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대세 하락하는 가운데 상장지수증권(ETN)에 대한 투자 열기는 식지 않고 있다. 기대수익이 커 ‘한방’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몰리는 양상이다.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ETN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채권·금·주가지표 등에 이어 치킨·부산엑스포 관련 업종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들도 대거 등장했다.
증시 부진에도 다양한 ETN 상품 대거 출시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ETN 339종목의 최근 한 달간(10월25일~11월25일) 주가 상승률은 평균 -4.7%로 집계됐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9.0%)과 비교해 13%p 이상 낮았다.
다만 모두 하락한 건 아니었다. 91종목은 코스피지수보다 높은 수익률을 거뒀다. 이 중 천연가스 등 원자재 ETN 38종목의 상승률은 평균 27.2%에 달했다. 주가지표 등 주식 ETN(44종목)과 국채 등 채권 ETN(7종목)도 각각 평균 14.7%, 15.2%로 높았다.
ETN은 원자재·환율 등 기초자산의 가격 변동에 따라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설계한 채권 형태의 상품(파생결합증권)으로 증권사의 신용도를 기반으로 발행된다. 상장지수펀드(ETF)처럼 거래소에서 사고팔 수 있지만 펀드 규제를 받는 ETF보다 상품 다변화에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적은 수수료로 해외 자산 등에 투자할 수 있어 중위험·수익 상품으로 꼽힌다.
증시 부진에도 ETN 시장의 규모는 커지고 있다. 11월 ETN 거래대금(25일 기준)은 7조3954억 원(일평균거래대금 3892억 원)으로 2020년 4월(거래대금 8조2528억 원·일평균거래대금 4126억 원)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10월을 합치면 더 압도적이다. 10월·11월 ETN 거래대금은 총 13조5899억 원으로 올해 전체 거래대금(30조6513억 원)의 절반에 육박했다.
두 달간(10월1일~11월25일) 증시에 입성한 ETN 종목 수도 51개에 달했다. 올 1월부터 9월까지 48종목이 신규 상장한 것을 고려하면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다. 특히 개인투자자는 11월 중에만 ETN 577억 원 어치를 순매수하며 ETN 시장을 주도했다. 이들은 9월(-1761억 원)과 10월(-169억 원) ‘팔자행진’을 끝내고 3개월 만에 ‘사자’로 전환했다. 반면 11월 한 달간 외국인은 4600만 원 사들이는 데 그쳤고 기관은 623억 원 어치를 팔아치웠다.
이 같은 성장세는 원자재 외에 다양한 ETN 상품들이 시장에 등장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신한투자증권이 11월17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신한 FnGuide 치킨 ETN’가 대표적이다. 이는 치킨 산업(양계·사료 제조·계육 가공·유통 등)과 관련성이 높은 기업에 투자하는 ETN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가 산출하는 ‘FnGuide 치킨 지수’를 기초지수로 삼는다. △하림 △교촌에프앤비 △한일사료 △마니커 △마니커에프앤지 △이지홀딩스 △푸드나무 △동우팜투테이블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 △팜스코 등 10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특정 이벤트에 연동해 추가수익을 지급하는 ETN도 나왔다. 미래에셋증권이 지난달 25일 상장한 ‘미래에셋 FnGuide 부산엑스포 추가수익 ETN’이 그 주인공이다. 이 ETN의 수익구조는 △주가수익 △배당 재투자 수익 △부산엑스포 유치 여부에 따른 추가수익으로 구성된다. 추가수익은 부산 엑스포 유치 성공 시 30일간 매일 0.04%p씩, 유치 실패 시 30일간 매일 0.01%p씩 지급된다. 기초지수인 ‘FnGuide 부산엑스포 추가수익TR지수’는 부산 엑스포 유치 지원 민간위원회에 참여하는 삼성전자·현대차·포스코홀딩스·SK 등 11개사를 담고 있다.
금리 인상으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국고채 ETN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3년·5년 국고채 ETN이 출시됐다는 점이다. 단기채는 주식보다 원금 손실 가능성이 낮고 장기채보다는 듀레이션(투자금의 평균 회수 기간)이 짧아 안정적인 수익을 도모하는 상품으로 꼽힌다. 저변동성 상품에 대한 투자수요에 맞춰 메리츠증권은 10월 말 단기 국채 ETN 종목들을 상장했다. 해당 종목은 △메리츠 국채3년·5년 ETN △메리츠 레버리지 국채3년·5년 ETN △메리츠 인버스 국채3년·5년 ETN △메리츠 인버스2X 국채3년·5년 ETN 등이다.
달러 강세가 정점에 다다랐다는 기대감에 금 현물의 가격상승(하락)분을 두 배 반영하는 레버리지 ETN도 이목을 끌고 있다. 해당 상품은 대신증권이 8일 상장한 ‘대신 레버리지 KRX 금현물 ETN’이다. 이는 거래소가 8월 발표한 ‘KRX 금현물 레버리지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아 금 현물 지수의 2배 수익률을 추종한다. 만기가 있는 금 선물을 기초자산으로 한 상품과 다르게 현물을 기초자산으로 구성해 롤오버(만기일 이월) 위험이 적다는 평가를 받는다.
원자재에 대한 ETN 투자도 개별섹터가 아닌 ‘자원부국’으로 향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11월28일 국내 최초로 인도네시아 ETN 3종을 상장했다. 해당 상품은 △미래에셋 인도네시아 Top5 ETN △미래에셋 인도네시아 금속&에너지 Top5 ETN △TRUE 블룸버그 인도네시아 대표원자재 ETN 등이다. 이 중 ‘인도네시아 대표원자재 ETN’은 원자재와 에너지 섹터에 속하면서 석탄 채굴 기업에 속하지 않는 종목에 투자한다.
ETN 조기청산 및 괴리율 확대 등 유의해야
ETN 활성화에 대한 금융당국의 의지도 강하다. 거래소는 지난달 시행세칙을 개정해 소수점 배율(±0.5배율 단위)을 도입했다. 채권형 상품에 한해서는 3배율 레버리지를 허용했다. 기존 4종(±1·±2)이던 ETN 적용배율은 8종(±0.5·±1·±1.5·±2)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채권형은 12종(±0.5·±1·±1.5·±2·±2.5·±3)으로 확대된다. 상품 안정성을 제고하기 위해 허용범위 내에서 투자위험을 조절하고 채권에 대한 관심이 커진 점을 고려한 조치라고 거래소는 설명했다.
하지만 ETN은 부담 없이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은 아니다. 조기 청산 가능성 등 투자 시 유의해야 점도 적지 않은 편이다. ETN은 장 종료 시점(IIV) 실시간 지표가치(증권당 실질가치)가 전일 대비 80% 이상 하락하거나 1000원 미만인 경우 조기청산 대상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지난달 KB증권의 ‘KB레버리지항생테크선물ETN’은 홍콩 증시 급락 여파로 실시간 지표가치가 869원까지 내려가면서 상장폐지에 이르렀다.
또 투자수요 급증으로 수급 불균형이 초래될 경우 ETN의 괴리율(시장가격과 내재가치 간 차이)이 커져 투자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 괴리율이 양수(+)로 크게 확대됐다는 것은 해당 상품가격이 고평가됐다는 뜻이다. 기초자산 가격이 상승해도 기대수익을 실현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고평가된 시장가격이 내재가치로 수렴해 정상화되는 경우에는 오히려 괴리율에 해당하는 차이만큼 투자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 ETN을 발행한 증권사에 부도, 파산 등이 발생하는 경우 투자원금을 전부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는 점도 인식해야 한다.
이 같은 우려에도 증권업계는 당분간 ETN 투자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PTP(Publicly Traded Partnership) 이슈의 대안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PTP는 천연자원·금·은·부동산·인프라 등의 분야에 파트너십 형태로 투자하는 합자회사를 뜻한다. 미 정부는 내년부터 미국 비거주자가 PTP를 매매할 때 매도대금의 10%를 원천징수 할 예정이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내 ETN 시장의 순자산총액과 거래량 상위권 종목이 원자재에 집중돼 있다”며 “PTP 이슈로 관련 해외 ETF에 대한 투자수요가 국내시장으로 환입될 가능성이 높고 국내 ETN 상품이 투자수요 이전에 따른 수혜를 얻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 연구원은 이어 “PTP 이슈와 중복되는 원자재 관련 국내 ETN 상품의 경우 낮은 비용과 높은 유동성 등 거래 편의성 측면에서 투자수요 이전을 흡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