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팀=박선옥 부장|한원석 차장·배태용·정동현 기자] 올해 초 발생한 코로나 여파로 관광산업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관광객이 크게 감소한 탓이다. 관광산업의 추락으로 해당 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큰 지역의 상황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앞서 대기업 프랜차이즈들의 홍수로 지역만의 특색이 사라져 타격을 입었던 소상공인들은 코로나 사태까지 겹치면서 사실상 회생불가능 상태에 놓였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프랜차이즈 범람→임대료 상승→개인점포 이전→상권매력 상실→유동인구 감소
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 2번 출구 방면에 형성된 ‘샤로수길’은 지역을 대표하는 상권이다. 과거 전통시장과 모텔촌이 형성돼 있었던 이곳은 2012년 특색 있는 점포가 하나둘 생겨나면서 점차 사람들의 발길이 늘었다. 2014년 관악구가 서울대학교의 정문 모양과 신사동 가로수길을 합쳐 ‘샤로수길’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적극 홍보에 나서면서 지역 대표상권으로 거듭났다.
그러나 최근 샤로수길은 상권만의 특색을 잃으며 점차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대기업 프랜차이즈들이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임대료가 올라갔고 기존 상권의 명물로 불렸던 특색 있는 점포들은 하나둘씩 떠나고 있다. 상권만의 특색이 사라지면서 유동인구는 점차 줄고 있다.
샤로수길에서 20년째 중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박 모 씨는 “예전엔 대형 프랜차이즈들이 없었으나 몇 년 전부터 스타벅스 같은 유명 프랜차이즈가 다수 진입하기 시작했다”며 “프랜차이즈들이 생겨나면서 임대료가 올라갔고 기존 매장이 하나둘 문을 닫기 시작했다”고 귀띔했다.
▲ 샤로수길은 유명 프랜차이즈가 다수 입점하면서 임대료가 천정부지로 올랐고 기존 점포들이 하나 둘 사라지면서 상권만의 특색이 사라지고 있다. 사진은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샤로수길에 있는 스타벅스, 카페 commonroom, 중식맛집 미미청, 중식 요리주점 리춘시장. ⓒ스카이데일리
실제로 샤로수길을 대표하는 맛집으로서 오랜 기간 자리를 지킨 일식 라멘집은 지난달 7년의 영업을 마치고 문을 닫았다. 자취생들 사이에서 가성비가 좋기로 잘 알려진 칼국수집(2011년 개점) 역시 폐점했다.
관악구 소재 한 부동산 관계자는 “샤로수길은 최근에 급성장하고 있는 신흥 상권으로 과거에는 임대료가 비싸지 않았지만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많이 입점하면서 상가 임대료가 많이 올랐다”며 “샤로수길 메인도로의 경우에는 임대 시세가 보증금 1000만~1억원, 월 임대료 100만~900만원 등에 형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대료가 오르면서 기존에 장사를 하던 상인들이 떠나고 있다”며 “젊은 점주들이 운영하는 맛집이나 카페들이 상권을 떠나면서 상권만의 특색이 사라지고 있어 안타깝게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서울을 대표하는 관광지 인사동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인사동은 조선시대 북촌과 종로 사이라는 지리적 특징 덕에 역관, 기술자, 예술가 등 양반 계급과 밀접한 관계를 맺었던 중인들이 주로 살던 지역이었고 이후 조선 미술의 중심지로 발전했다. 1930년대 인사동길 주변에 고미술 관련 상가가 들어서면서 골동품 거리로 자리 잡았다.
이후 인사동엔 전통찻집들이 생겨나면서 외국 관광객들이 한국 전통의 맛과 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찾는 곳으로 각광받았다. 그러나 이곳 역시 스타벅스 등 대기업 프랜차이즈 카페가 들어오면서 상권만의 특색이 점차 사라졌고 점차 유동인구가 감소해 기존 상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사동에서 전통찻집을 30년째 운영하는 이종국 사장(61)은 “대기업 프랜차이즈 카페들이 들어서면서 인사동만의 색깔이 많이 사라졌다”며 “결국 인사동을 찾는 사람이 줄었고 올해는 특히 코로나 여파로 관광객이 크게 감소해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5년째 인사동에서 전통찻집을 운영하고 있는 서수영 사장(48)은 “대기업 프랜차이즈들이 들어오면서 지역 임대료가 계속 올라 오래된 찻집이나 카페들이 문을 닫고 있다”면서 “우리 찻집은 단골들이 꾸준히 찾아오면서 근근이 버티고는 있지만 상권만의 특색이 많이 사라진 데다 코로나 사태까지 겹쳐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볼거리 즐길거리 많았던 월미도, 스타벅스·이마트24 판치는 동네상권 전락
인천광역시에는 국내·외 관광객이 즐겨 찾는 명소들이 유독 많다. 중국 음식점 밀집 지역인 차이나타운, 인천상륙작전의 흔적이 남아 있는 인천의 대표 관광지 월미도 등이 대표적이다. 과거 이곳들은 저마다의 매력 덕분에 매년 수많은 관광객의 발길이 몰렸으나 최근에는 프랜차이즈 매장들이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타 지역 관광지와 크게 다르지 않은 ‘그저 그런’ 관광지로 전락했다.
일례로 오래된 모습을 간직한 점포들의 자리엔 이마트24 등 대기업 편의점들이 대신 들어서 있다. 빽다방, 엔제리너스, 이디야 등 유명 커피 프랜차이즈 점포들도 월미도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월미도에 있는 소규모 카페인 카페소울의 박희순 사장(46·가명)은 “유명 브랜드의 카페가 주변에 많이 생기면서 힘든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점차 월미도만의 매력이 사라져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학 교수는 “대기업 프랜차이즈들이 관광지나 골목상권으로 들어오게 되면 기존에 장사하는 자영업자들이 힘들어지는 것은 물론 상권만의 특색이 사라져 유동인구마저 감소하게 된다”며 “지자체 차원에서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무분별하게 들어오지 못하도록 관련된 규제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승철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前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 부회장)은 “대기업들이 우리나라의 시장경제를 주도하고 있는 주체로 중요한 역할을 다하고 있지만 그것으로 인해 기존에 장사하는 일반 소상공인들의 영업도 힘들게 하는 부분은 지자체나 정부가 면밀하게 파악해 엄격한 규제를 해야 할 것이다”고 조언했다.
[정동현 기자/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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