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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행정전산망의 먹통 사태가 2년 만에 또 발생해 ‘디지털 재난’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정부 주요 전산망이 마비되면서 주말 22시간 동안 전국적인 혼란이 일어났다. 온라인 민원 발급 사이트인 ‘정부24’는 물론, 우체국 금융 기능까지 정지됐다.
이에 따라 정부 발급 서류가 필요한 부동산 거래는 상당수 진행되지 못했고, 모바일 신분증도 사용할 수 없어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지 못하고 발길을 돌리는 시민들도 있었다. 공직자 공인인증서 로그인 접속이 불안정해지는 등 지자체 내부 업무도 차질이 발생했다. 정부는 문제가 생기자 이중화 장비를 작동해 대처했고, 장애는 곧 해소됐지만 불안감은 여전하다.
정부 행정전산망 사고는 최근만 5번째다. 17일 지방행정전산망 ‘새올’, 22일 온라인 민원 서비스 ‘정부24시’, 23일에는 조달청 전산망 ‘나라장터’가 차례로 마비됐다. 24일엔 정부 모바일 신분증을 안내하는 웹사이트와 앱이 모두 장애를 보였다. 이 와중에 행정안전부가 부산에서 ‘정부 혁신, 디지털플랫폼 정부와 함께’라는 주제로 ‘전자정부’를 홍보했는데 이마저 전산장애로 부스 운영이 차질을 빚었다. 디지털 강국의 국제 망신이 따로 없다.
국가의 ‘디지털 심장부’가 이토록 허망하게 멈춰 선 현실에 우연한 사고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들이 곪아 터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정부는 근본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1991년 ‘국가기간전산망 시스템의 안전관리체계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전력 시설 분리, 재해복구 체계 실효성, 화재 대응 특수성 등 재난 대비 원칙들이 담겨 있는데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번 대전 정부통합전산센터 화재는 국가 전산 인프라의 구조적 취약성에 기인한 사고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핵심 문제점으로 먼저 구조적 설계를 꼽고 있다. 옛 전화국 건물을 국가 전산센터로 개조해 운영한 결과 무정전 전원장치(UPS)의 리튬 배터리를 서버실 내부에 설치해 화재 위험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백업 시스템 미작동도 지적되고 있다. 대전·광주·대구·공주 센터의 이중화가 미비해 즉시 전환에 실패했다. 클라우드 복제와 통신 및 보안 환경이 미흡한 것이다. 소화설비 한계도 화를 키운 원인이다. 할로겐 가스 설비가 리튬 배터리 화재 특성(재점화, 케이싱 방해)으로 효과가 없는데 물 소화로 서버 피해가 커졌다는 것이다. 데이터센터는 치명적 위험 요소인 리튬 배터리를 내부에 끌어안고 있으면서도 그 위험에 대응할 수 없는 소화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던 셈이다. 명백한 위험 분석의 실패이며, 기술적 무지가 부른 참사로 보인다.
국가 전산망 위기는 국민 불편을 넘어 국가안보까지 위협할 수 있다. 국정자원 대전 본원 화재의 단순한 사고가 이 정도인데 북한의 해킹·사이버 테러 같은 위기 때엔 어떤 재난이 발생할지 가늠하기 힘들다. 차제에 국가 핵심 인프라에 대한 전면적인 재설계가 시급하다. 전화국, 일반 건물을 개조해 사용하는 사례가 발견되면 모든 국가 데이터센터의 현황을 즉시 점검하고 데이터센터 전용 건물로의 이전을 위한 장기적 로드맵을 수립·실행해야 한다.
위험 요소의 완벽한 물리적 분리 및 전용 대응 시스템 구축이 바람직하다. 데이터센터에서 무정전전원장치(UPS)배터리 등 화재 위험 시설을 서버실과 완벽하게 분리된 별도 공간으로 즉시 이전해야 한다. 또한 리튬 배터리 전용 소화설비(냉각 시스템 등)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이번 재앙을 교훈 삼아 ‘디지털 강국’의 초석을 다시 놓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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