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최고세율을 현행 50%에서 40%로 낮추고, 상속인이 실제로 물려받은 재산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가업상속공제를 확대해 기업의 세금 부담을 줄이고 원활한 경영권 승계를 지원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대구 서구·재정경제기획위원회)은 12일 상속세 부담 완화와 가업승계 지원을 위한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 3건을 대표발의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상속·증여세 최고세율 인하 및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 ▲유산세에서 유산취득세로의 전환 ▲가업상속공제 확대를 골자로 한다.
김상훈 의원실은 정부가 8월 발표한 세제개편안은 가업상속공제 업종을 줄이고 요건을 대폭 강화해 승계의 문턱만 높였을 뿐 세율 인하나 유산취득세 전환 같은 과세체계 개편은 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현재 상속세 최고세율은 50%이고 최대 주주 할증 평가까지 더하면 실질 최고세율이 60%에 달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상속세 징수액이 10년 동안 1조9437억 원에서 10조393억 원으로 늘어나고 과세 대상 피상속인도 2000년 1389명에서 2024년 2만1193명으로 15배 늘었는데도 최고세율 50%와 과세표준 구간은 25년째 같은 기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특히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는데 과세 기준이 그대로 유지되면서 상속세가 ‘부자들이 내는 세금’에서 중산층 세금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이 16억 원을 돌파했지만 기본 공제 한도는 10억 원에 머물면서 서울에 아파트 한 채만을 가진 채 은퇴한 경우에도 상속세 대상이 되는 것이다.
기업 승계의 어려움도 상속세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 기업이 상속세를 부담하지 못하고 해외 사모펀드에 매각한다면 핵심 기술이 유출되거나 단기 가치 제고를 위한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계 사모펀드 칼라일그룹은 6월7일 정수기 제조사 청호나이스 및 계열사 지분 100%를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창업주인 고(故) 정휘동 회장 별세 이후 발생한 약 3000억 규모의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중견·중소 기업의 경우 상속을 포기하는 과정에서 폐업을 결정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대규모 실업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개정안은 상속·증여세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낮추고 최대 주주 주식에 붙는 20% 할증 평가를 폐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가업승계 부담을 덜고 주가를 누르는 요인을 해소하려는 것이다.
또한 현행 상속세는 피상속인의 유산 총액에 과세하는 ‘유산세’ 방식인데 상속세를 운영하는 OECD 24개국 중 유산세 방식은 한국·미국·영국·덴마크 4개국뿐이다. 나머지 20개국은 상속인이 받은 재산에 과세하는 ‘유산취득세’ 방식을 쓴다.
개정안은 현행 유산세 방식을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전환해 상속인이 실제로 받은 재산을 기준으로 과세하도록 했다. 이를 위해 상속세 과세 건의 93%가 일괄공제 5억 원만 받는 현행 공제를 폐지하고 상속인별 인적공제(직계비속·존속 상속인 5억원 등)를 신설했다. 배우자는 실제 상속받은 재산 전액을 한도 없이 공제하고 최소 10억 원을 보장한다.
또한 수도권에서 기회발전특구로 이전하거나 특구에서 창업한 기업은 가업상속재산가액 전액을 한도 없이 공제받도록 하고 국가전략기술 영위기업은 공제한도를 1.5배로 상향했다.
김상훈 의원은 “상속세가 기업을 포기하게 만드는 세금이 되어서는 안 된다”라며 “세율과 과세 방식을 함께 고쳐 기업이 세금 때문에 팔려나가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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