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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형 약국이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확산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과 편리성을 이유로 환영하는 반면 대한약사회는 제도적 대응이 늦어지면서 갈 길을 잃은 모습이다.
28일 본지가 종합적으로 취재한 결과 이미 운영 중인 약국과 오픈 예정인 창고형 약국은 총 6곳인 것으로 확인됐다.
가장 먼저 생긴 대규모 약국은 지난 6월 수정구에 문을 연 메가팩토리 약국이다. 약 130평 규모의 공간으로 일반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 생활용품, 반려동물 의약품 등 2500여 종을 취급한다. 영업시간은 오전10시에 문을 열어 오후7시까지 약을 구매할 수 있다. 소비자들은 마트처럼 카드를 끌며 약을 고르고 약사는 7명에서 8명 상주하며 복약지도 및 상담을 제공한다.
경기도 고양시에 국내 두 번째 창고형 약국이 문을 열었다. 메디타운 약국은 250평 규모로 기존 창고형 모델과는 차별화를 두었다. 한약사 기반 운영 사례가 등장했다. 이는 한약사·약사에 의해 주도되는 대형 약국의 확산은 약사법과 규제 체계의 현실적 대응 필요성을 함께 지기하고 있다. 영업시간은 오전10시에 문을 열어 오후7시30분에 닫는다.
전주시 테라메디약국은 약 300평 규모로 쉬는 날 없이 연중무휴로 운영된다. 영업시간은 오전10시부터 오후10시로 심야 시간까지 약을 구매할 수 있다.
이후 △대구 수성구 △인천 검단 △광주 광산구 등 주요 지방 지역에서도 창고형 약국 개설 움직임이 포착됐다.
대구 수성구 약국은 개설 전부터 ‘창고형 약국 대국 오픈 확정’이라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홍보에 나서면서 관심이 집중됐다. 1층과 2층 50평씩 규모로 모두 100평이다. 이 약국은 애초 창고형 약국을 모델로 했으나 1,2층으로 나누면서 대형 약국으로 콘셉트를 일부 바꿔 개설됐다.
‘370평 규모로 국내 최대 창고형 약국 12월 오픈 예정’ 플래카드가 붙었던 인천 서구 역시 창고형이라는 문구를 가려둔 것으로 확인됐다. 검단 아라역 인근 건물 외벽에 12월 개장 예정 현수막이 걸렸다. 이 약국은 1층 120평, 2층 250평 복층 구조다. 성남 130평, 고양 250평을 넘어 국내 최대 규모다.
일반 약국보다 20~30% 싼 가격, 묶음 할인, 2500개 이상 품목을 내세운다. 매일 새벽1시까지 오픈한다.
광주 광산구 메가스토어 약국은 10월1일 영업 개시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매장은 광주 최대 규모로 실평수 200평, 주차타워 1층과 전용 45대 이상 주차 공간을 갖춰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였다.
매장은 쇼핑카트를 이용해 소비자가 직접 제품을 고르고 비교할 수 있는 ‘쇼핑형 약국 구조’로 구성됐다. 기존 약국과 차별화된 인테리어와 함께 '약국계의 코스트코'라는 콘셉트를 내세워 소비자 편의에 집중했다.
총 3000여 종의 일반의약품, 건강기능식품, 의약부외품, 동물의약품 등 다양한 품목을 판매할 예정이다. 매장에는 상시 5명 이상의 전문 약사가 상주하며 매장 어디서든 복약 지도와 상담이 가능하다.
위 약국 모두 여로 유통 단계를 거치는 기존 약국과 달리 공장에서 직접 소비자에게 제품 공급하는 형태다. 따라서 약품 가격은 병·의원 인근이나 동네에 있는 약국보다 저렴한 편이다.
이에 약사단체는 잇따라 창고형 약국 개설 허가로 국민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문제를 제기하는 등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약사회 내부에서도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A약사는 “대형 약국 운영은 품목별 마진 관리가 핵심인데 경험이 부족한 경우 자칫 실패할 수 있다”며 “그러나 종로 등 일부 지역에서 검증된 운영 모델이 있는 만큼 무작정 부정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지역 B약사회 관계자는 “임대료부터 의약품 구매 비용까지 창고형 약국에 소요되는 비용이 막대하지만 이를 증빙하는 내용의 장치 등이 없다 보니, 약사법상 규정을 충족하는 경우 허가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자리와 콘셉트 등을 구상해 놓고 역으로 약사를 구하는 신종 면허대여까지 다시 활개를 치는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C약사회 관계자는 “수백 평 규모의 창고형 약국을 약사 개인이 개설·운영하는 것이 가능한지 강한 의문이 제기되며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구조 속에서 면허대여와 자본 개입의 정황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면허대여는 약사법의 근간을 훼손하는 중대한 위법행위다”고 강조했다.
약국을 오랫동안 운영해 온 D약사는 “메가팩토리약국의 경우 상대적으로 오랫동안 종로에서 생존방식을 익혀온 케이스이지만 이외의 사례에서는 약국 경험이 많지 않거나 전혀 없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보니 운영이 쉽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문제는 약사회다. 창고형 약국이 속속 등장하는 상황에서도 “국민 건강을 위협한다”는 원론적 비판만 반복하고 있다. 제도적 근거 없이 규제에 나설 수도 없고 그렇다고 손을 놓고 지켜볼 수도 없는 난처한 처지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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