익힌다면 자신을 지킬 지혜도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