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니페스토청년협동조합은 청년정책에 대한 감시, 제안 등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지난 2013년 설립된 단체다. 조합원은 20대와 30대만으로 이뤄져 있다. 청년들의 정치참여를 높이기 위해 ‘모의국가’ 등 다양한 교육행사도 진행한다. 사진은 왼쪽부터 김효선 대표, 정다운 부대표, 장경태 정책위원장, 김경학 홍보위원장 ⓒ스카이데일리
“지금은 한국 사회는 청년들이 정말 힘들고 여유가 없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누군가는 정치, 정책에 관심을 가져야죠.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일이잖아요. 내가 힘든 만큼 다른 이들도 힘드니까 저라도 나서서 해야죠”
김효선(32) 매니페스토 청년협동조합(이하·매청협) 대표는 지난 2015년부터 2년 동안 매청협을 이끌어오고 있다. 매청협은 지난 2013년 설립된 청년협동조합으로 ‘청년이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고민하고 청년을 위한 공약과 정책이 우선순위에서 밀리지 않도록 감시하고 정책을 제안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매청협의 특징은 조합원에 나이 제한을 두는데 있다. 매청협의 조합원은 20대와 30대만으로 이뤄져있다. 대부분의 청년 단체들이 기성세대들에 의해 주도되는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한 규정이다. 비영리기구가 아닌 협동조합으로 만든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단체 내에 청년들만 존재하다보면 금전적, 인프라적 지원을 받는데 어려움이 있어요. 기부금이나 회비만으로 운영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향후 수익사업을 진행할 것까지 생각해서 협동조합 식으로 단체를 만들게 됐죠”
김 대표는 매청협 설립부터 함께해 온 ‘개국공신’이다. 지난 2013년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서 개최한 ‘청년자치학교 아카데미’에 참여한 김 대표는 그 과정에서 청년정책에 대한 관심부족과 그로 인한 청년정책의 미미함을 느꼈다.
이에 김 대표를 비롯한 30여명의 청년들은 수료 후 뜻이 맞는 사람끼리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청년들만을 위한 정책 토론의 장인 매청협은 이렇게 탄생했다.
정책평가, 모의국가 등 진행…“단체를통해 청년들에 힘 실어주고 싶었어요”
매청협의 초대 대표는 장경태(35) 매청협정책위원장이 맡았다. 장 위원장은 조합 설립 당시 어플리케이션을 제작하는 개인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청년자치학교 아카데미를 통해 청년 정책의 부족함을 느낀 장 위원장은 단체를 통해 청년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조합 설립을 추진했다.
▲ ‘모의국가’ 프로그램은 청년들이 직접 가상의 국가를 설정해 행정과 입법절차를 체험해보는 매니페스토청년협동조합의 대표적인 교육 행사다. 정치 프로세스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 특히 청년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고 감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사진은 ‘모의국가’ 행사 현장 [사진=매니페스토청년협동조합 페이스북]
“같은 기자회견을 해도 개인 장경태가 하는 것이랑 매니페스토 청년협동조합 대표가 하는 것이 다르잖아요. 정책평가도 마찬가지고요. 파편화 돼 있는 한국 청년들이 조합의 이름을 빌어서 좀 더 영향력을 가질 수 있게 해주고 싶었죠”
매청협은 설립 이후 청년들의 영향력을 높이기 위한 활동을 이어갔다. 매청협의 이름으로 정책 평가와 관련된 각종 보도자료 등을 발표했다. 동시에 청년들의 정치적 관심을 증가시키기 위한 활동도 병행했다.
그 중 ‘모의국가’는 매청협의 대표적인 청년 교육 프로그램이다. 모의국가는 청년들이 직접 가상의 국가를 구성해 행정부, 입법부 등 국가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과정을 이해하고 실천해보는 프로그램이다. 참가 청년들은 직접 대통령을 뽑기도 하며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국정회의를 진행하기도 한다.
강 전 대표를 비롯한 매청협 집행위원들은 이와 같은 행사를 진행하기 위해 매주 주말을 반납하다시피 했다. 자금 상황이 넉넉지 않다보니 장소대여부터 행사 진행까지 쉽게 이뤄지는 것이 없었다. 그 중 이들을 가장 힘들게 할 때는 쏟아 붓는 노력만큼 청년들의 관심이 되돌아오지 않는 때였다.
“가끔씩 ‘필요한 일인 것은 알지만 난 주말에 쉬고 싶어’ ‘너희가 나대신 열심히 해줘’와 같은 반응이 올 때가 있어요. 그럴 때 가장 힘이 빠지죠. 하지만 반대로 우리 덕분에 전혀 관심이 없던 친구들이 정치, 정책에 관심을 가질 때도 있습니다”
김경학(29) 매청협 홍보위원장은 가장 긍정적인 사례로 꼽히는 인물이다. 김 위원장은 매청협 모의국가 1기 수료생이다. 이과 출신인 그는 이전까지 정치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모의국가를 계기로 정책 프로세스와 청년 정책 등에 관심을 갖게 됐다. 현재까지 매청협에서 인포그래픽, 홍보물 작성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 김효선(사진 위) 매니페스토청년협동조합 대표는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주최한 행사를 계기로 청년 정책 논의 활성화를 위해 4년째 활동하고 있다. 정다운(아래) 부대표는 집행부 모집을 통해 참여하게 됐다. 둘은 지난해 총선에서 정책·후보 검증 등의 활동을 활발하게 수행했다. ⓒ스카이데일리
“학교에서 배웠던 것과 실제는 완전히 달랐어요. 정책, 입법이라는 것이 한 순간에 되는 것이 아니라 상임위, 승인, 대통령 거부권 등 다양한 프로세스를 거친 후 완성되는 것이었죠. 이런 것들을 배우다 보니 생각의 폭이 넓어지고 우리를 위한 정책을 현실적으로 요구할 수 있게 됐습니다. 제가 느꼈던 바를 함께 나누고 싶어서 홍보위원장을 맡게 됐죠”
총선 정책평가, 낙선운동 후 위기까지…“그래도 원하는 일이니까 재밌어요”
매청협이 순탄한 길만을 걸어온 것은 아니다. 특히 지난해 총선 당시의 활동은 큰 위기가 돼 다가왔다. 당시 김효선 대표와 정다운(31) 부대표는 총선 정책 및 인물 검증 활동을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김 대표와 정 부대표는 총선시민네트워크 낙선투어에 참가하게 됐고, 이는 결국 법정 분쟁으로 번졌다. 비록 매청협 이름을 단 활동은 아니었지만 대표와 부대표의 위기는 매청협과 완전히 무관할 수 없었다.
“당시 투표 장려를 위한 플래시몹을 진행하기도 하고 특정 후보들을 대상으로 낙선운동을 벌이기도 했어요. 부정 인사 청탁 등으로 도덕성 문제가 제기됐던 후보들이었죠”
정 부대표는 매청협 설립 이후 집행위원 공개 모집에 지원해 매청협에 참여하게 됐다. 당시 국회에서 일을 하고 있었던 정 부대표는 청년활동을 위한 단체를 찾고 있었다. 대부분 동아리 수준에 머물러 있던 타 청년단체와는 달리 매청협은 조합의 방식을 취하고 있어 이곳을 선택하게 됐다.
“행사를 진행하거나 각종 분쟁을 겪을 때면 약간 버거울 때도 있어요. 하지만 결국 제가 좋아하는 일이라서 힘들지 않았어요. 사람이 모이고 그 사람들과 열띤 토론을 하면 무엇인가가 해소되는 느낌이죠. 사실 청년들이 정치에 대해 얘기 나눌 곳이 많이 없어요. ‘그런다고 뭐가 바뀌냐’는 얘기를 듣기 십상이죠”
이상훈(38) 매청협 정책부위원장은 이러한 풍토를 조금이라도 바꾸기 위해 매청협 같은 단체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사실 청년들이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에요. 다만 어떻게 참여해야 하는지, 어떻게 의사결정이 이뤄지는지 모르는 것이죠. 우리는 이러한 청년들에게 기회의 장을 열어주는 것입니다. 프로세스를 알아야 관심도 갖고 참여도 하고 감시도 합니다”
그 역시 집행위원 모집 때 매청협에 합류했다. 이 부위원장은 당시 청년들을 위한 교육 컨설팅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 장경태(사진 왼쪽) 정책위원장은 초대 회장으로서 매니페스토청년협동조합의 설립을 이끌었다. 단체의 이름으로 청년들의 활동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었다. 김경학(오른쪽) 홍보위원장은 모의국가 1기 수료생으로 ‘행사를 통해 정치에 관심이 생긴’ 모범 사례로 꼽힌다. ⓒ스카이데일리
“청년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고 싶어서 들어왔습니다. 정치권이 느끼는 것이랑 실제 청년들의 목소리는 온도차가 심한 편이에요. 정치에 참여를 하고 싶어도 주말아르바이트를 당장 빠질 수 없어 참여하지 못하는 청년들도 많습니다”
휴식기 후 재정비…“원하는 것이 있으면 그만큼 투자를 하셔야 돼요”
현재 매청협은 잠시 휴식기를 갖고 있다. 김 대표의 2년 임기만료가 다가올뿐더러 대선 시기가 겹쳤기 때문이다. 현재 매청협 집행위원들은 각계에서 대선을 위한 활동을 진행 중이다. 김 대표는 휴식기가 끝난 후 조합의 성장기를 마련할 예정이다.
“대선에는 후보자의 검증이나 정책 검증이 쉽지 않아요. 워낙 민감한 문제기 때문이죠. 대선이 지난 후에는 새 집행위원회를 구성해 조직을 확장시킬 생각입니다. 사무실과 상근근로자를 두는 것이 1차 목표입니다. 그 유무의 차이가 크거든요”
정다운 부대표 역시 조직의 확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이념별, 정당별 구성원의 다양화를 급선무로 꼽았다.
“이번에 한국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으로 정치가 얼마나 중요한 영역인지 다들 알게 됐어요. 정당 활동, 정치활동을 하면 움츠려드는 사회적 분위기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 조직에서부터 다양한 정당, 이념들이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는 문화를 정착시키고자 합니다”
김 대표는 청년들에 대한 쓴 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청년들이 바라는 것은 많은데 의외로 청년을 위해서 그만큼의 시간을 쓰지는 않는 것 같아요. 정치참여를 할 수 있는 다양한 플랫폼을 찾아서 무엇이라도 했으면 합니다. 무엇인가를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투자를 해야 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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