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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권사의 위탁매매서비스 시장이 수수료 전쟁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주식·ETF 투자 열풍과 미국주식 투자 확대에 힙입어 시장 규모는 커졌지만 수수료는 낮아질 만큼 낮아져 증권사 간 시장점유율이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며, 대신 마케팅, 상품 구성, 서비스 등의 비가격 요인이 향후 판도를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는 것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이 19일 발표한 ‘국내 증권사의 위탁매매서비스 경쟁 양상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의 위탁매매서비스 시장은 작년 기준 거래금액 1만3496조 원, 수익 6조7000억 원 수준으로 성장했다. 같은 기간 국내증권 거래금액은 1만2095조 원, 해외증권은 1401조 원으로 집계돼, 여전히 국내증권 비중이 절대적이지만 미국주식을 중심으로 한 해외증권 거래가 빠르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수료율은 10년 새 사실상 반값이 됐다. 보고서는 국내주식 위탁매매 수수료율 평균이 2017년 7.71bp에서 2024년 3,89bp로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해외증권 수수료율도 2019년 27.47bp에서 2024년 10.42bp까지 내려갔다. 다수 증권사가 신규·휴면 고객을 대상으로 한시적 무료 이벤트를 반복하면서 공시상 수수료율과 실제 부과 수수료 간 괴리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시장 집중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자본시장연구원은 대형·중형·소형·신규 증권사로 나눠 시장점유율 추이를 비교했을 때도 위탁매매 수수료율 수준만으로 점유율 차이를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일부 대형사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수료율과 폭넓은 고객을 기반으로 점유율을 소폭 늘린 반면, 중소형사와 신규 증권사는 ‘초저가 수수료’ 전략에도 점유율 확대에 애를 먹고 있다는 진단이다.
아울러 가격경쟁 효과가 대형사에만 남아있는 이유를 비가격 경쟁력 격차로 지목했다. 연구원은 마케팅 규모, 위탁매매 가능 계좌 종류, 공모주 청약 주관 실적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대형사는 대부분의 항목에서 우위를 보였고, 신규 디지털 증권사는 MTS 경쟁력과 젋은 고객층 유입에서는 강점을 보이지만 상품 다양성과 주력 고객층에서는 여전히 약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공모주 청약은 강력한 고객 유입 채널로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2017년부터 2024년까지 772건의 공모주 청약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공모주를 1건 더 주관할 때 소형 증권사의 위탁매매활동계좌가 평균 49% 늘어나는 등 고객 유입 효과가 대형사보다 오히려 더 크게 나타났다. 반면 ISA·연금계좌·증권저축을 폭넓게 제공하는 대형사는 상품 다양성을 기반으로 장기 고객을 붙잡아 두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보고서는 또 MTS를 중심으로 한 거래플랫폼 경쟁력이 높을수록 위탁매매활동계좌 비중이 커지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이후 20·30세대가 모바일을 통해 주식시장에 대거 진입하면서, 수수료 몇 bp 차이보다 앱의 직관성·속도·알림 기능·투자정보 제공 수준 등이 증권사 선택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은 “국내 증권사의 위탁매매서비스 시장점유율은 수수료율만으로는 설명되지 않고, 특히 수수료율이 충분히 낮은 수준에 이른 만큼 향후 가격 경쟁의 효과는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며 “상품 다양성, 서비스 차별화, 거래플랫폼 경쟁력 등 비가격 경쟁력을 중장기적으로 강화해야 수수료 경쟁이 재점화되더라도 의미 있는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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