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 앞...'))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내달 발표할 새 국방전략(NDS)을 앞두고 한반도의 운명을 뒤흔들 수 있는 ‘제2의 애치슨 라인’이라는 불길한 망령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일본 닛케이는 미국이 아시아 방위선에서 한국과 대만을 제외할 가능성을 거론하며, 최악의 경우 1950년 한국전쟁을 불러온 그 ‘애치슨 라인’이 부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애치슨 라인은 당시 미국이 한국과 대만을 방위선에서 제외하면서 북한의 남침을 오판하게 만든 결정적 변수였다. 이는 한반도 안보가 강대국의 이해에 따라 언제든 희생될 수 있다는 뼈아픈 교훈을 남겼다.
배경은 단순하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 본토 우선'을 기조로 삼을 경우 해외 주둔 미군의 임무 우선순위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닛케이는 네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최선은 일본·한국·대만을 모두 포함하는 것이고, 최악은 일본만 남기고 한국과 대만을 배제하는 것이다. 그 중간에는 한국이나 대만 중 한 곳만 제외되는 경우가 있다. 어느 경우든 동북아의 균형추를 흔들며 치명적 파장을 낳는다.
대만이 빠지면 중국의 무력 압박은 가속화되고, 한국이 제외되면 북한의 안보 계산은 한층 공격적으로 변할 수 있다. 최악의 조합은 전쟁 위험을 높이며 지역 안보 구조 전체를 불안정하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역사는 이미 경고했다. 미국이 남한을 버린다는 잘못된 신호는 공산주의 세력에 ‘공격하라’는 초대장이 되었고, 그 대가는 참혹한 전쟁이었다. 75년이 지난 지금, 미국의 본토 우선주의와 주한미군 감축 움직임은 다시금 불길한 예감을 안긴다.
물론 오늘의 조건은 과거와 다르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여전히 유효하고 동맹의 제도적 기반은 분명하다. 최근에는 사이버·우주 위협까지 방위 범위를 넓히는 논의도 있었다. 그러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워싱턴 내부에서조차 한국과 대만을 방위선 밖으로 밀어내야 한다는 신중론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불안한 신호다.
더 큰 문제는 우리가 스스로 동맹을 허물어온 점이다. 안보 전문가들은 오래전부터 “제2의 애치슨 라인을 우리가 스스로 긋고 있다”고 경고해왔다. 문재인정부 시절 연합훈련 중단, 지소미아(GSOMIA) 파기 논의, 중국 눈치를 본 균형 외교 등은 동맹의 신뢰를 약화시켰다. 그 결과 중국과 러시아는 한반도 주변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일본·미국과의 협력 관계마저 흔들렸다.
대안은 자명하다. 자주적 국방력 강화다. GDP 대비 3%에도 미치지 못하는 국방비로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까지 갖춘 북한을 상대하는 것은 위험한 착각이다. 북한은 이미 전술핵을 실전 배치했고, 러시아·중국과의 연대 속에서 군사적 뒷배를 강화하고 있다. 이 현실 속에서 동맹의 안전보장만 믿고 안일하게 대응한다면 위기는 언제든 찾아올 수 있다.
동맹은 우정이 아니라 이해관계에 기반한다. ‘공동의 적’을 전제로 맺어지는 계약적 관계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북한을 적이라 부르는 목소리는 희미해졌고,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하는 데도 주저한다. 적 개념이 모호해지면 동맹은 느슨해지고, 그 틈을 중·러가 파고든다. 실제로 중·러 전략폭격기가 한반도 주변을 활개치고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이어가는 동안 우리의 대응은 모호하거나 갈라져 있었다.
따라서 미국의 결정만 바라보며 ‘워싱턴이 지켜줄 것’이라는 기대에 매달릴 수는 없다. 주한미군 감축이 현실화될 경우 그 공백을 메울 주체는 한국군뿐이다. 미국은 꾸준히 방위비 분담 확대와 자체 국방력 강화를 요구해왔고, 트럼프 대통령은 GDP 대비 5% 국방비 수준을 거론하기도 했다. 지금 준비하지 않는다면, 미군이 물러난 자리는 북한의 위협과 중·러의 영향력이 대신 차지할 것이다.
결국 핵심은 우리 스스로를 지킬 힘이다. 국방비를 GDP 대비 5% 수준까지 끌어올려 첨단 무기체계, 미사일 방어망, 사이버·우주 영역의 방위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군 구조 개편과 장병 처우 개선, 중장기적으로는 AI·무인화 전력과 전략자산 국산화가 필수다.
동맹은 필요하지만 끝까지 우리를 지켜줄 보증 수표는 아니다. 역사는 이미 증명했다. 스스로를 지킬 힘이 없다면 어떤 동맹도 한계가 있다. 자주적 국방력 강화야말로 ‘제2의 애치슨 라인’의 망령을 지우는 유일한 길이다.
후원하기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