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상습체납자 ‘세금 안 내도 해외여행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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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출국금지 해제자 278명 모두 체납액 안 줄여도 ‘통과’

이선주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10-12 09:10:47

▲ 박민규 더불어민주당 국회 재정기획위원회 의원 사진=박민규 의원실 제공

고액체납자 출국금지 조치가 지나치게 느슨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12일 박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세청이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서 최근 5년간 출국금지 해제자 8520명 가운데 체납액을 5000만 원 이하로 줄여 출국금지 해제를 받은 사람은 224명뿐이라고 밝혔다. 나머지 8296명(97.4%)은 체납액을 줄이지 않고도 출국금지 해제를 받았다.

이들의 해제 이유는 ‘강제징수 회피 혐의 없음’ 등이 5625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출국금지 기간 6개월이 만료된 이후 재지정되지 않은 ‘시효 완성’이 2392명이었다. 해외사업을 이유로 출국금지가 해제된 인원도 279명이었다.

지난해의 경우 고액·상습체납자 278명 모두 체납액을 5000만 원 이하로 줄이지 않고도 출국금지가 해제됐다. 출국금지 해제의 근거는 강제징수 회피 혐의 없음이 246명, 해외사업이 22명, 시효완성이 3명이었다.

세금 체납자 출국금지 제도는 정당한 사유 없이 5000만 원 이상 국세를 체납한 자에 대해 국세청이 법무부에 출국금지를 요청하는 제도다. 국세청은 출국금지 기간 만료 예정이라면 법무부에 출국금지 기간 연장 요청을 할 수 있다.

국세청은 체납자의 체납액이 5000만 원 이하가 될 경우 법무부에 체납자의 출국금지 해제를 요청한다. 사업 목적, 국외 직계존비속의 사망, 신병 치료 등 사유가 발생할 시 도피 우려가 없다고 인정된다면 체납자의 출국금지가 해제될 수 있다.

출국금지 요청 여부는 국세청이 체납자의 재산을 파악해 채권을 확보했는지와 체납자가 강제징수를 의도적으로 회피하는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한다. 다만 박 의원은 “고액·상습체납자가 버젓이 해외를 드나든다면 조세정의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무너지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체납액 납부가 출국금지 해제의 핵심 요건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출국금지 조치가 체납을 막기 위한 실질적인 징벌적 조치로 기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법무부는 물론 국세청 또한 출국금지 해제자의 체납액과 출입국 현황을 철저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불가피한 사유로 체납자의 출국금지가 해제된 뒤에도 상황이 해소되면 출국금지가 재개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5년간(2020~2024년) 국세 체납으로 출국금지된 인원은 2만4509명에 달한다. 연도별로는 2020년 7399명, 2021년 5018명, 2022년 4403명, 2023년 3858명, 2024년 3831명으로 출국금지 인원은 매년 감소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반면 1인당 체납액은 최근 5년간 꾸준히 증가해 왔다. 1인당 체납액은 2021년 12억 원에서 2022년 14억 원, 2023년 15억6000만 원, 2024년 17억4000만 원으로 4년 연속 증가했다.

이선주 기자 sjlee@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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