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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벼랑 끝 소아청소년과와 소아응급치료
“의사가 없다”… ‘소아청소년과’ 붕괴 직전
인력·병상 확보 난항 등 총체적 위기·붕괴 직전 ‘소청과’
영유아 확진 치솟는데 ‘구급차 실려 가도 의사가 없어’
저수가·비급여·고강도 책임에 예고된 재앙 ‘소청과 의료체계’
장혜원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3-24 13:10:00
▲대구에 위치한 한 응급의료센터에서 코로나19 방역복을 입은 의료진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상관 없음 [뉴시스]
 
오미크론 변이 확산세로 22일 확진자가 누적 100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저출산에다 코로나19까지 겹치며 ‘붕괴직전’ 소아청소년 진료체계가 벼랑 끝에 몰렸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소청과는 필수의료과임에도 저수가와 고강도 노동으로 일찍부터 기피현상으로 말미암은 의료 공백이 수년 가까이 이어졌다. 
 
코로나19에 발걸음을 끊은 환자와 보호자에 직격탄을 맞은 소아청소년과와 동네 병·의원의 잇따른 폐업도 소아 의료 인프라 붕괴를 촉발했다. 여기에 소아청소년 중환자 진료 거점병원 역할을 하고 있는 96개 상급 병원의 인력 부족과 이로 인한 진료기능 마비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더해지고 있다.  
 
의료계에서 소청과는 필수의료임에도 의료계에서 가장 각박한 처우에 내몰린 과라는 공감대가 자연스레 형성돼 있는 분위기다. 의료 인력 확충, 적정한 의료수가 책정 및 소청과 전문의 등에 대한 처우개선 및 정부의 긴급 수혈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이유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3월 둘째 주부터 셋째 주(6일~12일) 사이에 18세 이하 소아·청소년 확진자 수는 총 50만8240명으로 전체 확진자의 25.5%를 차지했다. 전체 확진자 4명 중 1명이 소아·청소년인 셈이다. 9세 이하 확진자도 하루 3만~4만 명으로 전체의 10% 가량에 달했다. 14일 중앙방역대책본부의 코로나19 특이사례인 소아·청소년 다기관염증증후군 감시 현황을 보면 첫 사례가 발생한 2020년 5월25일 이후 2월까지 누적 신고된 56명 중 부합 사례는 19명(미부합 18명·조사 중 19명)이다. 7~12세가 9명으로 절반 가까운 47%였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국내 오미크론 변이 우세종화 이후에 확진자 발생의 급증과 함께 18살 이하 확진자 비율도 높아지고 있어 국내에서도 다기관염증증후군 사례가 증가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소아·청소년 확진자 급증에 이어 이상변반응사례까지 확산하고 있는 국면이라는 뜻이다.
 
정부는 아울러 이달 31일부터 5~11세 소아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할 예정이다. 화이자 백신이 접종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위험군의 소아에게는 백신 접종이 적극 권고되며, 그 외 일반 소아는 자율적으로 접종하면 된다. 그럼에도 아이 엄마들 사이에서는 ‘백신접종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벌써 팽배하다. 
구급차 태워도 갈 병원이 없어… 코로나19 확진 영·유아 응급의료 사각지대
 
연일 높아져가는 확진세에 엄마들의 불안은 커져가고 있다. 강원 원주에서 3세 된 아들을 돌보는 주부 A(26)씨는 “온 가족이 자가격리 중 새벽에 아들의 열이 40도까지 올랐다”라며 “아이 아빠까지 확진됐던 상황이었고 해열제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포항에서 네살배기 아들을 챙겨야하는 주부 B(34)씨는 “코로나19와 관련해 아이 병원 찾기도 힘들고, 구급차가 오는 과정도 매우 복잡하고 까다롭다”며 “코로나19에 걸릴까 봐 날마다 살얼음판을 걷는 느낌”이라고 불안감을 전했다.
 
‘붕괴 위기 소아응급의료체계’에 대한 우려는 결국 사망사건으로 이어졌다. 2월20일 코로나19에 확진돼 재택치료 중이던 7개월 남자아이가 갑자기 발작을 일으켜 병원으로 이송하는 도중 입원 가능한 병원을 찾지 못해 사망했다. 신고접수 후 6분만에 도착한 119는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는 A군에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한 후 10여곳의 병원에 연락했으나 소청과 전문의가 없다는 이유로 응급실 입원이 어려웠다. 결국 17㎞ 떨어진 안산 지역 대학병원 병상을 확보해 이송했지만, 이미 숨진 상태였다.
 
실제로 코로나19 유행 상황이 오래가면서 소아청소년과가 가장 큰 피해를 본 전문과목으로 꼽힌다. 동네 병·의원급의 폐업률이 늘어나며 근거리에서 소아진료를 보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0년 처음으로 개원한 곳(103곳)보다 폐업한 곳(154곳)이 많은 역전 현상을 보였다. 지난해에도 135곳이 개업하는 동안 195곳이 폐업하는 등 개·폐원 역전 현상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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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에서 ‘소청과’는 처우는 가장 낮고 책임은 가장 높게 물어야 하는 과로 유명하다. 2017년 발생한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집단 사망 사건’에서 담당 의사들에 실형의 중형이 구형 될 정도로 소아는 성인보다 진료가 쉽지 않고 소송 리스크도 훨씬 높은 편이다. 
 
만성적 저수가와 함께 의료 책임이 크다 보니 소아청소년과는 어느 새 기피과가 된 것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전공의 소아청소년과 기피 현상으로 의료 공백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대한소아응급의학회에 따르면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은 2020년 71.2%에서 2021년 38.2%로 거의 반토막 났다. 올해에는 20%대로 더욱 줄었다. 올해 3월 부터 소청과 전공의 수련과정이 3년제로 개편됐음에도 불구하고 신입 1년차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이 전혀 없는 병원이 전체 수련병원의 72%에 달하는 상황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수년 간 소아청소년과 지원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은 국립대병원과 지방 중소병원도 숱하다.
 
▲ 지난해 10월 기준 전국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및 응급실 운영 병원 목록,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에는 성인 응급실과 별도로 소아 전담응급실이 운영되며, 소아를 위한 연령별 의료장비를 갖추고 소아응급 전담의사가 상주하며 진료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문제는 위중증 소아 환자의 치료다. 중수본에 따르면 3월 코로나19에 확진된 소아환자의 대면치료와 입원치료가 가능한 소아특화 거점전담병원 28개소를 운영하고 있다. 소아가 입원할 수 있는 코로나19 병상은 지자체에서 지정한 감염병전담병원 중 소아 우선 배정병상 864개, 소아특화 거점전담병원 병상 1442개를 확보했다. 다만 이들 병상에 배정된 전임의 숫자는 알려지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기준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는 전국에 8곳과 소아 전용 응급실은 3곳이 운영되고 있다. 이들 가운데 3개소는 서울에 자리잡고 있으며, 강원도, 충북, 경상도, 전라도 및 제주 지역에는 병동이 없다. 지방에서 소아 혹은 영유아가 위기를 맞게 될 경우에는 의료수송에 공백이 생길 수 밖에 없는 기이한 구조인 셈이다.
 
“이미 고사했다” 소아청소년과 의료인프라 수년 전 붕괴
 
병상과 병동이 마련되어도 의료 인력을 구하지 못해 난리다. 현행 권역응급의료센터 인력 기준을 보면 응급실 전담 응급의학전문의 5명 이상, 소아응급환자 전담전문의 1명 이상, 소아응급환자 전담 간호사 1명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시설 부문에서는 소아응급환자 진료구역 3병상 이상을 갖추도록 하고 있다. 그럼에도 소아응급환자 전담의(전문의)가 없어 이들 시설 또한 정상 운영이 어렵다는 게 병원 관계자들의 하소연이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대학병원 응급실에는 소아청소년과 레지던트가 없다”라며 “대학 교수가 3교대로 진료를 보고 있는 실정인데, 도제식 의료교육의 근간이 붕괴하고 있는 모습이 참담하다”고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권역응급의료센터 관계자는 “전문의가 들어와도 높은 업무 강도에 중간에 그만두며 1~2명으로 근근이 운영 중”이라며 “24시간 근무와 많은 민원 등으로 응급실에 오려는 전문의 자체가 부족한 실정”이라 호소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성인중환자 대비 소아중환자의 경우는 수가가 낮은 편"이라며 "이러한 이유로 병원 측에서 어린이 병상을 운영하기 꺼려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꼬집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아중환자의 경우 소청과 전문의의 치료를 받지 못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1월 기준 전국 수련병원 중 62%에서 전공의를 지도하고 외래진료와 연구를 담당하는 대학교수들이 직접 야간 당직을 시작했으며, 2주에 한 번 이상 당직을 서는 곳도 50%에 육박한다”며 “교수가 매주 당직을 서는 곳이 20%에 달해 면역저하의 코로나위중증 상황의 아동이 당장 병상이 확보된 병원에 가더라도 적정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 인프라가 구비되어 있지 않은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학회 관계자는 “전국 상급병원 중 시간 제한 없이 24시간 응급실을 운영할 수 있는 곳은 38%에 불과하다"며 "10곳 중 6곳은 시간제한, 연령 제한 등 응급진료 축소 등 비정상적인 진료를 하는 중”이라면서 소아응급 암울한 실태를 전했다. 
 
▲소아응급의료병동이 부재한 강원도 및 기타 권역지역에 대한 의료체계 보완 및 확충이 필요한 실정이다. ⓒ스카이데일리
 
의료계 내부에서는 소아응급 의료체계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중증 소아 응급 환자 진료를 위한 전문센터 인력 확충과 관련 인프라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코로나19 전담병원인 서울적십자병원에 근무중인 조성철 내과 과장은 “소아응급실을 운영하며 소아 입원치료를 전담하는 병원의 고통은 이루 헤아릴 수가 없다”며 “자기증상을 설명하는 표현력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영유아의 경우 치료 및 입원치료에 전문성과 수고로움이 배가 되는 데다 보호자들의 까다로운 민원이 더해져 치료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지난해 11월 대한소아응급의학회 주최 정책토론회에서 소아청소년 응급의학 전문가들은 소아 응급의료가 ‘위기’라는 데 뜻을 모았다. 서울아산병원 류정민 교수는 “소아청소년과 진료 인력 지원이 급감하고 소아 전담 간호사가 이직하며 어린이병동은 기피하는 병동 1위가 됐다”라며 “전체적인 간호사 부족이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까지 이어지고 있어 추후 인력난이 예상된다”고 했다.
 
현장의 구체적 대비책에 대한 목소리도 이어졌다. 소아청소년과학회는 △전담 전문의 충원 △진료보조인력 고용지원 △중증도 진료전달체계 개선 및 입원진료비수가 중증도 가산 정책 △소아청소년과 진료가 정상화 추진 등 △필수의료 가산 지원 △복지부 내 소아청소년국 설치 등을 제안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보호자 간 의료계에 대한 협조와 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임 회장은 “이미 예고된 수준의 재앙이었고 소청과 의료학계는 수년 전부터 이같은 의료 붕괴를 막아야 한다고 정부당국에 수차례 이의를 제기해 왔으나 각종 변명 등으로 방관만 했을 뿐”이라며 “필수의료에 비급여 의료과인 만큼, 정부에서 별도의 수당을 책정해 소청과 의료인력에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 내과 과장은 “오미크론 변이의 경우 중증화율과 치명률이 코로나19 대비 현격히 낮으며, 위급상황 시 응급처치를 잘 하면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며 “자가격리 및 재택치료 중이라도 보호자가 응급 시 대응방안을 완벽하게 숙지한 후 긴급상황 발생 때 우선 처치를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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