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7일 이태원 참사 원인에 대해 파악하는 첫 국회 차원 현안 질의에서 일제히 정부를 질타했다. 국가의 재난대응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은 명백한 인재(人災)라고 규정했다. 경찰의 대응 실패에도 여야 구분 없는 질타가 쏟아졌는데, 국민의힘은 당시 용산경찰서·서울경찰청의 대응 시스템이 정상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점에 대해 설명했고, 민주당은 이상민 장관·용산 대통령실 이전 등 책임론을 거듭 지적하며 이상민 장관의 사퇴를 요구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비롯해 오세훈 서울시장·윤희근 경찰청장·김광호 서울경찰청장·박희영 용산구청장·남화영 소방청장 직무대리 등을 상대로 이태원 참사 관련 전체회의를 열고 현안 질의를 했다. 또한, 송병주 용산서 112상황실장 등 3명은 수사 대상을 이유로 이날 행안위 질의에 불참했는데, 여야는 16일 열리는 행안위 전체회의에 이들을 불러 질의에 나설 예정이다.
책임론 공세에 주요 타겟이 된 건 이 장관이었다. ‘정부, 지방자치단체, 경찰이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했다면 156명이 사망하지 않을 수 있었나’는 최기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이 장관은 “최종 결과가 나와야 알겠지만, 현재로서는 그렇게 판단한다”고 답했다.
책임 회피성 발언에 대해서는 ‘그런 취지가 아니었다’는 해명을 이어갔다. 이 장관은 “당시 기자가 ‘경찰 병력을 더 많이 배치했으면 사고를 막을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취지로 질문해서 ‘이번 사건은 엄청난 사건이라 정확한 원인을 알아야 올바른 대응을 하고 재발을 막지 않겠느냐’는 취지로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참사 이튿날 ‘올해 핼러윈에 예년과 같은 수준의 인파가 모였다’는 발언에 대해서는 “특별한 자료를 공식 보고받은 바 없고, 언론에서 얘기된 걸 받았다”고 전했다.
다만 이 장관은 거취논란에 대해서 ‘윤 대통령이 장관을 경질한다는 말씀도 없고, 장관도 사퇴 의사를 표명 안 한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며 “현재로서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현재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서 수행할 것”이라고 사퇴 거부 의사를 완곡히 밝혔다.
국민의힘은 사고 대응 전반에 투입됐던 경찰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사고 당시 늑장 도착과 늑장 보고로 논란이 된 이임재 전(前) 용산경찰서장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그는 문재인정부에서 임명된 경찰대 출신으로 대표적 알박기 인사로 꼽혔다. 경찰은 2일 이 전 서장을 대기 발령했으며, 행안위는 이날 이 전 서장과 함께 참사 당일 서울청·용산서 112 상황관리관이었던 류미진 총경(전 서울청 인사교육과장), 송병주 용산서 112 상황실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이 자리에서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은 “이태원 도착 후에 30분이나 지난 후에 서울청장한테 보고하는 행태는 범죄행위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며 “일부 언론 보도를 보면 이임재 전 서장 등이 문재인 정권 퇴임 3개월 전에 단행된 알박기 인사라는데 (경찰은) 파악하고 있느냐”고 강조했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 또한 “현장을 관할하는 이 전 용산경찰서장의 미스테리를 푸는 것이 책임을 밝히는 첫 순서로 본다”며 “사고 발생 직전 쏟아지는 112신고를 무시하고 단 4건만 현장을 출동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사고 발생 후 1시간 20분 이후에나 첫 보고를 하는 등 고의적인 행동을 했다. 당장 긴급 체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 전 서장에 대해서는 현재 수사 중”이라면서도 문재인 정권과의 연관 의혹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김교흥 민주당 의원은 김관호 서울청장에게 “참사 당일인 오후 8시40분 쯤 대통령 사저가 있는 서초동에는 집회 시위가 없었는데도 2개 중대, 아직 빈집인 대통령 한남동 관저에는 200명의 기동대가 있었다”며 “이 중 병력 1개 중대만 이태원 현장에 투입했으면 참사는 막을 수 있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여야는 ‘핼러윈은 행사가 아니라 현상으로 봐야 한다’는 발언과 부실 대응 의혹으로 논란이 된 박 구청장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질타했다. 박 구청장은 재차 사과하며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는 애통함과 무거운 책임감에 죄송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며 “죄인의 심정으로서 구청장으로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진상규명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이 발언의 진의를 묻자 “큰 희생에 관한 마음의 책임”이라고 밝혔다. 김철민 민주당 의원은 “그동안 용산구에서는 핼러윈 대책 등을 쭉 세워왔고 규정(용산구 재난안전조례)이 있음에도 이번에는 하지 않았다”며 “대책회의에도 구청장 대신 부구청장이 주재했는데 상당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박 구청장은 “취임 4개월 차 구청장이고 (대책회의는) 작년에도 그렇게 했다는 전례가 있어 그렇게 했다”며 “그럼에도 면밀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 구청장은 ‘이태원 참사에 분명한 책임이 있다고 밝혀진다면 오늘이라도 바로 사퇴하겠냐’는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의 질의에 “진상조사에 잘 응하겠다”고만 답했다. 박 구청장은 이어 “저는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위원님 또래 분들이 겪으셨던 것을 직접 눈으로 봤기 때문에 제 마음에 큰 짐을 갖고 있다. 죄인 같은 심정”이라고 덧붙였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시는 위험을 인지했느냐’는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대해 “미처 예측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의 ‘시가 처음으로 사고를 인지한 시점이 언제였느냐’는 질문에 대해 “(서울)소방재난본부장이 현장에 가장 먼저 출동할 수 있는 직위에 있다”며 “소방재난본부에서 처음 신고를 받고 파악해 3개 소방서에 출동 지령을 내린 것이 시에서 한 첫 조치”라고 밝혔다.
‘이태원역 무정차가 이뤄지지 않아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의 지적에는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오 시장은 김교흥 민주당 의원이 참사 당시 유럽 출장과 관련해 ‘외유’라는 표현을 쓰자 “자꾸 외유라는 표현을 쓰는 데 출장이다. 일하러 갔다”며 “김의승 행정1부시장에게 각별히 신경 써달라고 지시하고 갔다. 아무것도 안 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국정조사에 대한 생각을 묻는 송재호 민주당 의원 질의에는 “국회에서 정해주는 대로 따르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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