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버스터 ‘의원 수 기준’ 법안 발의… 국회 쟁점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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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개정 추진에 국민의힘 반발… 견제권 쟁점

이유경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10-12 15:25:46

▲ 더불어민주당이 필리버스터 진행 중 본회의장 의원 수 미달 시 국회의장이 토론을 중단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하면서 필리버스터 제도의 운용 방식과 여야의 정치 공방이 정기국회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필리버스터 진행 중 본회의장 의원 수가 일정 기준에 미달할 경우 국회의장이 별도 표결 없이 토론을 중단할 수 있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소수 정당의 합법적 의사진행 지연 수단으로 활용돼 온 필리버스터 제도의 운용 방식이 정기국회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개정안이 실제로 국회를 통과할 경우 필리버스터 제도의 기능과 역할에도 구조적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2일 국회에 따르면 민주당 민형배 의원은 10일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필리버스터가 진행되는 동안 본회의장에 일정 수준 이상의 의원 수가 유지되지 않을 경우 국회의장이 별도 표결 절차 없이 토론을 종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현행 제도에서는 국회의장이 토론을 임의로 중단할 수 없어 법안 표결이 수일 또는 수주간 지연되는 상황이 반복돼 왔다. 개정안은 이런 절차적 공백을 보완하기 위한 기준을 신설하는 내용이다.

민주당은 이 조치가 필리버스터의 제도적 남용을 방지하는 목적이라고 설명한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최근 회의에서 필리버스터가 본래 취지를 벗어나 정치적 지연 전술로 활용되는 사례가 누적되고 있다며 제도 개선 필요성을 언급했다.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 회기 내 해당 법안 심사와 처리를 추진할 계획이다.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12일 논평을 내고 필리버스터는 다수당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한 소수 정당의 마지막 수단이라고 밝혔다.

이어 민주당의 개정안은 소수 의견을 제도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장치가 될 수 있다며 필리버스터 취지를 훼손한다고 주장했다. 최 수석대변인은 “국회는 다양한 의견이 공존하는 공간이어야 한다”며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필리버스터는 1964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시 여당의 단독 의사진행에 맞서 연단에 선 것을 계기로 도입됐다.

이후 소수 정당이 다수당의 입법을 지연하거나 저지하는 합법적 절차로 활용됐으며 2016년 테러방지법 처리 당시에도 야당의 장시간 토론으로 사회적 주목을 받았다. 제도는 본래 다수당 견제 기능을 전제로 만들어졌으나 최근에는 실질적 토론보다는 법안 표결 지연 수단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늘었다.

이에 따라 필리버스터 제도를 유지하되 일정한 의원 수 기준이나 참여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돼 왔다. 여당은 개정안이 회기 지연을 방지하고 본회의 운영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야당은 발언권 축소와 소수당의 견제 기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개정안은 국회 운영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필리버스터 관련 조항은 국회의 권한 구조와 직접 연결된 사안으로 여야 간 합의가 필수적이다.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실제 처리 여부는 정기국회 후반기 정치 일정과 협상 구도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필리버스터는 국회 내 소수 의견을 보장하는 장치이자 동시에 법안 처리를 지연시키는 제도적 수단으로 기능해 왔다. 이번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제도의 운영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어 향후 국회 의사진행 방식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유경 기자 leeyk@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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