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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날 경기도 안산을 방문할 때마다 왠지 모를 시원함을 느끼지 않았는가. 서해를 끼고 자리 잡은 안산은 한국에서 보기 드문 해양성 기후다. 내륙인 서울과 비교할 때 여름에는 2℃ 더 시원하고, 겨울에는 2℃ 더 따뜻하다.
좁은 한반도 땅덩어리 안에서도 이처럼 기후 차가 확연한 게 놀라울 따름이다. 후덥지근한 장마철, 시원하고 볼 것 많은 안산으로 목적지를 설정해보자.
포말은 팔뚝을 스치고
시원한 폭포가 장관을 이루는 노적봉 공원은 성포동 가사미산에 위치한다. 해발 143m의 얕은 산이지만 낟가리를 쌓아놓은 듯 늠름한 자태가 과연 안산을 지키는 우청룡답다.
인공폭포인 노적봉폭포는 나이아가라 폭포 부럽지 않은 규모를 자랑한다.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웅장해진다. 나무 데크를 따라 폭포 곁을 지날 때면 물의 낙차가 일으키는 하얀 포말이 팔뚝을 간질이고 우렁찬 폭포 소리가 걸음을 붙잡는다.
노적봉에 오르면 서해안의 경관이 한눈에 들어온다. 철마다 바뀌는 해안과 바다의 모습을 도심에서 감상하는 즐거움이 있다. 특히 별망성지 뒤로 넘어가는 낙조가 볼 만하다.
단원조각공원에서 노적봉폭포로 향하는 육교 밑으로는 수인산업도로가 지난다. 롤러코스터를 연상시키는 이 다리는 노적봉공원의 상징이기도 하다.
안산갈대습지에서 빗속의 산책을
안산의 주요 하천인 신길천·화정천·안산천·반월천은 북쪽에서 발원해 해수호인 시화호로 흘러 든다. 안산의 모든 물길을 너그러운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시화호이지만 한동안 수질오염으로 몸살을 앓았다.
안산시가 시화호의 수질 개선을 위해 만든 게 안산갈대습지다. 호수도 아니고 마른 땅도 아닌 습지는 생태계 보전에 중대한 역할을 한다. 안산갈대습지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식물만 해도 300여 종에 이르며 15만여 마리의 철새, 나그네 새가 해마다 이곳을 찾는다.
사계절 언제 와도 좋은 곳이지만 장마철, 빗속의 산책을 즐기기에 그만이다. 자욱한 비안개 속에서 하염없이 걷노라면 ‘나는 누구? 여긴 어디?’ 세속의 번뇌로부터 잠시 비켜서게 된다.
허공에 띄운 섬
11km 길이의 시화방조제 중간에는 섬 아닌 섬 ‘시화 나래휴게소’가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이 인공섬 위로 시화 이루나타워 달전망대가 우뚝 솟아 있다. 달전망대는 하늘에 세운 섬이다.
엘리베이터는 1층과 2층 그리고 25층, 단 세 층만 운행한다. 꼭대기 달전망대에 오르면 서해와 시화호 일대를 360도 조망할 수 있다. 전망대 바닥 일부는 투명한 유리로 되어 있어 구름 위를 거니는 기분이 꽤 괜찮다. 전망대 이용료는 무료다.
물 위를 걸어 저 섬까지
탄도 미사일을 떠올리게 하는 이름 탄도항(炭島港)은 예로부터 참나무가 울창하여 숯을 많이 구워내던 곳이다. 탄도항에서 누에섬에 이르는 길은 하루에 두 번 모세의 기적이 일어난다. 물이 막 빠지기 시작할 때 걸으면 물 위를 걷는 것 같은 환상적인 사진도 찍을 수 있다.
세 대의 풍차가 만들어내는 아련한 풍경과 비릿한 바다내음, 갈매기의 노랫소리, 항구에 숨죽이고 엎드린 고깃배는 사람들이 탄도항을 찾는 이유다.
노을을 맞으러 가는 섬
대부도 서쪽의 구봉도는 과거 섬이었으나 현재는 염전 건설로 인해서 대부도와 하나가 되었다. 아홉 봉우리 ‘구봉도’ 끝에는 열 번째 봉우리 낙조전망대가 자리 잡고 있다. 낙조전망대 가는 길은 대부 해솔길의 하이라이트로 꼽힐 만큼 볼거리가 풍성하다.
구봉도 해안길을 따라 20분가량 걷다 보면 안면도 할매바위 할아비바위를 연상시키는 선돌 두 개가 모습을 드러낸다. 이 선돌의 이름도 할매바위 할아비바위다. 고기잡이 나간 할아버지를 하염없이 기다리던 할머니가 돌이 되었는데 뒤늦게 돌아온 할아버지가 이걸 보고 슬픔에 겨워 돌로 변했다고 한다.
물이 빠지면 해변을 따라 손쉽게 낙조전망대에 이를 수 있다. 하지만 만조 때는 어쩔 수 없이 개미허리 아치교를 이용해야 하는데 데크와 계단이 잘 되어 있음에도 길의 경사가 심한 게 사실이다.
붉은 노을을 보려는 욕심에 해가 바다에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다간 돌아오는 길이 너무 어두울 수 있으므로 이 점을 유의해야 한다. 대부도는 찐빵, 칼국수가 유명하므로 추억 삼아 로컬 음식을 음미해보는 것도 좋다.
한국에서 만나는 이국의 맛
안산은 외국인 비율이 13%나 된다. 한국에서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사는 도시다. 이국적인 분위기를 느끼며 한나절 보내기에 원곡동 다문화거리 만한 곳이 없다.
애플망고, 두리안 같은 이국의 과일을 구입하거나 길거리 음식인 차예단(3개 2000원)·꽈배기(1개 1500원)를 맛봐도 좋을 것이다. ‘오뚜기 도삭면’에서는 소고기가 듬뿍 든 홍소우육면을 8000원에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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