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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병원 산과 의사가 분만 의료사고로 기소되자 이에 의료계가 “과도한 형사처벌과 고액 배상”이라며 성명을 연이어 냈다. 이 가운데 환자단체는 “피해자가 형사고소로밖에 울분을 해소할 수 없는 환경을 먼저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17일 서울 영등포구의 연합회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피해자가 형사 고소를 택하지 않을 환경을 만들지 못하면 의료사고 피해자의 형사 고소는 절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며 “의료계와 정부 국회는 피해자 관점에서 원인을 제대로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촉구했다.
의료계 등에 따르면 분당서울대병원 A교수와 전문의 B씨는 지난달 26일 의료과실로 신생아 뇌성마비를 초래한 혐의로 형사재판에 넘겨졌다. 지난 2018년 집도한 분만이 문제가 됐다.
당시 A교수와 3년 차 전공의 B씨는 같은 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전임의였던 C씨의 출산을 맡았다.
C씨는 진통을 호소하며 병원에 왔고 자연분만으로 출산했다. 출산 직후 아기는 태협 흡입과 호흡곤란 등으로 저체온 요법 치료받았다. 이후 뇌파 검사 결과 아기는 뇌기능 장애가 있었고 뇌성마비 판정을 받았다.
의사였던 C씨는 A교수와 B씨를 형사 고소 외에 손해배상 소송도 제기했다. C씨는 분만 과정에서 태아의 심박동수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는 등 의료진의 과실로 아이에게 뇌성바미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소성 제기 4년 만인 지난 5월 A씨와 C씨 측에 6억5000만원 배상 판결을 내렸다. 환자 가족이 청구한 손해배상액 24억5000만 원 가운데 4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액수다.
기소 사실이 알려지자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의학회 등은 물론 상급종합병원의 젊은 산과 의사들까지 줄줄이 성명을 내 “불가피한 의료사고에 대한 부당한 기소, 산과 의료사고에 대해서는 형사고소를 하지 못하게 하거나 형사처벌을 면제해야 한다”라고 반발했다.
이에 환자단체연합회는 “피해자와 가족, 유족이 겪은 어려움과 울분이 어느 정도인지는 직접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을 정도로 참담한 수준이다”며 “우리나라 의료사고 현장에는 충분한 설명도, 애도의 표시도, 예방을 위한 환자안전사고 보고도, 신속한 적정한 피해배상도 거의 없거나 드물다”고 꼬집었다.
이어 “해당 대학병원이나 산부인과 의사들은 분만 관련해 의료과실이 없다는 주장을 현재까지도 하고 있다”며 “이런 경우 의료사고 피해자가 선택할 방법은 형사고소와 민사소송뿐이다”고 토로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저출산으로 인한 문제 극복을 위해서라도 산과 의료 활성화가 필요하다”며 “분만 의료사고에 대해서는 중대한 과실이 아닌 경미한 과실에 대해서는 손해배상액의 일정 부분을 국가에서 지원하는 방안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환자단체는 분만 의료사고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사회적 협의체를 구성해 충분한 합의가 진행되기를 주문했다.
특히 국회는 의료사고 피해자의 울분을 해소하기 위해 △의료사고 설명의무 △증거능력 배제△의료사고 피해자 트라우마센터 설치 등 전문적이고 신속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의료분쟁 감정제도를 개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끝으로 안 대표는 “의료사고 피해자가 형사고소를 하지 않고도 울분을 해소하며 신속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환경부터 조성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무과실의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제도(의료분쟁조정법 제46조)가 시행 중이다. 2025년 7월 1일부터 보상금 한도가 기존 3000만 원에서 최대 3억 원까지 상향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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