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확산으로 정부가 감염병 위기경보를 최상위 단계인 ‘심각’ 수준으로 격상한지도 벌써 한 달이 넘었다. 현재 정부는 코로나 확산을 막겠다는 취지로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취하고 있다. 당초 이달 4일로 예정됐던 정부 조치는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에 따라 오는 19일까지로 연장된 상태고 상황 전개에 따라 더욱 길어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정부의 조치에 대부분의 국민들은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국민 한 사람의 방심이 다른 누군가에게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줄 수 있고 공동체를 무너뜨릴 수도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결과다. 전염병 공포가 한껏 고조돼 있어 누구 하나 노골적으로 거부할 수 없는 사회적 분위도 만들어진 상태다.
그러나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인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어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 초부터 몇 달째 지속돼 온 코로나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는 국민이 늘고 있다. 코로나 감염 불안, 외부 사회와의 단절,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우울한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 대폭 증가하면서 이른바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가 생기기도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취지 공감하지만…외부와 단절·경제적 어려움에 우울감 호소
영화업계에 종사하는 김선형 씨(34·가명)는 오랜만에 여의도행 지하철을 탔다. 그는 코로나 확산 방지 차원에서 회사가 무급휴직을 요구해 원치 않게 4주간 집에서 쉬었다가 한 달여 만에 출근길에 나섰다. 김 씨는 원치 않게 장기간의 휴식을 취하는 바람에 육체적·정신적·경제적으로 상당히 힘들다고 토로했다.
김 씨는 “3월부터 4주간 쉬었다”며 “사무실 이전 등 회사 자체 문제도 있었지만 회사가 코로나를 막기 위해 무급휴직을 실시한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따랐다”고 말했다. 이어 “활발하고 놀러다니는 걸 좋아하는 성격에 집에만 있으려니 너무 답답했다”며 “한동안 쭉 집에만 있다보니 무기력증까지 생겼다”고 덧붙였다.
김 씨는 “게다가 한 달 월급이 300만원 정도 되는데 무급휴직이다 보니 지난달 월급을 받지 못해 경제적으로 너무 힘들었다”며 “대출이자와 월세, 각종 세금을 어떻게 낼지 걱정하느라 밤잠을 설치기도 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경제적·육체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바쁜 나날을 보내는 주변 지인들을 보니 내 모습과 비교됐다”며“내 처지가 처량하기도 하고 쓸모없는 존재가 된 것 같은 생각까지 들어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었다”고 호소했다.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생각에 또 절망…사회적 거리두기 이후의 대책 마련 고심해야”
전문가들 사이에선 코로나가 사람의 삶을 상당히 힘들게 만들고 있다고 경고했다. 신체적인 질환만 일으키는 게 아니라 심리 상태에까지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코로나 확산 방지 대책으로 기약 없이 사회적 거리두기만 요구할 게 아니라 코로나 예방 안전수칙 등 일상 속에서 지킬 수 있는 체계적인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한국심리학회 코로나 특별대책위원회’의 이윤호 간사(한국재난심리연구소장)는 “코로나 감염에 대한 불안과 공포뿐만 아니라 사회적 고립·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초조해하고 우울해지는 과정을 겪으면서 불안장애를 호소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며 “코로나로 인해 우울증에 빠진다는 코로나 블루는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재난의 불확실성이란 이 사태가 언제까지 이어질 지 알 수 없는 데서 기인한다”며 “불확실성으로 인해 개인이 계획했던 일들이 모두 제한되고 일상 생활을 영위하기가 어려워지면 누구라도 심리적으로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심리적 고통에 시달리는 국민이 늘고 있지만 코로나 사태가 언제 종식될지 모르다보니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은 한없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사람 간 교류가 제한되고 외부와 단절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를 사회 속에서 고립시키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사람의 마음을 좀 먹는 코로나 블루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정부도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무한정 강요할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사회적 단절이 아닌 생활방역으로의 전환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지난달 27일 “사회적 거리두기 등 강력한 조치를 계속 지속하기에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며 “생활방역으로의 전환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고 이를 논의하기 위한 기구인 사회적 합의기구를 구성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생활방역 지침을 마련한다고 밝힌 이후 이러다 할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어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하루 빨리 사회적 거리두기 이후에 시행할 생활방역 지침을 마련해 국민의 일상을 다시 회복시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윤호 간사는 “국민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요청하고 강화해 온 정부의 결단이 코로나 확산세를 빠르게 줄인 것은 사실이다”면서도 “다만 장기간 자세한 설명과 설득 없이 무작정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요하는 것은 국민의 불안감만 더욱 키우는 행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기약 없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계속 강조하면 재난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국민의 피로감은 날로 악화될 수밖에 없다”며 “코로나 문제에서 국민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사회와 제도적 장치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창영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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