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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수입업체는 한 해외 거래처에게 “지급계좌가 바뀌었으니 바뀐 지급계좌로 송금해 달라”는 이메일을 받았다. 그러나 송금을 요구한 거래처는 진짜가 아니라 거래처의 이메일을 해킹한 사기범이었다. 돈을 송금한 기업은 ‘진짜’ 거래처가 입금을 요구할 때가 돼서야 사기를 당했음을 알게 됐다.
28일 금융감독원은 거래처를 사칭해 타 계좌로 돈을 입금하도록 유도하는 행위에 속지 말 것을 당부했다. 2021년부터 2025년 상반기까지 무역거래를 사칭한 피해 규모는 1591건, 약 1330억 원에 달한다. 이 중 이메일 해킹을 통한 무역사기 건수와 피해액 비중은 90%를 넘어 가장 위험한 무역사기로 꼽혔다.
이 밖에도 사기집단이 해외 수출·수입업자나 정부기관·대행기관을 사칭해 입찰서류 구입비, 인증 취득 비용, 공증비용, 선적비용 등 각종 명목을 붙여 송금을 유도하는 사례도 있었다. 최종 거래대금보다는 중간에 발생하는 수수료 명목으로 단기 계약을 추진해 입금을 유도하고 ‘먹고 빠지는’ 방식의 사기도 많았다.
미국, 영국, 중국, 홍콩과의 거래에서 발생한 사기 규모가 과반수를 차지했고, 베트남·아랍에미리트·포르투갈의 비중도 차츰 증가해 2023년부터 2025년 상반기까지 전체의 11.9%를 차지했다. 스페인 거래처를 사칭한 사기범이 포르투갈 계좌로 입금을 요구하는 등 거래처와 은행 소재지가 다른 경우도 다섯 건 중 한 건 꼴로 발생했다.
금감원은 “국경 간 거래 특성상 해외송금 후에는 피해금 회수가 어렵다”며 사전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무역사기가 의심될 경우 해외 거래처에 이메일 외 다른 수단으로 직접 연락해 결제계좌를 재확인하거나, 해외 수출·수입업자가 실제 관련 업자인지 유관기관에 전화해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사기를 당했더라도 사실을 인지하는 즉시 거래은행에 지급정지를 요청하고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나 경찰청에 신속히 신고해 피해를 줄여야 한다. 코트라는 무역사기의 유형과 수법을 소개한 매뉴얼을 제공하고 있으며, 한국무역보험공사 또한 ‘안심거래 자가진단’을 통해 사기거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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