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보험계약 후 이륜차 운행 미통지, 보험금 미지급 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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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硏, 지난해 대법원 중요판결 선정… “적정기간 초과 수리 지연시 배상책임 없어”

김학형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2-14 15:30:45

# 1. A씨는 2009~2014년간 B보험사 상해보험 5건을 계약했다. 이후 A씨는 2015년 6월 음식점에 취직했고 그해 7월 오토바이를 타고 음식을 배달하다 미끄러져 경추부 척추 손상으로 사지가 마비됐다(95% 영구장해). A씨는 B사에 보험금을 청구했으나 B사는 이륜차 부담보 특약(1건)과 통지의무 위반(4건)을 이유로 이를 거절했다. A씨는 이륜차 운행 시 통지의무에 대해 듣지 못했다며 보험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4일 보험연구원은 지난해 선고된 대법원 판결 중 보험제도 및 산업과 관련해 중요한 의의를 갖는 판결을 선정해 검토 의견을 제시했다. 선정된 3건 모두 원심의 판단을 대법원이 뒤집은 판례다.

앞선 사건에 대해 원심은 A씨가 이륜차 사고 시 보험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기에, B사는 통지의무를 설명하지 않아도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작년 10월 대법원은 통지의무가 설명의무 대상이며 A가 약관 내용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B사는 설명하지 않은 약관 조항으로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며 지급의무가 있다는 취지로 2심을 파기환송했다.

황현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실제 보험계약자가 통지의무를 인식하지 못해 불이익을 입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했고, 이에 금융당국은 보험업법 시행령을 개정해 통지의무를 설명의무 대상으로 명시하기도 했다”면서 “이륜차 운행 시 통지의무는 설명의무 대상이고, 과거 이륜차 부담보 특약을 체결한 적이 있다는 점만으로는 설명의무가 면제되지 않는다고 본 대법원 판례는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 2. C 손해보험사는 D 자동차회사를 상대로 D사 직영 정비소의 수리 지연으로 추가 부담한 렌트비 상당의 손해 배상을 청구했다. 사고 차량의 적정 수리 기간은 5일이었는데, D사 정비소의 수리가 길어지면서 렌트 기간은 이를 훨씬 초과했다.

C사 자동차보험 가입자가 D사 제조 차량에 대물사고 발생 시 C사는 피해 차량 운전자에게 수리비 및 동급 차량 렌트비를 보상한다. 이때 수리 기간이 길어질수록 C사가 보상해야 할 렌트비도 증가한다.

원심은 D사 직영 수리소가 정당한 사유 없이 적정 기간을 초과해 수리를 지연했으므로 C사에 손해를 배상하라고 판단했다. 반면 작년 9월 대법원은 D사 직영 정비소가 적정 기간 내 수리를 마치지 못한 사정만으로 위법하게 수리를 지연했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황 연구위원은 “직영 정비소 선호에 따른 대기 차량 증가, 부품 조달 지연, 인력 부족 등 정비업자의 귀책사유로 볼 수 없는 사정으로 수리가 지연되는 경우, 정비업자가 추가 렌트비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보기 어렵다”면서도 “만성적 지연수리는 대차료 인상을 유발해 자동차보험에 큰 부담이 되고 있으나, 정비계약 당사자로서는 이를 개선할 유인이 크지 않아 별도의 제도 개선 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 3. 보험계약자 E씨가 가입한 F보험사의 상해보험약관 후유장해 관련 규정상 ‘심한 추간판탈출증’은 ‘추간판탈출증(속칭 디스크)’으로 인해 추간판을 2마디 이상 수술하거나 하나의 추간판이라도 2회 이상 수술하고 마미신경증후군이 발생해 하지의 현저한 마비 또는 대소변의 장해가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 E씨는 부상으로 허리를 다쳐 추간판 2마디에 ‘추간판 내 고주파 열 치료술’을 받았으나 하지의 현저한 마비 또는 대소변의 장해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E씨의 경우가 상해보험약관상 ‘심한 추간판탈출증’으로 볼 수 있는지 문제가 됐다. 원심은 ‘심한 추간판탈출증’ 장해 판정 기준은 두 가지로 해석이 가능해 작성자 불이익 원칙이 적용되며, 그중 E씨에게 유리한 해석에 따르면 ‘심한 추간판탈출증’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작년 10월 대법원은 후유장해의 일종인 ‘심한 추간판탈출증’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장해’에 해당하는 요소가 반드시 존재해야 하는데, 이를 요건으로 하지 않는 해석(원심 인용)은 합리적이라고 볼 수 없고 또 다른 해석만이 합리적 해석이므로 작성자 불이익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황 연구위원은 “보충적 해석 원칙인 작성자 불이익 원칙을 적용하기에 앞서 보다 체계적이고 충실한 약관 해석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판례의 결론은 타당하다”고 분석했다.

김학형 기자 hh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