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지식 안 보인 무식한 미래부 국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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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 기자페이지 + 입력 2013-10-21 01:11:49

‘2013년 국정감사’가 시작된 지난 한주는 국감 관련 소식들이 TV, 신문 등 각종 매스컴을 뜨겁게 달궜다. 국감 첫 날인 지난 14일 국회 미래창조방송통신위원회(이하·미래위)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올해 처음 신설된 미래창조과학부(이하·미래부)에 대한 국감을 실시했다.

올해 국정감사의 첫 날이면서 박근혜 정부 핵심 공약의 중심에 선 기관이라는 점 때문에 미래창조과학부의 이날 국감은 국민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과학기술을 선도하는 기관인 미래부에 대한 국감은 ‘스마트폰 국감’ 혹은 ‘삼성 국감’ 등으로 비춰지는 모습이 역력했다. 국감장에서는 예상과 달리 과학적 전문 지식을 배경으로 한 전문 질의나 자료가 아닌 누구나 알만한 상식적인 내용이나 혹은 당연한 질의만 나왔다.

특히 의원들의 질의 내용 중 대부분은 스마트폰 등 ‘이동통신’에 관한 내용이었다. 또 일부 의원들은 ‘우리나라 기업들의 공장 이전에 따른 취업률’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 질의했다.

한국 과학기술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고 있는 미래부 고위직 공무원들과 그 사령탑인 장관을 앉혀두고 하루 종일 질의한 내용이 고작 ‘휴대폰 이용 실태’, ‘외국 공장 이전에 따른 국내 취업률 감소’ 등이었다. 새 정부의 국정지표인 창조경제와는 동떨어진 질의 일색이었다.

정작 중요한 ‘기초과학’과 ‘우주과학’ 등에 대한 국내의 현 실태와 문제점 등에 대한 핵심 질의는 전혀 없는 ‘맹탕 국감’으로 느껴지기에 충분했다. 과학부의 국감에서 ‘진짜 과학’은 없었던 것이다.

미래위에 소속된 국회의원 면면을 확인해 본 결과 과학과 관련된 소위 ‘과학통’들은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놀라웠다. 이 때문에 무식한 국감을 그대로 진행하는 것 또한 무식한 처사라는 비아냥들이 쏟아졌다.

미래위 소속 국회의원 이력 사항들을 모두 살펴 본 결과 권은희 새누리당 의원, 민병주 새누리당 의원 등 단 2명만이 이공계 출신일 뿐이었다. 다른 의원들은 모두 정치, 법학, 외교, 언론 관련 학과를 졸업한 한 마디로 ‘과학 문외한’들이었다.

과학기술의 중요성은 우리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든 국가가 깨닫고 공감한다. 또 각국은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으며 과학자 양성, 첨단기술 개발 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미래부를 신설하면서까지 과학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국민의 눈’인 국회는 장님들만 앉혀놓은 것과 다르지 않아 엇박자가 나고 있다.

우리의 기초과학기술 수준은 아직도 선진국과 격차가 많다. 노벨상 수상자가 그 격차를 반증한다. 올해로 112번째를 맡은 ‘노벨상’ 중 ‘노벨물리학상’이나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한국인 출신은 단 한명도 없다.

우리나라의 노벨상 수상은 지난 2000년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수상한 ‘평화상’이 전부다. 노벨상 과학부문 상은 소속 국가의 과학 수준을 뒷받침하는 동시에 그 나라의 미래 수준까지 가늠하게 한다. 무역규모 8위, GDP 순위 15위 수준의 경제 규모를 가진 우리나라의 과학 성적표는 이처럼 창피한 수준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국민을 대신하는 국회의원들이 미래부에 대한 국감을 겉핥기로 하는 것은 대단히 무책임한 국민적 배신행위와 다르지 않다.

미래의 경제력이자 미래의 먹거리인 과학기술의 중요성은 누구 하나 의심 할 여지가 없다. 또 이를 일찌감치 깨닫고 지난 정권에 사라진 과학 전문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를 신설한 박근혜 정부의 노력은 높이 살만 하다.

하지만 부처 신설은 단지 밭에 씨를 뿌린 것에 불과하다. 국회의원들이 이를 망각한 듯 하다. 싹을 티우고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 감시와 감독 등의 노력이 절실하다.

앞으로 남은 미래부에 대한 국감에서는 단순히 국민들의 관심을 끌만한 말초적이고 생색내기 식 질의가 아닌 국가의 미래를 준비하는 책임 있는 질의와 답변이 나오는 자리가 되기를 기대한다.

김신 skim115@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