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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뚝섬한강공원 밤하늘을 수놓은 1000여 대의 드론과 함께 공연된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관람한 시민들과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번 드론쇼의 의미는 단순한 볼거리 이상이었다. 세계적으로 흥행 중인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를 소재로 삼았다는 점에서 K콘텐츠의 문화적 파급력과 서울시의 외국인 관광 유치 전략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였다.
케데헌은 지금 한국을 넘어 세계가 주목하는 콘텐츠다. 드라마와 영화, K팝의 흐름 위에 이 새로운 IP(지적재산권 보유 저작물)가 전 세계 팬덤을 결집시키고 있다. 팬들은 단순히 온라인으로만 즐기지 않고 한국의 촬영지와 행사장을 찾으며 굿즈를 소비하고 체험을 나눈다. 문화가 국경을 넘으면 곧 경제가 움직이고 콘텐츠가 도시 브랜드와 직결되는 시대다.
서울시가 이 흐름을 외국인 관광객 유치 정책과 결합시키려는 시도는 매우 인상적이다. 드론쇼는 한강이라는 서울의 공간을 세계적 콘텐츠와 연결시켰다. 외국인 관광객은 단순히 “서울에 가면 한강을 본다”가 아니라 “서울에 가면 콘텐츠 속 장면을 체험한다”는 기억을 가져간다. 이는 관광 홍보 예산으로는 얻기 힘든 효과다.
실제 수치도 이를 뒷받침한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방한 외국인의 70% 이상이 K콘텐츠 관련 체험을 경험했다. BTS 콘서트, 드라마 촬영지, 최근에는 게임과 웹툰으로까지 한류의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
관광 소비 구조도 변하고 있다. 예전처럼 명동·동대문 쇼핑에 그치지 않고 체험·관람·참여가 소비를 이끈다. 서울시가 체험형 야간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순한 볼거리보다 경험이 재방문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케데헌을 활용한 드론쇼는 전략적 선택이었다.
그러나 문화 파급력을 단발 이벤트에만 의존해선 곤란하다. 특정 콘텐츠의 인기가 꺼지면 동력도 잃는다. 서울시가 외국인 관광을 지속적으로 유치하려면 △콘텐츠와 공간의 장기적 결합 △지역 상권 연계 △상설형 체험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북촌·홍대·강남 등 주요 거점에서 K콘텐츠와 연결된 야간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서울만의 차별성’이다. 세계 도시들은 화려한 공연과 이벤트를 내세운다. 하지만 서울은 K콘텐츠라는 무기를 갖고 있다. 단순히 유행을 좇는 것이 아니라 케데헌 같은 글로벌 IP를 ‘서울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문화’로 제도화해야 한다. 명소 연계 체험 코스, 드라마·웹툰 배경지 투어, K팝 공연과 지역 축제를 묶은 상품으로 확장할 수 있다.
또한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접근성 개선도 필요하다. 교통 안내, 다국어 서비스, 숙박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체험의 즐거움은 반감된다. 드론쇼가 열린 뚝섬한강공원만 해도 교통 혼잡과 안전 문제가 지적된다. 문화의 힘이 발휘되려면 도시 인프라와 서비스가 함께 발전해야 한다.
드론쇼를 본 시민들과 외국인 관광객이 느낀 감탄은 결국 문화의 힘에서 비롯됐다. 빛은 꺼졌지만 기억은 남았다. 서울시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이 기억을 다시 찾게 만들고, 외국인에게도 동일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케데헌의 세계적 인기를 서울이 도시의 매력으로 전환한다면 관광은 단순한 방문을 넘어 장기 체류와 재방문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곧 서울을 찾는 외국인들이 지역 경제에 기여하고 시민들과 함께 어울리며 살아 있는 ‘글로벌 문화도시 서울’을 만들어 가는 토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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