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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북한은 외자를 유치하고 경제특구를 설치하는 등 경제면에서 큰 변화를 보이고 있다. 남한이 변화하는 북한에 선제적으로 투자할 경우 남한은 신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연구원은 주장했다. 사진은 확 달라진 평양 시내 신축 건물들의 모습(위 사진)과 택시가 오가고 한층 자유로움이 느껴지는 평양시내 시민들의 모습. <사진=(사)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 제공>
북한의 중국 의존도를 줄이려면 남한의 선제적 대북투자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한국의 선제적 대북투자는 통일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주요 방안이기도 한 것으로 지적됐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2일 ‘최근 북한 경제정책 특징과 통일에의 시사점’ 자료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남북경협과 선제적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자료에 따르면 최근 북한의 경제 정책은 과거에 비해 경제개혁을 촉진시키고 대외 개방정책을 강화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연구원은 북한의 경제적 변화를 지속시키고 이를 통일의 기반으로 삼으려면 남한의 경제적 역할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북한, 경제관료 대우하고 공장·기업소에 성과급제 도입
현대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북한경제는 과거와는 다른 면모를 보이고 있다.
우선 경제관료에 대한 정책이 과거와 비교해 크게 달라진 것이 주목되고 있다. 김정은이 제1비서로 집권한 이후 북한은 경제 부문 내각의 권한을 강화시키는 내각책임제를 추진했다.
북한은 2012년 ‘4·6 담화를 통해 내각에서 결정된 경제정책을 확고히 추진하고 이를 위해 국가재정을 내각에 집중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제 부문에 대한 내각책임제 실시는 김정일 위원장 시대부터 강조됐지만 당시에는 국방산업이 우선 정책으로 추진됐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김정은은 박봉주 내각총리를 비롯해 노두철, 곽범기 등 경제 관료 등 2002년 개혁·개방을 주도한 인물을 재임용했다. 북한은 2014년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박봉주 내각총리를 유임했고 김정일 시대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내각 총리의 현장 시찰을 공개적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 자료: 현대경제연구원 ⓒ스카이데일리
현대경제연구원의 이용화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시장경제 시스템과 경쟁체제를 도입했다. 최근 김정은은 농업과 기업소 부문에 부분적 시장경제 시스템 및 경쟁체제를 도입했다”고 전했다.
북한은 또 2012년 ‘6·28 농업개혁 조치’를 통해 협동농장을 개혁하고 농업 생산성을 향상하는 정책을 펼쳤다. 이를 위해 분조관리제를 개선하고 수확물의 자율처분권 확대하기도 했다고 연구원은 밝혔다.
분조별 생산성 평가를 통한 ‘차등분배’ 원칙 아래 종전 10~25명 단위 분조가 4~6명 단위로 축소됐다는 것이다. 또 제한적으로 운영되던 자율처분권도 크게 확대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목표생산량을 초과 달성할 경우 생산량의 70%는 국가가 가져가고 나머지 30%에 대해서는 해당 분조에게 처분권이 넘어간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북한이 2012년 ‘12·1 기업소 개혁 조치’를 발표하고 공장·기업소들이 독자적으로 생산품을 결정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고 적시했다. 이를 통해 기업소에게 가격과 판매 방법, 수익·배분 등을 자체 결정할 수 있는 자율성을 보장해 사실상 시장경제기능이 적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2·1 조치’는 제한적으로 실시되던 지배인 책임경영제를 대폭 확대해 각 기업소가 독자적인 생산 계획, 인원, 설비 등을 자율적으로 책임지게 한 조치라고 연구원은 설명했다. 북한의 지배인은 우리의 기업 경영자, 공장장에 해당된다. 이들은 공장, 기업소의 경제관리운영의 모든 문제들을 결정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정권은 노동시간과 기여도 등에 따른 성과급제를 도입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일한 만큼 수익금 차등 분배하는 일이 가능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최초로 지방정부 권한의 지방급 경제개발구 설치
북한의 경제적 변화는 외자유치 확대와 ‘경제개발구법’ 제정에서 크게 드러난다고 연구원은 설명했다. 일례로 최근 북한은 적극적인 외자유치를 위한 경제특구 관련 법과 제도를 집중적으로 제·개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공산권의 몰락으로 인한 경제난 해소를 위해 1980년대 중반부터 외자유치 관련 법·제도를 구축해왔다. 하지만 지속적인 외국인투자법제 정비에도 불구하고 제도 개선이 미흡해 대외 신뢰도는 악화됐었다.
연구원에 의하면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은 외국투자기업의 재산보호, 3통(통행·통신·통관)의 자유보장, 지적재산권 보호, 신변안전보장 등 외자유치 활성화를 위한 관련 법·제도를 제·개정했다.
▲ 자료: 현대경제연구원 ⓒ스카이데일리
북한은 지난해 5월에는 ‘경제개발구법’을 채택해 북한 전역에 경제특구를 확대시키기로 했다. 단일 법 규정에 근거해 외자유치를 도모하는 경제특구가 운영되는 것은 북한에서 최초의 일이라고 연구원 측은 밝혔다.
이용화 선임연구원은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정부 차원에서도 당 위원장과 인민위원장이 주도권을 갖는 경제개발구 설치가 가능한 법적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고 말했다.
북한은 본격적인 경제특구 확대를 위한 외자유치 기구로 ‘국가경제개발위원회’와 ‘조선경제개발협회’를 신규로 출범시키기도 했다.
보고서는 ‘국가경제개발 10개년 전략계획’의 수행을 위해 설치했던 국가경제개발총국을 ‘국가경제개발위원회’로 승격시켰다고 전했다. 국가경제개발총국은 국가경제개발전략을 실행하는 데 있어 드러나는 문제를 총괄하는 기구이다. 기존의 합영투자위원회가 수행해 온 모든 대외 경제사업은 ‘국가경제개발위원회’로 이관된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에 의하면 지난해 김정은 정권은 각 도별 경제특구 개발과 외국기업 지원을 전담하는 ‘조선경제개발협회’를 새롭게 출범시켰다. 조선경제개발협회는 경제특구에 대한 외국인 투자 유치와 토론회·정보 교류·자문 등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자료: 현대경제연구원 ⓒ스카이데일리
지난해 11월에는 지방급 경제개발구 13개를 각 도에 설치하는 계획이 발표됐다. 기존의 경제특구가 대규모 복합형 경제특구인 것에 비해 지방급 경제개발구는 지역별 특색에 맞는 소규모 경제특구였다.
농업·관광·수출 부문을 중심으로 한 경제개발구는 지역적 특색을 살려 북중 접경권 5개, 서해권 3개, 동해권 5개 등이 총 13개가 설치됐다. 개발구에는 평안북도 압록강경제개발구, 황해북도 송림수출가공구, 강원도 현동공업개발구 등이 있다.
“선제투자 통해 통일 비용 아끼고 성장동력 확보해야”
이 같은 북한의 대내외적인 변화를 통일로 가는 초석으로 삼기 위해서는 남한의 경제적 역할이 클 것으로 예상됐다.
이 연구원은 “맞춤형 지역별 경제특구 확대 등 북한의 변화가 지속될 수 있도록 남북경협 확대가 중요하다”며 “북한의 자원과 한국의 자본이 결합해 통일과정에서 시너지효과를 창출하려면 남북경협의 단계적 접근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그는 또 “북한의 변화를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남한의 선제적 대북투자가 중요하다”고 덧붙붙였다.
이 연구원은 “북한의 개혁·개방 확대를 위해 대북 인프라 투자를 중심으로 한 남한의 지원이 절실하다”며 “한국의 선제적 대북투자는 북한의 중국 의존도를 축소시키고 한국의 신성장동력을 확보하는 계기가 된다. 또 통일비용 최소화를 위한 차원에서도 필수요소다”고 말했다.
이어 이 연구원은 “문화·학술 교류와 함께 2014년 인천 아시안 게임 공동입장·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단일팀 구성 등 민족 동질성 회복을 위한 구체적인 노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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