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만든 기준이라고 해도 그런 기준조차 없다면 동물에게 더 큰 학대가 돼요. 인간의 기준이라고 해도 동물 보호를 위해 노력하는 것과 동물을 마구잡이로 죽이고 이용하는 것을 비교하면 어느 쪽이 더 비인간적이겠어요. 우리들의 인식이 그렇게 하향 평준화 되면 안 돼요.”
반려동물을 가족이나 친구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동물을 인간이 이용할 대상으로만 여기는 사람들은 여전히 존재하고, 서로 다른 소신과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 사이의 갈등도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동물자유연대는 인간에 의해 이용되는 동물의 수를 줄일 목적으로 동물의 권리와 복지 증진 활동을 하는 단체다. 동물 봉사활동을 하던 사람들이 1999년 개 식용 금지와 반려동물 유기 및 학대 방지에 뜻을 모았고 2000년에 정식으로 출범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 단체가 만들어지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당시에도 동물 보호 단체가 있기는 했는데 동물보호협회가 대구에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수도권 쪽에서는 운동하는 데에 한계가 있었죠. 동물보호단체의 영역을 확장할 필요성을 느끼기도 했고요.”
동물 학대·유기 동물 실상 알리기·구조 활동 통한 인식 변화 노력
동물 구조와 개 식용 저지에 중점을 두고 활동하던 동물자유연대는 사람의 생각이 바뀌지 않는 한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인식을 바꾸기 위한 활동을 시작했다. 동물 학대와 유기동물의 실상을 사회에 알리는 활동을 시작했다. 유기동물 입양 문화의 토대를 만들기 위해서도 노력했다.
“인터넷을 통해 많은 사람에게 실상을 알리는 데에 집중했어요. ‘이런 가여운 아이들이 버려졌는데 새로운 삶을 살게 해주세요’ 이런 식으로요. 동물을 학대하거나 버리는 것은 나쁜 짓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했죠.”
“그런데 아무리 활동을 해도 동물 보호가 강아지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으로만 인식되는 한계가 있더라고요. 그런데 동물 보호는 단지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에게 학대당하고 불필요하게 이용당하는 것을 줄여나가는 데에 목적이 있거든요. 사회적으로 동물 권리와 복지에 대해 공감대를 가질 수 있는 부분을 찾을 필요가 있었죠.”
동물자유연대는 2005년부터 농장 동물조사 활동을 시작했다. 농장 동물은 사람들이 먹는 것이기 때문에 본인의 문제와 연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농장 동물들에 대한 현장 조사를 바탕으로 언론 제보를 하는 방식으로 사회적인 관심을 키웠다.
“공장식 축산은 단기간에 동물들을 살을 찌워 키우는 거잖아요. 좁은 곳에서 모아 기르다 보니 당연히 심신이 피폐해져요. 그래서 동물 질병 발생 가능성도 높은데 그때는 예방을 위해 항생제를 많이 썼어요. 동물이 잔혹하게 사육당하는 것도 문제지만 인간에게도 문제가 된다는 연구 결과가 많이 나와 있어요. 이런 것들을 종합해서 보고서를 낸 결과 동물 사료에 항생제를 넣는 게 금지됐죠.”
동물자유연대는 2012년부터 돌고래 쇼에 이용되는 돌고래 구조 활동도 시작했다. 전국 각지에서 돌고래 공연을 하던 돌고래 4마리를 대법원까지 가는 법정 싸움 끝에 몰수 판결을 받아내는 성과를 올렸다.
“구조한 돌고래 중 두 마리를 바다에 방류했는데 최근에 확인해보니까 새끼 낳고 잘 지내고 있더라고요. 그 당시만 해도 사람들은 수족관에 익숙해진 동물들이라 야생에서 적응하지 못할 거라고 했죠. 그런데 이 친구들은 이미 야생에 있는 동물을 잡아 온 거예요. 그래서 야생에 돌아가기 위한 훈련을 조금 해주면 다시 적응을 해요.”
“바다에서 자유롭게 다니던 동물들을 비좁은 수조에 가둬놓고 쇼를 하면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돌고래를 훈련할 때 대개 먹이 보상을 이용해 훈련해요. 굶긴 다음 사람이 원하는 행동을 하면 먹이를 주는 거죠. 강제로 때리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쇼에 동원하기 위해 동물을 굶기는 것 역시 폭력이에요.”
동물자유연대는 현재 사육곰 권리 신장에 힘쓰고 있다. 사육곰은 웅담을 채취하기 위해 농가에서 태어난 개체이기 때문에 종 복원 사업을 해도 야생으로 보낼 수 없다. 동물자유연대는 곰 22마리를 직접 구조해 미국에 있는 생추어리(완전한 야생에 적응할 수 없는 동물을 위한 야생동물 보호구역)로 보냈다. 현재는 국내에 생추어리를 만들어서 보호할 수 있도록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동물이 자기 본능에 맞게 행동하면서 살도록 하고 죽고 사는 문제는 자연에 맡겨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가능한 한 야생으로 보내는거죠. 다만 야생에서 도태될 것이 뻔한 동물들, 예를 들어 날개나 다리가 잘린 동물이나 인간에 의해 태어난 동물들은 생추어리에서 보호하는 게 바람직하고요.”
동물자유연대에서 활동하는 송지성(37) 씨는 구조해서 야생이나 생추어리로 보낸 동물이 잘 살고 있는 모습을 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동물들이 구조될 때 정말 처참한 경우가 많아요. 그런 애들이 치료를 다 받고 예쁜 모습으로 자연으로 돌아가는 거예요. 자연에서 잘 살고 있는 모습을 보면 그때만큼 가슴 벅찬 일이 없죠.”
단체에서 활동 하면서 여러가지 부딪치는 어려운 점들이 있지만 가장 힘든 점은 사람들의 인식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영우 활동가(29)는 동물을 사람보다 하찮은 존재로 보는 인식이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학대받는 동물이 있어서 저희가 도움을 주려고 하면 왜 그런 걸 가지고 문제 삼느냐고 반문하는 사람이 많아요. 저희 활동에 직접적으로 혐오감을 드러내는 경우도 있죠. 직접 와서 폭언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그럴 때 힘이 많이 빠지는 것 같아요.”
“동물도 사람처럼 고통을 느끼는 존재…서로 공존하기 위해 노력해야”
동물자유연대는 동물 권리를 위해 부지런히 활동해왔지만 아직도 동물의 권리 신장은 갈 길이 멀다고 본다. 개선이 시급하지만 제대로 된 해결책이 나오지 않고 있는 문제도 있다. 조 대표에게 지금 가장 시급한 문제가 무엇인지 물었다.
“시기에 맞는 아이템에 맞춰 운동을 하고 성과를 거두기는 하지만 동물 문제는 계속 발생하기 때문에 계속 관심을 가져야 해요. 지금 가장 시급한 건 개 식용 문제와 동물 학대에 대한 처벌 문제예요.”
현재 개를 식용으로 도살했을 경우 처벌하는 규정은 없다. 그러나 식품위생법에서 식품 원료로 쓸 수 있는 항목 중 개는 빠져 있다. 이 항목에 해당하지 않는 원료를 사용했을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그러나 식약처는 사회적 합의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단속을 하지 않고 있다.
“개 식용 문제로 찬반 투표를 하면 남이 먹는 것까지 왜 참견을 해야 하냐, 이런 식으로 대답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찬성 여론이 많은 것처럼 보이지만 개 식용 문제에서 중요한 건 실제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개고기를 먹고 있는지라고 생각해요. 지금 개고기를 먹는 비율이 10~15% 정도에요. 개 식용에 찬성하는 사람이 더 있을 수도 있지만 개를 먹는 것이 불편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이미 많은거죠. 이 정도면 사회적 합의는 끝났다고 봐요.”
“개를 식용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합법화해서 인도적으로 도살하자는 주장도 있어요. 어떻게 보면 타당한 얘기 같지만 개는 원래 민첩하고 공격성이 있는 종이에요. 그래서 소나 닭과는 다르게 사육하고 운송하고 도살하는 과정에서 사용하는 수단이 폭력적일 수밖에 없죠. 개를 인도적으로 도살한다는 건 현실성이 없어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인도적으로 도축하는 경우에도 문제가 많이 발생하고 있기도 하고요.”
동물자유연대는 동물 학대 방지 규정 강화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많이 늘면서 그와 동시에 동물 학대 사례 발생 위험성도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동물 학대에 대한 기준도 철저해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조 대표가 동물학대 개념에 대한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동물을 1m짜리 짧은 줄에 묶어서 키운다거나 운동을 전혀 시켜주지 않는다거나 하는 것도 동물 학대에 해당해요. 냉해를 피할 수 있도록 도와주지 않는 것도 학대고요. 이런 것을 제공해주지 않으면 불법이 되도록 처리를 해야 하는데 현재의 반려동물 사육 기준은 상해를 입거나 죽은 경우에만 처벌할 수 있어요. 동물 학대 기준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고 심리적인 학대에 대한 것도 법으로 명확하게 규제해야 해요.”
“일부러 학대하는 게 아니라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동물 학대를 저지르지 않도록 교육도 진행하려고 하지만 크게 이슈가 되는 부분 위주로 활동하다 보니 이쪽은 아무래도 미흡한 감이 있어요. 이점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고 올바른 반려문화를 만들기 위한 캠페인도 생각하고 있어요.”
길고양이 학대 문제도 떠오르고 있다. 안 보이는 곳에서 길고양이를 학대해서 죽이거나 사료에 독극물을 넣는 일도 일어나고 있다. 불특정 다수에 의해 행해지기 때문에 대책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다. 조 대표는 최근에 길고양이에 대한 혐오감이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길고양이한테 밥을 준다고 해서 길고양이가 없어지지 않아요. 그 사회에서 적정 개체 수는 항상 유지돼요. 고양이는 영역 동물이기 때문에 한 구역에 고양이가 없어지면 다른 고양이들이 그쪽으로 오기 때문이죠. 그러니까 싫든 좋든 우리는 길고양이와 공존해야 해요. 그렇다면 어떻게 공존해야 하는지 고민해봐야 할 문제죠.”
동물자유연대는 길고양이 개체 조절을 위해 중성화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더해 길고양이 중성화에 지자체에서 더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중성화 수술을 하면 길고양이가 내는 소음도 줄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길고양이의 소음은 발정기 때 내는 소리기 때문이다.
“사실 중성화 수술도 동물의 생식에 인간이 개입하는 것이고 고양이한테 의견을 물어본 적은 없어요. 현재로선 인간과 공존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긴 하지만 계속 논의가 필요한 문제죠.”
끝으로 조 대표는 사람들이 동물도 고통을 느끼는 존재임을 사람들이 인식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동물을 하찮은 존재로 보지 말고 모든 생명의 무게는 같다는 생각을 심어주고 싶다고 말한다. 같은 감각을 느끼는 존재에 대해 존중과 배려를 하는 사회가 동물자유연대가 추구하는 사회다.
“저희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 도덕적으로 우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동물 학대의 실상을 알게 된 기회를 먼저 받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죠. 이러한 기회를 더 많은 사람과 나누는 게 저희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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