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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 산은 이전 갈등 심화
“산업은행 부산행 표 안 팔리네”… 부산 금융경쟁력 ‘강화 vs 효과 미미’
거래소·기보·캠코·HUG·HF·예결원 등 이전 완료
부산시 “동반 상승 효과로 성장 동력 확보할 것”
산은 노조 “여의도, 글로벌 금융허브 포기 선언”
권현원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11-10 00:07:00
▲ KDB산업은행. ⓒ스카이데일리
 
KDB산업은행 ‘부산행’ 논의가 좀처럼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법적 미비다. ‘한국산업은행법’에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규정했는데, 법 개정 없이 이전 절차가 진행되는 것에 대한 지적이 연일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근본적인 이전 목적 중 하나로 꼽히는 ‘부산 금융경쟁력 강화’에 대해 찬반 양측의 의견 차이가 크다. 산은 이전 찬성측은 기존 금융기관과 더불어 동반 상승(시너지) 효과가 나타나리라 기대하는 반면, 반대측은 이전만으로 동남권의 금융산업 등이 더 발전하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주장한다.
 
부산 금융경쟁력 현주소 ‘세계 29위’
 
9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부산시(문현동 일대)는 2007년 제정된 ‘금융중심지 조성과 발전에 관한 법률’에 따라 2009년 1월 서울시(여의도 일대)와 함께 금융중심지로 지정됐다. 당시 부산 문현은 한국증권선물거래소(현 한국거래소)와 기술신용보증기금(현 기술보증기금)이 위치해 있고, 다수의 금융공기업이 옮길 예정이란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후 부산시는 국제금융혁신도시(문현금융단지)를 본격 조성했다. 랜드마크 타워인 부산국제금융센터(BIFC)가 2014년 완공되면서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한국주택금융공사(HF) △한국예탁결제원 △한국남부발전 등이 이전을 완료했다. 한국은행 부산본부, BNK금융지주·부산은행 등은 이곳에 별도 사옥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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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현금융단지 개발사업은 현재 3단계를 진행 중이다. 부산시에 따르면 지하 4층, 지상 63층의 BIFC 건설이 1단계 사업으로, 2008년 4월 착수해 2014년 6월 완공됐다. 2단계 사업(BI City)은 비즈니스 호텔과 거주용 오피스텔 등이 들어선 지하 7층, 지상 36·49층(2개 동) 규모로 2018년 11월 준공됐다. 올해 3월 착공한 3단계 사업(BIFC Ⅱ)은 핀테크·블록체인 등 금융기술 생태계 구축을 위한 금융기술타운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산업은행 이전이 확정될 경우, BIFC 3단계 개발 예정지로 이전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지난달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은 해당 장소를 둘러보기도 했다. 
 
▲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사진제공=부산광역시]
 
현시점에서 부산의 금융경쟁력은 어느 정도일까. 부산국제금융진흥원에 따르면, 부산시의 국제금융센터지수(GFCI, Global Financial Centres Index) 순위는 9월 기준 전 세계 128개 금융 도시 중 29위를 기록했다. 이는 3월과 비교했을 때 1계단 상승한 것으로, 2015년 이후 처음으로 20위권에 재진입한 결과다. 같은 기간 서울은 11위를 기록했다.
 
GFCI는 런던의 금융중심지 시티오브런던이 후원하고 글로벌 컨설팅 기관인 Z/Yen 그룹이 평가해 매년 3월, 9월 두 차례 세계 주요 금융센터의 국제금융경쟁력 순위를 결정한다.
 
평가 방법은 정량평가와 정성평가로 진행된다. 정량평가는 국제기구 등이 발표하는 151개 각종 통계지표를 활용해 △인적자본 △기업환경 △금융부문 발전 △기반시설 △평판 및 일반요소 5개를 평가하고 정성평가는 24개월 내 전 세계 1만1038명의 금융전문가들 대상 온라인 설문을 실시해 150개 이상의 유효 응답을 기반으로 평가한다.
 
결과를 두고 부산국제금융진흥원은 “코로나19 지속, 국제무역 관련 불확실성 증대 등으로 세계경제에 대한 신뢰가 하락하는 상황에서도 부산이 2020년 상반기 이후, 상승세를 이어나가면서 20위권에 진입한 점을 주목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부산으로 오세요”… 산은 이전으로 부산 금융경쟁력 강화 기대감↑
 
부산시, 부·울·경 경제계 등은 산은 이전이 부산의 금융경쟁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존 부산의 금융 중심지 육성 전략에 산은 본점 이전을 더해 강력한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7월 닻을 올린 민선 8기 부산시정이 목표한 과제 중 하나이기도 하다. 부산시 ‘민선 8기 시정방향 및 주요업무계획’에 따르면, 부산시는 민선 8기 정책목표 및 중점 추진전략의 하나로 ‘지·산·학이 주도하는 창업금융도시’를 제시했다.
 
이 중 ‘디지털 금융중심지 육성’ 항목을 통해 부산시는 산업은행 본점 이전을 통해 금융산업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자동차·조선 등 남부권 주요 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글로벌 금융기관 협업·유치를 통한 금융허브 조성 및 디지털금융 성장 기반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박형준 부산시장 역시 7월 열린 ‘대통령과 민선 8기 취임 시·도지사 간담회’에 참석해 이 같은 뜻을 재확인했다.
 
당시 박 시장은 “산업은행 이전 추진으로 공공기관 이전을 통한 수도권 중심 발전에 벗어난 지역 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도 높은 시기”라며 “부산을 수도권에 버금가는 금융도시로 만들기 위해 산업은행 이전 등에 대해서도 대통령의 지속적인 관심과 새 정부에서도 적극적인 지원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부·울·경 경제계 역시 이러한 주장에 힘을 보탰다. 부산상공회의소, 울산상공회의소, 경상남도상공회의소협의회는 지난달 16일 산은 본점 부산 이전을 촉구하는 공동 성명서를 발표했다.
 
공동성명서에서 이들은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은 단순히 금융공기업 하나를 지방으로 이전하는 것이 아니라 수도권 일극화를 극복하고 지방 소멸의 위기에 직면해 있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일이라고 밝혔다.
 
또 일각에서 산은 본점 이전이 지역 균형발전과 부산의 금융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1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통해 이미 기업유치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 새로운 산업 육성에 있어 공공기관이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 증명됐다고 주장했다.
 
장인화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은 “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은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대표적인 국정과제이고 국가균형발전에는 여야 정치권이 이견이 없는 만큼 조속한 본점 이전을 기대한다”면서 “산업은행 본점 이전을 위해 부·울·경 경제계도 지속적으로 한목소리를 내고 필요한 사항들을 적극 챙겨나가겠다”라고 말했다.
 
부산 글로벌 금융허브 도약에 산은 이전 효과는… 산은 노조 “가능성 없다”
 
반면, 이전 반대 측은 “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을 통해 부산을 글로벌 금융 허브도시로 도약시켜야 한다”는 주장에 고개를 젓는다.
 
특히, 산업은행 노동조합 측이 강하게 부정하고 나섰다. 이들은 금융산업은 특성상 인적·물적 네트워크와 집적효과가 경쟁력을 좌우하며 실물경제 뒷받침 없이 단순 금융기관 이전만으로는 지역 산업과 금융업을 성장시킬 수 없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노조는 사회·경제적 측면에서 기존 부산 지역의 지방은행과의 시장 마찰을 우려했다. 지방은행이 이미 영업구역을 기반으로 소매 및 기업금융 업무를 수행하고 있어 산은이 이전하게 되면 업무 경계가 모호해지며 상대적으로 낮은 대출금리로 민간 지방은행의 이익을 침해할 가능성마저 생긴다는 것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실제 9월 기준 기업대출 금리는 산업은행이 4.47%,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이 각각 5.01%, 5.33%로 양 은행 간 차이를 보였다.
 
▲ 조윤승 산업은행 노동조합위원장은 스카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산업은행 본점 이전으로 부산이 아시아의 새로운 금융 허브로 부상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전혀 없다고 본다”며 “차라리 서울에 총력을 다해야 그나마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사진=이종원 대기자] ⓒ스카이데일리
 
또 노조는 산은 부산 이전에 ‘정책일관성’이 결여됐다고 지적했다. 종합 금융기관인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은 국내 금융중심지를 지역 특성에 맞게 육성시키고자 하는 금융위의 정책 추진 방향에 저촉된다는 주장이다.
 
노조 측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2020년 5월 ‘금융중심지의 조성과 발전에 관한 기본계획’(2020~2022)을 통해 서울을 ‘종합 금융중심지’, 부산을 ‘해양·파생상품 특화 금융중심지’로 설정해 지역별 특화전략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종합 금융중심지’ 특화전략인 서울은 △글로벌 금융중심지 수준의 경영 인프라 구축 △여의도 금융기관 유치 및 공간조성 등 금융중심지 활성화 △서울을 아시아 핀테크 중심지로 집중 육성을 주요 계획으로 한다. 이에 비해 ‘해양·파생상품 특화 금융중심지’인 부산은 △해양 클러스터 기반의 해양금융 특화 △외국계 해양금융기관 유치를 통한 선박금융 글로벌화 △신북방 국가 대상 금융외교 확대가 주요 계획이다.
 
조윤승 산업은행 노동조합위원장은 스카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산업은행 본점 이전으로 부산이 아시아의 새로운 금융 허브로 부상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없다고 본다”라며 “차라리 서울에 총력을 다해야 그나마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조 위원장은 “대한민국 글로벌 금융허브라는 것은 결국 외국계 금융기관들과 사업, 프로젝트 진행 및 해외 자금 조달 등인데 이런 것들을 실질적으로 유의미하게 진행하고 있는 곳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밖에 없다”면서 “(산업으로 부산으로 이전한다는 것은) 글로벌 금융허브를 안 하겠다고 선언하게 돼 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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