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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을 바라보는 ‘추석 민심’이 싸늘하다. 국민으로선 먹고사는 문제가 더 소중하기 때문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생존 자체가 어려워 귀향은 꿈도 꾸지 못한 이들이 적잖았다.
어디 이뿐인가. 청년들은 질 좋은 일자리를 찾지 못해 ‘캄보디아에서의 희생’이 보여주듯 아우성이고, 서민들은 치솟는 물가와 집값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양극화의 그늘은 갈수록 짙어지고 있어 상대적 박탈감에 대한 분노만 커지고 있다. 한데 국회의원들을 보자. 경기 상황과 무관하게 명절마다 거액 떡값을 받는 직업이다. 이번 추석 명절 휴가비 명목으로 국회의원 한 사람이 받은 돈은 무려 424만 원. 올해 초 설에도 같은 금액이 지급됐으니 한 해 떡값만 850만 원이 되는 셈이다. 직장인 평균의 7배다.
그럼 국회의원들이 사회갈등을 조정하고,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고 있는가. 아니다. 오히려 국민이 정치권을 걱정하고 정치 본령을 스스로 어기고 있다. 이러니 “밥값도 못하는 의원들”이라고 조롱받고 있는 게 아닌가.
추석 연휴가 끝나도 부쩍 소란스러운 건 다른 게 아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으로 대표되는 여야가 민생에 힘을 합치기는커녕 되레 정쟁으로 날밤을 새우고 있기에 그렇다. 여야는 13일부터 3주간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서로 화력을 퍼부을 것이다.
특히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의 국감 출석 논란에 더해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 체포 이슈까지 겹쳐 서로 거친 언사를 쏟아내고 있다. 이러다간 ‘이진숙 국감’ ‘김현지 국감’으로 얼룩질 판이다. 정부의 국정운영을 감시하며 민생 살리기라는 국회 본연의 역할이 뒷전으로 밀릴 우려가 나온다. 여기에다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릴 ‘조희대 없는 조희대 청문회’(조희대 대법원장 대선 개입 의혹 관련 긴급 현안 청문회)는 또 목불인견의 고성과 몸싸움을 예고하고 있다.
여야가 정국 정상화를 위한 출구를 찾지 못하면서 민생법안 처리는 기약 없이 밀려났다. 협치가 사라진 정국 상황에서 여야 간 한 치 물러섬 없는 대치는 더 격해질 것으로 보인다. 결정적 원인이 있다. 민주당은 ‘내란 종식’ 이란 대전제 아래 검찰청 폐지를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 등 쟁점 법안을 여당 주도로 처리했다.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는 강제 종료시켜 버렸다. 이후 국민의힘에 '응급실 뺑뺑이 방지법(응급의료법 개정안)', 도서벽지·농어촌 어린이집 지원 골자 영유아보육법 등 민생법안 69건의 처리를 위한 본회의 개최 협조를 촉구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본회의 개의 협조 요구에 응답하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은 합의 안 된 법안을 일방적으로 상정하고 소수당은 필리버스터를 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도록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직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여야가 합의하지 않은 법안에 대해선 필리버스터를 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관례상 국감 기간엔 본회의를 열지 않는다. 그러나 여당은 국감 기간이라도 시급한 만생 법안을 위해 본회의를 열자고 제안하고 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압박만 하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해 강성 지지층을 의식해 ‘개혁’ 드라이브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대법관 증원 등을 두고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만큼 협치를 위해 머리를 맞댈 정치적 공간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여야는 상대가 있기에 접점 마련이 긴요하다. 민주당은 야당과 대화를 통한 합리적 법안 의결을, 야당은 민생을 위해서 국감 중에도 본회의 개최에 협조해 내우외환의 어려운 시기를 협치로 극복하는 큰 정치를 하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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