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N여행] 청남대 개방 20년… ‘싸~악 ’ 달라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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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좋은 청주… 가벼운 주말 여행 하기 제격
세종이 요양했던 초정행궁 등 즐길 거리 다양

청주=임유이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6-15 09:32:17

▲ 대청댐 일원 약 55만 평 부지에 자리한 청남대는 ‘남쪽의 청와대’라는 뜻이다. Ⓒ스카이데일리

여행을 떠날 때 우선적으로 챙겨야 할 것은 돈도, 친구도 아닌 ‘핑계’다. 핑계가 있으면 돈 쓰는 것도, 시간을 들이는 것도 덜 아깝다. 청남대 개방 20주년을 맞아 충북 청주로 여행을 떠나보자. 주말여행에 이 정도 핑계는 있어야 보람이 있지 않을까.

청주는 물이 좋다. 먹는 물도 좋고, 바라보는 물도 좋다. 그래서 세종대왕도 이곳 약수에 반해 초정행궁을 지었고, 대통령도 호반에 반해 별장을 지었다.

1983년부터 2003년까지 대통령별장으로 사용

▲ 청남대는 청와대의 축소판이다. 60% 크기로 줄인 모습으로 건축됐다. Ⓒ스카이데일리

대청댐 일원 약 55만 평 부지에 자리한 청남대는 ‘남쪽의 청와대’라는 뜻이다. 1983년 전두환 정부 시절부터 5명의 대통령이 별장 겸 제 2집무실로 이용했다.

청와대 개방을 두고 말이 많았지만 청남대 개방은 충북 도민의 숙원 사업이었다. 이 일대가 워낙 성역시 되다 보니 주민은 성묘를 포기해야 했고, 모처럼 나들이 나온 여행객은 육중한 쇠문 앞에서 차를 돌려야 했다.

청남대 개관 20주년이 되던 2003년 노무현 정부가 드디어 청남대를 개방하기로 결정했다. 대통령이 청남대를 찾는 것은 고작해야 일 년에 서너 차례뿐이지만, 일반에 공개하면 절대 다수가 대청호라는 뛰어난 관광자원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공간을 엿보는 즐거움은 사실 덤이다.

청남대는 청와대의 축소판

▲ 음악분수 옆 메타세쿼이아 쉼터는 그 웅장함과 청량함으로 사시사철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청주=임유이 기자

▲ 봉황의 숲에 있는 봉황탑에 오르면 청남대 전체는 물론 대청호 일대를 조망할 수 있다. Ⓒ스카이데일리

청남대는 청와대의 축소판이다. 60% 크기로 줄인 모습으로 건축했으며 본관 외에 오각정·양어장·초가정·대통령 역사문화관·하늘정원·수영장·음악분수·대통령길과 같은 시설을 갖추고 있다.

특히 본관 진입로 양쪽으로 보기 좋게 늘어선 반송은 수령 80년 이상의 거목이다. 원래는 62그루나 되던 것을 6공화국 시절 청와대 본관을 준공하면서 절반 가까이 가져다 심었다. 현재 이곳에는 32그루의 반송만 남아있다.

100여 종이 넘는 조경수가 자라고 철을 따라 온갖 야생화가 피어나며 수달과 날다람쥐가 뛰노는 청남대는 그 자체로 훌륭한 자연 생태계를 이룬다. 특히 음악분수 옆 메타세쿼이아 쉼터는 그 웅장함과 청량함으로 사시사철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청남대 개방 20주년, 대대적인 변화의 바람

▲ 대한민국 임시정부기념관을 배경으로 배치된 이승만 전 대통령의 동상. 2022년 골프장을 리모델링한 이곳에는 ·박은식·이상룡·홍진·이동녕·송병조·양기탁·김구 대한민국 임시정부 행정수반 8명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청주=임유이 기자

2022년 골프장을 리모델링하여 대한민국 임시정부기념관으로 재개관했다. 기념관 광장에는 이승만·박은식·이상룡·홍진·이동녕·송병조·양기탁·김구 대한민국 임시정부 행정수반 8명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내부에는 항일투쟁과 독립운동의 역사를 엿볼 수 있는 전시물이 가득하다.

2023년 들어 청남대는 개방 20주년을 맞아 본관 1층 5개 침실을 합숙형 교육공간으로 리모델링 했다. 본관을 둘러볼 때는 해설사의 설명을 꼭 들어야 한다.

▲ 본관 응접실 통유리창 밖으로 분수가 시원하게 솟구치고 있다. 거실 창을 통유리로 바꾼 대통령은 누구일까? 청주=임유이 기자

▲ 대통령의 침실. 본관 5개 객실은 합숙용으로 시민에게 공개됐으나 이 방만은 관람만 가능하다. 청주=임유이 기자

분수를 좋아해 거실 창을 통유리로 바꾼 대통령은 누구인지, 낚시를 좋아해 호수에 고기를 풀게 한 대통령은 누구인지, 도청 감지기를 달았던 흔적이며, 경호원이 방문객을 감시하던 검은 창의 진실과 본관 샹들리에에 얽힌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세종대왕의 별장이었던 초정행궁

▲ 초정행궁은 1448년 방화로 소실된 것을 2020년 복원한 것이다. 초정행궁 뜨락에는 세종이 만든 천문과학기기가 전시되어 있다. Ⓒ스카이데일리

“초수는 고을 동쪽 39구리에 있는데 그 맛이 후추 같으면서 차고, 그 물에 목욕하면 병이 낫는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등장하는 초정행궁의 기록이다. 정무에 매진하느라 건강을 챙기지 못한 세종은 오랫동안 안질로 고생했다. 세종은 병 치료를 위해 1444년(세종 26년)에 봄과 가을, 초정행궁을 방문했는데 이곳에 넉 달간 머물며 한글 창제를 매듭지었다.

▲ 방문객이 초정행궁 야외 노천탕에서 족욕을 즐기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청주=임유이 기자

현 초정행궁은 1448년 방화로 소실된 것을 2020년 복원한 것이다. 이곳에는 세종대왕이 안질을 치료한 상탕, 두레박으로 물을 길어 마셨던 원탕, 목욕이 가능한 노천탕 3개의 우물이 있었는데 현재는 탄산수 우물 한 개만 남아있다. 행궁 건너편 상점에서 물통을 구입하면 약수를 떠갈 수 있으며, 야외 노천탕에서는 족욕 체험이 가능하다.

초정행궁 외관은 전통적이지만 시설은 현대적이다. 집현전·침전에서는 다양한 미디어 아트를 전시 중이며, 편전은 천문과학관으로 활용 중이다. 초정행궁 뜨락에는 세종이 만든 천문과학기기가 전시되어 있다.

청주=임유이 기자 lye@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