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팀 이름인 ‘도시’는 전통음악 고유의 시김새인 꺾는 음 ‘도시’에서 따왔어요. 우리 음악의 본질적인 흥이 대중에게 고스란히 전해지도록 노력하고 있죠. 현 시대에 맞게 재해석된 한국음악의 새 얼굴로 전통악기와 밴드사운드의 융합을 통해서 만들어진 혁신적인 음악을 다루고 있어요. 멤버들 간의 각자의 장점들을 살려내면서 함께 모였을 때 우리만의 음악을 만들어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특히 기존 창작국악에서 듣기 힘든 음악적 민첩성과 기교적인 면은 ‘도시’만의 독창적인 특징이라고 할 수 있죠.”
2018년 1월에 처음 결성된 실력파 밴드인 ‘도시’는 국가무형문화재 45호 대금산조 이수자인 하동민 대표(32)를 주축으로 중앙피리잽이 대표를 맡고 있으면서 피리를 오랜시간 연주하고 있는 오경준 씨(32), 신쾌동류 거문고 산조 이수자로 잘 알려진 거문고 연주자 박천경 씨(32), 사천세계타악대회 창작부문 대상을 수상하기도 한 수준급 드럼 연주자 한송이 씨(35), 음악스튜디오를 운영하면서 기타를 전문적으로 연주하는 프로 기타리스트 이준혁 씨(32)로 구성돼 있는 팀이다.
멤버 중에서 거문고 연주자인 박천경씨는 tvN 예능 ‘판스틸러-국악의 역습’과 SBS 리얼리티 프로그램 ‘잔혹하고 아름다운 연애도시’에 출연하기도 했으며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의 주연 배우 박보검의 거문고 연주 스승이기도 해서 낯이 익기도 했다.
8월 어느 무더운 여름날 강남에 위치한 음악 스튜디오에서 5명의 ‘도시’ 멤버들은 기자일행을 반갑게 맞아줬다. 모두 최소 연주 경력 15년이 넘는 베테랑들이지만 한결같이 순수함과 열정이 묻어나는 모습들이었다. 인터뷰 동안 시종일관 웃음이 끊이지 않으며 편안한 분위기에서 멤버들은 각자 사랑하는 음악에 대해 재미있고 솔직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국악음악에 현대음악 조화시켜 독창적인 음악세계 추구
“저희의 대표곡인 ‘매풍’은 도깨비 ‘매’, 바람 ‘풍’으로 ‘도깨비 바람’을 뜻하는 제목처럼 마치 도깨비에 홀린 듯 도시의 음악으로 초대하는 곡이에요. 저희 밴드는 대금, 피리, 거문고, 기타, 드럼으로 구성된 월드 뮤직밴드인 만큼 전통적인 사운드는 물론이고 어쿠스틱, 하드락, 헤비메탈, 레트로 일렉트로닉 등 다양한 장르까지 섭렵하고 있죠.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신(新)월드뮤직 밴드로서의 면모와 음악적 스펙트럼을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도시의 리더를 맡고 있는 하동민 대표가 매풍에 대한 소개와 도시가 추구하는 음악 색깔에 대해 설명했다. 도시는 공식 활동한 지 2년 반 정도 밖에 안 된 그룹이지만 그간 많은 공연과 단독 콘서트를 진행했다. 지난해 12월6일 올림픽홀에서 열렸던 ‘도시’ 첫 단독 콘서트 ‘매풍’은 전석 매진되기도 했다. 도시의 멤버들은 하나같이 그들의 데뷔곡인 ‘매풍’에 대한 애정을 표했다. 피리연주자 오경준 씨가 그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저희 멤버들 모두 저희 음악 중에서도 데뷔곡인 매풍을 가장 좋아해요. 이 곡은 한국적인 사운드를 대중적인 밴드 사운드에 입혀 제3의 새로운 사운드를 제시하고자 하는 도시의 음악관을 잘 표현한 곡이에요. 멤버들이 머리를 맞대고 열심히 상의하면서 여러 가지 시도 끝에 완성해냈어요. 기존의 창작국악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음악적 민첩성과 기교가 뛰어난 곡이에요. 이 곡을 통해서 저희가 많은 사랑을 받게 된 데뷔곡이라는 의미도 크죠.”
거문고 연주자인 박천경 씨는 도시의 색깔이 잘 나타난 곡으로 ‘동틀무렵의 서’를 추천했다. 이 곡은 제목에서 나타나듯 조용하고 어두운 새벽에서 여명의 빛이 떠오르는 아침의 분위기를 전통민요를 통해 전달하는 곡이다. 밴드 사운드가 아니지만 국악의 태평가를 모티브로 해서 타악기 연주와 함께 우리 고유의 정서를 잘 살린 감성적인 곡으로 추천한다고 박 씨는 말했다. 다음 앨범에 나올 곡에 대해서는 드럼 연주자 한송이 씨가 추천곡을 설명해줬다.
“저희가 가을에 발표예정인 다음 앨범에 있는 ‘요운’이라는 곡을 추천하고 싶어요. 특히 ‘도시’라는 저희 팀의 색깔을 잘 느낄 수 있는 곡이죠. 또한 앞으로 발표할 곡 중에 ‘태양의 춤’이라는 곡이 있는데 이 곡은 타 장르와 협업을 한 곡이에요. 전통무용과의 콜라보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만들어졌어요. 부채춤을 가지고 월드뮤직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데 의미가 있죠.”
기타를 연주하는 이준혁 씨는 최신곡인 ‘L.G.F.F’를 소개했다. 이 곡은 어부들의 노동요이면서 민요 배치기를 모티브로 만들어졌고 거문고의 중독성 있는 하모닉스 리프로 시작돼 레트로 사운드 특유의 신스베이스가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이 곡은 하이브리드 형태인데 특히 기타 솔로 부분이 있어 좋아한다고 말했다.
‘도시’ 밴드의 열정과 에너지 원천은 관객과 멤버들
도시의 멤버들이 각기 다른 악기를 다루면서 고유의 음악 세계를 지니고 있지만 이들이 모여서 이루고 있는 독특한 음악 정신에 대한 자부심만은 어느 한 사람 빠지지 않는 듯이 보였다. 멤버들에게 이처럼 음악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에너지가 넘쳐나는 원천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하 대표가 관객과 멤버들이라고 답했다.
“저희 음악을 인정하고 즐겨주시는 관객들 덕분이죠. 공연을 하면서 관객들이 즐거울 때 저희는 힘이 나고 더 열심히 하게 되고 보람을 느껴요. 더 좋은 음악과 공연을 위해 팀원들과 항상 많이 대화하고 부족한 부분이 없도록 상의를 하기도 하구요. 공연 도중 멤버들과 눈 마주칠 때가 있는데 그럴 땐 서로의 마음을 읽을 수 있고 그래서 더 힘이 나죠. 함께 같은 길을 가는 동료들이 있어 서로가 시너지를 얻는 것 같아요.”
멤버들이 생각하는 음악의 매력에 대해서는 치유, 위로 등의 이야기가 오고갔다. 음악을 찾아 듣는 사람들도 그렇지만 연주자들 역시 마음이 힘들 때 의지가 되는 존재가 바로 음악이라는 설명이다. 즐거우면 신나는 음악을, 약간 우울할 때는 차분한 발라드를 통해 위로를 얻는 건 다 같은 마음이라는 것이다. 기타를 맡은 이준혁 씨가 한마디로 ‘음악은 인생’이라고 정리해줬다.
“저에게 있어서 음악은 곧 인생이라고 생각해요. 음악은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힘이라고 봐요. 이 세상에 음악이 없으면 생명이 죽어있다는 느낌이 들 것 같아요. 만약 영화에서 음악을 뺀다면 그 영화는 생명을 빼앗긴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영화를 볼 때 음악도 유심히 듣는 편인데 좋은 음악들은 나중에 집에 와서 찾아듣기도 하죠.”
지금은 음악인으로서 경험도 쌓고 자부심도 있지만 도시의 멤버들이 음악인으로서 자리를 굳히기 까지는 각자 어려움이 없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특히 비교적 늦게 거문고를 배웠던 박 씨는 남들보다 배로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저는 대학에 들어간 스무살 무렵이 개인적으로 가장 힘든 시기였어요. 제가 예고가 아닌 인문계 고등학교에 다녔기 때문에 수업이 끝난 후에 거문고를 4시간가량 배우면서 주로 혼자서 연습을 했죠. 이후 대학에 들어가니 국악중학교나 고등학교를 다닌 친구들이 많아서 대학교에서 처음해본 합주 문화가 낯설기도 하고 힘들기도 했어요. 그래서 밤을 새우면서 연습하기가 일쑤였죠.”
하 대표는 멤버들과 함께 공연하면서 힘들었던 일 즐거웠던 일이 모두 다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겨울에 청주에서 열린 청춘마이크 공연인데 12월 초에 너무 추워서 멤버들이 패딩을 입고 공연했던 기억이 있었어요. 또 지난해 여름에는 춘천 아트페스티벌에서 매풍 리허설 공연했는데 너무 더워서 땀이 많이 났어요. 제가 연주하는 악기는 관악기라 땀이 나면 공연할 때 어려움이 있거든요. 하지만 공연을 무사히 마치고 멤버들과 맛있는 음식도 먹고 MT 기분을 내면서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낸 것으로 힘들었던 기억은 다 씻어지죠.”
도시 팀 역시 올해는 코로나 여파로 예정된 공연이 많이 취소됐다. 온라인 공연을 통해 관객들을 만나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관객을 직접 대하는 공연과는 다를 수 밖에 없다. 게다가 길어진 장마로 인해 그나마 예정된 공연도 취소되어 아쉬움을 남겼다. 하 대표는 향후 유튜브 등을 통해 해외에 월드뮤직밴드 도시의 음악을 널리 알리는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저희 팀 ‘도시’가 활동한지 3년이 넘었는데 아직까지 저희 팀을 모르시는 분들이 많아요. 국내에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나중에 해외에서도 저희가 공연을 할 수 있다면 대한민국을 대표할 수 있는 월드뮤직밴드 ‘도시’가 되는 것이 바로 저희 모두의 꿈이자 목표에요. 우선 세계인들이 접근할 수 있는 채널을 통해 저희 음악을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것부터 시작해야죠.”
[정동현 기자/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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