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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동초]-손경이 성교육 강사
“성폭력 아픔 딛고 올바른 성(性)인식 전파하죠”
학교 내 인성·젠더감수성 교육 절실…“미투운동이 우리사회 바꿀 것”
이성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4-03 00:13:07
▲ 손경이(사진) 강사는 과거 성폭력 피해를 겪은 아픔을 딛고 지금은 성교육 강사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전국 학교, 기업 등을 대상으로 성폭력 예방 및 성교육 강의를 펼치고 있는 손 강사는 성폭력 피해 예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철저한 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성폭력은 순간적인 감정이나 본능적 욕구에 의해 일어나지 않아요. 이성적 판단으로 이뤄지죠. 예를 들어 가정 폭력은 남성 가해자가 자신의 아내나 아이는 폭행하지만 이웃집 여자, 아이들을 때리지 않는 것과 같은 원리죠. 순간적인 감정에 의해서가 아니라 상대를 보고 선택해서 범죄를 저지르는 거죠.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집단 문화에서도 마찬가지죠. 직장 내 성폭력은 상대방을 만만하게 보는 등의 ‘갑질 문화’에서 기인해요. 이성적 판단에 의한 권력형 범죄의 한 분류가 바로 성폭력이에요.”
 
손경이(49·여) 강사는 17년 간 성폭력 예방 및 성교육 전문 강사로 활동해 온 인물이다. 현재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통합폭력예방 위촉강사이자 관계연구소 소장을 역임하고 있다. 현재는 보다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광운대학교 대학원 범죄학과 박사과정을 밟는 동시에 전국의 학교, 기업 등에서 성폭력 예방과 성교육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손 강사는 지난 달 28일 방송된 tvN 특강쇼 프로그램 ‘어쩌다 어른’에 출연하며 “성폭력 교육은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 예방이 중요하다”는 발언으로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10월에는 한 케이블 방송에 출연해 자신의 성폭력, 가정폭력 피해 경험을 고백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어린 시절 성폭력 아픔 딛고 성폭력 예방 및 성교육 전문 강사로 활약
 
손 강사는 그동안 살아오면서 수많은 아픔을 겪었다. 감금된 상태로 성폭력을 당한 뼈아픔 경험을 가지고 있다. 또 가정 폭력 피해를 겪기도 했다. 결혼 후 15년 동안 전 남편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 결국 그는 이혼을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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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살 때 4~5일 동안 감금된 상태로 성폭력을 당했죠. 기억에 남는 건 술을 마셨다는 것과 눈을 떠 보니 알 수 없는 곳에 있었다는 것뿐이었죠. 누군가가 술에 약물을 탄 것 같았어요. 수면내시경을 받을 때 마취당한 느낌이었죠. 감금당한 곳을 가까스로 도망쳐 나와 경찰에 신고했어요. 9개월 동안 수사했지만 결국 범인을 찾아내지 못 했어요.”
 
“결혼 후에는 남편으로부터 상습적으로 폭행을 당했어요. 결국 참다못해 이혼을 결심했죠. 이혼 과정 중에 녹초가 다 됐어요. 사람들도 안 만나고 먹지도 않았어요. 의심도 많아졌죠. 음식을 먹으려 해도 약을 탄 건 아닌지 의심이 생겨 오로지 물만 마셨죠. 병원을 찾아가 보기도 했어요. 결국 이혼을 했죠. 하지만 그게 끝은 아니었죠. 혼자 자녀를 어떻게 키워나갈지에 대한 고민이 컸죠”
   
▲ 손 강사는 성폭력은 ‘성(姓)’이 아닌 ‘인성’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성(姓) 인식은 인성의 일부라는 것이다. 손 강사는 교육을 통해 ‘젠더(gender) 감수성’이 풍부해 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스카이데일리
  
손 강사는 전 남편과 이혼하기 전부터 한국성폭력상담소를 찾았다. 처음에는 피해자들이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는 모습을 보고 부럽기만 했다. 그러다 손 강사도 직접 나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로 결심했다. 피해 경험을 말하는 건 쉽지 않았다. 상담소에서 진행하는 성폭력 피해자 말하기 대회에 나가기 2년 전부터 피나는 연습을 해야 했다.
  
“몇 차례 다른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듣기만 하다가 직접 나서서 말했어요. 말하기 대회에 나서기 전에 3~4개월 동안 말하는 훈련을 받기도 했어요. 2~3시간 동안 제 피해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울었죠. 티슈 한 통을 다 쓸 정도였어요. 이후에 영화 ‘버라이어티 생존토크쇼’에 출연하면서 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어요.”
  
손 강사는 아들이 6세가 됐을 때 부모 교육법을 배웠다. 교육 과정 중 성교육을 접했다. 성교육법을 배우며 재미를 느꼈고 아들을 직접 가르치기도 했다.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해 상담사 자격증을 취득했고 이후 성폭력 예방·성교육 강사로 활동하게 됐다.
  
“학교 내 인성 교육 중요…젠더(gender) 감수성 풍부해져야”
  
손 강사는 성폭력은 물론 성희롱·추행 등이 만연한 문제의 원인을 교육 문제에서 찾았다. 어릴 적부터 제대로 된 성교육이 이뤄져야 ‘젠더 감수성’이 생길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특히 그릇된 성교육·인식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 만큼 교육의 필요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도 그는 강조했다.
  
“아직도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 예방 교육을 하는 걸 보면 아직 많이 미흡해요. 인터넷 댓글만 보더라도 여성에 대한 혐오 글이 많죠. 디지털 성폭력으로 여성들이 자살하기도 하고요. 댓글 등을 보다보면 옛날 성 인식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의 성교육은 달라요. 여성의 폐경을 완경이라고 부르고 데이트를 하며 지켜야 할 예절 등을 교육하기도 하죠. 과거의 성 인식을 가진 사람들은 알 수 없는 내용들이죠”
  
“어찌 보면 가해자·피해자는 우리나라 교육이 만들었다고 할 수 있어요. 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된 성교육이나 가해 예방법 등을 학교에서 배웠다고 말하지 않아요. 교육에 문제가 있는 거죠. 우리가 형식적인 성교육에 매달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야 할 때죠”
  
손 강사는 성폭력과 관련해 인성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인성교육 안에 ‘성(姓) 윤리’가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공부만 잘하면 된다는 엘리트주의 교육에서 기인한 결과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반말하지 않고, 강제로 술 먹이지 않고, 함부로 하지 않는 일들이 인성 문제라고 할 수 있어요. 성(姓)의 문제가 아니죠. 공부만 잘하면 모든 것을 덮고 넘어가는 식의 교육이 문제죠. 인성 교육에 집중할 수 있는 교육 환경으로 바뀌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 손 강사는 지난 달 자신이 아들을 키운 경험을 바탕으로 ‘당황하지 않고 웃으면서 아들 성교육 하는 법’을 출간했다. 손 강사는 젠더 감수성에 대해 “예민해져도 괜찮다”고 말한다. 예민하게 여길수록 더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카이데일리
 
손 강사는 현재 불고 있는 ‘미투(#Me too) 운동’에 대해 우리 사회가 건강해 질수 있는 긍정적인 신호라고 평가했다. 젊은 여성들의 미투 운동이 큰일을 해낼 것으로 믿고 있다. 손 강사는 이성 간 공감능력을 일컫는 ‘젠더(gender) 감수성’이 풍부해져야 위드유(#With you) 운동이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위드유’는 성폭력 미투 운동을 지지하고 함께 하는 운동이다.
 
“미투 운동이 여러 곳에서 계속 진행될 거라고 생각해요. 우리나라 여성들은 다른 나라 사람들과 달라요. 성폭력에 대항하고 싸워나가는 모습을 보면 체계적이죠. 지식이 풍부하기도 하고요. 대신 도와주는 분들이 많아야 미투 운동이 힘을 얻고 나아가 성폭력이 사라질 수 있어요”
 
“사람들이 젠더 감수성이 왜 필요한지 알았으면 좋겠어요. 성폭력은 젠더 감수성으로 없앨 수 있거든요. 젠더 감수성이 있다면 위드유 운동이 계속 일어날 수 있죠. 위드유 운동은 미투 운동이 지속되는 데 힘이 되죠. 지금 우리나라 미투 운동과 관련해 20대 여성들이 가장 뜨거워요. 조만간 이들이 긍정적인 의미의 사고를 칠 거 같아요”
 
자신의 경험 담은 성교육법 책 출간…“예민함이 자신을 성장 시키죠”
 
손 강사는 지난달 아들을 키우며 성교육을 직접 한 경험을 바탕으로 ‘당황하지 않고 웃으면서 아들 성교육 하는 법’을 출간했다. 손 강사는 책을 통해 아들을 좋은 남자로 키우려고 노력한 경험을 전하고 있다.
 
“책에는 아들 성교육에 필요한 핵심 원칙을 담았죠. 부모가 알아야 되는 교육법도 적혀 있어요. 특히 자녀가 사춘기 때 부모와 대화법이나 자녀들의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하는지도 담았어요. 아들을 대상으로 한 성교육에 초점을 맞춰 책을 썼어요. 이 책을 통해 자녀들에게 젠더 의식을 고취시킬 수 있다고 강조하고 싶어요. 젠더 의식 교육을 받지 않으면 성별에 관계없이 누구나 가해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정부 부처가 젠더 교육을 위해 힘썼으면 좋겠어요. 교육이 부실하니 성폭력이나 성불평등 문제가 꾸준히 나타나고 있어요. 일부 남성들은 여성에 대해 ‘우리 자리를 넘보는 사람’ 정도로 인식하기도 해요. 누군가 ‘직장에서 미투 안 할 여자만 뽑는다’는 말을 하더라고요. 가해자 문제는 생각하지도 않고 피해자인 여성만 지목하는 거죠”
 
손 강사의 목표는 세 가지다. 자극적인 인터넷 배너광고 없애기, 성폭력 등에 이용되는 약물 없애기, 교육원 만들기 등이다. 그는 예민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세상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일상적인 성희롱 등에 대한 불편함이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터넷 강국이라는 말이 어울리도록 성적이고 자극적인 인터넷 배너 광고를 없애고 싶어요. 많은 매체들을 보면 난잡한 배너 광고가 많죠. 그런 광고를 볼 때마다 어른으로서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어요. 성폭력 등에 쓰이는 불법 약물을 없애는 일에도 힘쓰고 싶어요. 강사 교육원도 세우고 싶죠. 성폭력, 가정폭력 등의 피해자들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성폭력 예방 교육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예요”
 
[이성은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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