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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형법상 배임죄를 폐지하고 대체 입법을 마련하기로 하면서 정치권 공방이 거세지고 있다. 민주당은 “기업 혁신과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시대적 과제”라고 주장하는 반면,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통령을 위한 방탄 입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과 정부는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경제 형벌 민사책임 합리화 태스크포스(TF) 당정협의’를 열고 110개 형벌 규정을 손질하겠다고 밝혔다. 핵심은 형법상 배임죄 폐지다.
권칠승 민주당 의원은 협의 직후 브리핑에서 “과도한 경제 형벌 규제가 기업의 창의적 혁신을 저해하고 투자 결정을 방해해왔다”며 “형벌 만능주의에서 벗어나 민사 책임 강화로 전환하겠다”고 설명했다.
개선안에는 다섯 가지 원칙이 담겼다. △정상적 경영 판단과 주의 의무를 다한 사업주 보호 △형벌 완화와 금전적 책임성 강화 △경미한 행정 위반의 과태료 전환 △‘선(先) 행정 조치·후(後) 형벌 부과’ 원칙 확립 △법률 간 형평성 확보다. 권 의원은 “배임죄 요건이 추상적이고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 기업 활동 위축이 지속돼왔다”며 “폐지를 기본으로 하되 합리적 대체 입법을 신속히 마련해 공백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배임죄 관련 1심 판례 3300건을 분석 중이며, 입법 공백이 없도록 대체 입법 마련에 속도를 내겠다”고 덧붙였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배임죄 폐지 추진을 적극 옹호했다. 그는 “일부에서 정쟁으로 몰아가지만 분명히 말한다. 배임죄 폐지는 정치 싸움이 아니다”며 “민생 경제와 국가 경쟁력, 미래 성장을 위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김 원내대표는 “단순한 경영 판단까지 형사처벌로 이어지는 일이 반복돼 기업뿐 아니라 자영업자·소상공인까지 옥죄고 있다”며 “과도한 경제 형벌이 혁신을 가로막아 왔다”고 지적했다. 이는 배임죄 폐지가 결국 이재명 대통령 관련 재판(대장동·백현동 등)에서 면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국민의힘 주장을 우회적으로 반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제기하는 ‘이재명 대통령 면죄부 법안’ 주장에 대해 “정치 공세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당정 협의 직후 국회 의원회관 브리핑에서 오기형 의원은 “작년 윤석열 정부에서도 논의가 활발했다. 이복현 전 금감원장, 금태섭 전 의원 등도 배임죄 폐지를 주장했다”며 “재계와 법조계가 오래 전부터 문제를 제기해온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김남근 의원 역시 “배임죄가 경영상 판단까지 수사 대상이 되면서 기업이 지나치게 위축됐다. 이를 제도적으로 바로잡자는 취지”라며 “이를 곧바로 ‘이재명 방탄’으로 몰아가는 건 지나치게 정치적”이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다. 장동혁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모두발언에서 “민주당이 늘 특검을 피하는 자가 범인이라고 했듯, 배임죄 폐지를 통해 대통령 본인을 지키려는 것 아니냐”며 “국민이 제기하는 의혹이 사실이라는 걸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야당은 이 대통령이 성남FC 불법 후원금 사건,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대장동 비리 등에서 배임 혐의로 수사를 받아온 만큼, 제도 개편이 결국 대통령 개인을 위한 것이라는 점을 집중 부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손해를 가한 경우를 처벌하는 조항이다. 기업 경영에서 손실이 발생하면 배임죄가 적용돼 경영자들이 의사결정을 주저하게 만든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실제로 배임죄로 기소된 사건 중 상당수가 무죄 또는 경미한 형량에 그쳤다는 점도 제도 개편의 배경으로 꼽힌다.
반대 측은 “배임죄는 기업과 공공 영역에서 권력형 비리와 특혜를 다루는 핵심 조항”이라며 폐지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치권에서는 특히 이 대통령 사건과 연결되는 지점 때문에 법 개정 논의가 ‘정치 방탄 프레임’으로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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