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가 급증하면서 전력 확보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원전과 가스발전, 재생에너지 등을 활용해 전력 공급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송전망과 전력기자재 부족 등이 데이터센터 확산의 병목으로 작용하고 있다.
1일 에너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미국·중국의 데이터센터 개발 전망과 전력공급 추진 현황 및 문제점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26년 전 세계 데이터센터 자본지출은 사상 처음 1조 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건설 중인 데이터센터의 정보기술(IT) 용량 가운데 약 75%가 미국에 집중돼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0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이 약 945~950TWh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에서는 데이터센터 인프라 개발 투자가 2030년까지 7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도 2028년 325~580TWh로 늘어 미국 전체 전력 소비의 6.7~12%를 차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빅테크 기업들은 전력망 접속 지연을 피하기 위해 원전과 자체 발전을 활용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스리마일아일랜드 원전 1호기 재가동을 위한 전력구매계약(PPA)을 체결했고, 메타는 원전에서 전력을 공급받는 계약을 추진했다. 아마존도 소형모듈원전(SMR) 관련 계약에 나섰다.
데이터센터 부지에 가스터빈이나 연료전지 등을 직접 설치하는 ‘BYOP(Bring Your Own Power)’ 방식도 확산하고 있다. 재생에너지와 가스발전,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BESS)를 결합해 자체적으로 전력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전력 인프라가 데이터센터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송전망 접속 대기 용량은 2600GW를 넘어섰고 접속까지 4~8년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 변압기와 가스터빈 등 주요 전력기자재 납기도 4~6년까지 늘어난 상황이다.
중국도 대규모 투자를 통해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를 동시에 확대하고 있다. 2026~2030년 컴퓨팅파워망 구축에 약 4조 위안을 투자할 예정이며,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은 2030년 약 8000억kWh로 전체 전력 소비의 약 6%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중국은 전력과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서부에서 동부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동수서산(東數西算)’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원전·수력 등 기저전원과 재생에너지를 결합해 데이터센터 전력을 공급하는 ‘산전협동(算電協同)’도 추진 중이다.
다만 중국 역시 효율성과 공급망 문제가 과제로 꼽힌다. 전국 지능형 컴퓨팅센터의 평균 GPU 이용률이 약 30%에 그쳐 대규모 인프라가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로 AI용 고성능 칩 확보에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전력 생산지와 데이터센터가 위치한 수요지 간 거리가 멀어 장거리 송전이 필요하다는 점도 부담이다.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력 조달 과정에서 발전량 변동성이 커질 수 있어 24시간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기저전원과 저장장치 확보도 과제로 남아 있다.
미국과 중국 모두 AI 데이터센터 확대를 위해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고 있지만, 데이터센터를 지을 수 있는 속도보다 전력망과 발전·기자재를 확보하는 속도가 더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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