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요 건설사들이 지난해 시장 침체와 원자재값 상승 등으로 주력 사업인 주택사업이 부진해 어려운 한 해를 보냈지만, 각 회사별 전략에 따라 희비가 나뉘었다. 올해에도 한동안 주택시장의 침체가 이어져 지난해보다 더 수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건설업계의 수익성이 본격적인 시험 무대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물산·대우건설, 해외 사업 본궤도… ‘희(喜)’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순위 1위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해 연결 재무제표 기준 매출 14조5980억 원, 영업이익 8750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32.8%(3조6090억 원) 늘어났고, 영업이익은 248.6%(6240억 원)나 늘었다.
지난해 4분기 연결 기준으로도 매출 4조310억 원, 영업이익 241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8.0%·81.2% 증가했다. 매출 4조 원대를 돌파하며 깜짝 실적을 보였던 지난해 3분기에 이어 하반기 모두 선방했다.
삼성물산은 건설 경기 불황 속에서도 국내외 대규모 프로젝트들이 착공해 본궤도에 돌입하고, 국내외 수주 또한 확대되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반 상승했다. 2021년 탈석탄 선언으로 발생한 영업손실에 따른 기저효과도 있었다.
지난해 누적 건설 수주만 16조9680억 원으로 연간 목표인 16조7000억 원을 초과 달성해, 창사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수주잔고는 지난해 말 기준 27조6530억 원대에 이른다.
다만 글로벌 경기 위축 본격화 등 비관적 전망에 따라 삼성물산은 올해 건설·패션·바이오·상사 모두를 합친 총 매출 목표와 수주 목표 모두를 지난해 대비 각각 6.5%·6.8% 낮춘 40조4000억 원·13조8000억 원으로 설정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의 경우 새로운 성장동력의 확보가 확인되지 않아 주가가 기조적으로 상승하지 못했다”면서 “올해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추진되는 태양광·수소·신도시 사업 관련 의미있는 수주 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총 매출 10조4192억 원, 영업이익 7600억 원을 기록하며 각각 전년 대비 20.0%·2.9% 증가해 창사 이래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영업이익률도 7.29%로 업황 대비 준수한 수준을 보였다.
신규 수주 또한 목표치인 12조2000억 원을 초과 달성했다. 지난해 신규 수주는 14조1295억 원으로 전년 11조830억 원보다 27.5% 증가했으며, 수주잔고 또한 2021년보다 8.3% 증가한 45조545억 원으로 연 매출액 대비 4.3년가량의 일감을 확보한 상태다.
대우건설은 주택시장 침체에도 견고한 분양 실적을 기록함과 동시에, 특히 이라크 알포 프로젝트·나이지리아 액화천연가스(LNG) 트레인7 프로젝트 등 해외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실적을 끌어올렸다.
주택사업 비중 높은 건설사 ‘주춤’, 수익성 다변화 ‘과제’
현대건설·DL이앤씨·GS건설·HDC현대산업개발 등 건설사는 원자재값 상승 등 주택사업 부진의 영향을 받아 다소 주춤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총 매출 21조2391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7.6%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5820억 원으로 전년 대비 22.8% 감소했다. 매출만 놓고 보면 5대 건설사 중 가장 높지만 원자재값 상승 등 여파에 수익성이 다소 감소했다.
현대건설은 토목·플랜트 등 전통 건설업 강자이기도 하지만 주택사업 비중이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이로 인해 지난해 주택사업 불황에 따라 매출원가율이 92.9%로, 전년(90.1%) 대비 2.8%p 증가해 원가 부담이 늘었다.
다만 GTX 사업·사우디 네옴시티 수주 기대 등 탄탄한 수주 경쟁력을 앞세워 회사가 매출 계획을 지난해 대비 20% 높은 25조5000억 원으로 책정한 점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국내외 고른 실적을 냈음에도 영업이익이 감소한 것은 UAE 미르파 발전·두바이 관람차 등 해외 사업 일회성 비용 반영과 현대엔지니어링 하반기 이익 감소에 기인한 것”이라면서 “견조한 선별 분양과 GTX 사업·사우디 네옴시티 수주 기대 등으로 올해 매출 가이던스가 시장 기대치 대비 대폭 높게 제시된 점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주택사업 비중이 70%를 웃도는 DL이앤씨는 지난해 잠정집계 매출 7조4968억 원, 영업이익 4963억 원으로 각각 1.8%·48.2% 감소하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동반 하락했다.
신규 수주는 지난해 4분기에만 4조4000억 원을 달성하며 전년 대비 12.8% 증가한 11조8944억 원을 기록했다. DL이앤씨 측은 “현재 건설업종 전반적으로 어려운 경영 환경이 지속되고 있지만, 수익성 높은 양질의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수주 활동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GS건설은 지난해 총 매출 12조2990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36.1%나 증가해 매출 10조 원대를 다시 웃돌았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4.1% 감소한 5550억 원을 기록했다. 역시 원자재값 상승 등에 따른 보수적인 원가율 반영이 주요 원인이었다. 그러나 신규 수주는 전년 대비 20.6% 증가한 16조740억 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GS이니마·폴란드 단우드·GPC(모두 GS건설 자회사) 등 신사업 부문이 처음으로 매출 1조 원대를 돌파하면서 미래 성장 동력에 투자한 성과가 점차 두드러지고 있다.
GS건설 측은 “녹록지 않은 대외환경을 고려해 선제적으로 원가율을 보수적으로 반영하면서 향후 어떤 변수가 발생하더라도 안정적인 이익 성장이 지속될 것”이라며 “탄탄한 실적을 바탕으로 경쟁력 우위 사업의 내실을 더욱 강화하는 동시에 신사업 부문의 지속적인 성장세로 미래 성장 동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택사업 비중이 75% 안팎에 달하는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총 매출 3조2983억 원, 영업이익 1163억 원을 기록하며 각각 2.0%·57.4% 감소했다. 영업이익의 감소세가 특히 컸다.
HDC현대산업개발 측은 “일부 현장 충당금 설정과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 및 건설경기 둔화, 건자재 가격과 외주비 상승 등에 따른 이익 감소가 반영됐다”면서 “올해에는 각 부문별 새로운 가이드라인에 따라 사업성 검토와 수주를 진행해 수익성을 제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사들이 건설경기 불황에도 대체로 지난해 대규모 손실은 방어하는 데 성공한 모습이다. 하지만 올해는 글로벌 경기 불황 및 주택시장 침체 장기화와 함께 건설자재 수요·공급 불균형으로 주택사업과 관련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송 연구원은 “주요 건설사를 중심으로 올해 국내 신규 수주 목표는 축소됐고, 해외 수주 목표는 모든 업체가 지난해 실적 대비 높게 제시했다”면서 “실적 부진의 원인이 대부분 주택 부문 마진 하락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했다.
이어 “올해부터는 분양 물량 감소가 가시화됨에 따라 이에 대한 방어와 동시에 해외 및 신사업 수주에 공을 들여야만 향후 1~2년간 이어질 주택 실적의 공백을 메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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