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땅] 소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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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땅] 소록도

박병헌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10-16 06:30:30

▲ 마가렛 피사렉 간호사의 장례 미사가 거행된 오스트리아 회팅 교구 성당에 세워진 영정. 연합뉴스

섬 모양이 마치 어린 사슴을 닮았다고 해서 소록도라 불린다. 이 섬은 한센병 환자 치료를 위한 국립소록도병원이 있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면적 3.79㎢에 해안선 길이가 12㎞에 불과한 작은 섬이다.

전남 고흥반도 남쪽 끝의 녹동항으로부터 약 600m 거리에 있다. 소록도에 갇힌 한센병 환자들은 녹동의 휘황찬란한 네온사인에 유혹을 느껴 손에 잡힐 듯한 육지로 헤엄쳐 수 없이 탈출을 시도했지만 물살이 워낙 센 탓에 생존자는 없다. 현재는 소록대교로 육지와 연결돼 있다.

일제 때 전염병인 한센병 환자들을 강제 수용시킨 곳으로 한센병 환자와 소록도병원 직원들만의 섬이었으나 아름다운 경관이 알려지면서 일반인들도 찾는 곳이 되었다. 녹동에서 배를 타면 5분 거리다. 육지에서 바라보면 섬은 아늑하고 평화롭다.

아직도 700여 명의 한센병 환자와 의료진·자원봉사자들이 살아가는 생활공간이라 여느 관광지의 흥겨움이나 소란스러움은 어울리지 않는다. 울창한 송림과 깨끗한 백사장이 아름다운 소록도해수욕장과 강제 수용되었던 한센병 환자들이 한에 서려 손수 가꾼 중앙공원 등 볼거리가 많다.

‘하늘이 내린 형벌’이라는 뜻에서 천형(天刑)이라고도 불리던 한센병 환자들의 생활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생활자료관과 한센병 환자로 이곳에 강제 수용됐던 한하운 시인의 시비, 소록도의 슈바이처라 일컬어지는 일본 군의관 출신인 하나이 젠키치 병원장의 창덕비 등 소록도의 아픈 역사를 접할 수 있다. 한센병 환자들이 살고 있는 마을에는 관광객이 들어갈 수 없다.

소록도병원에는 벽안의 의료인들이 눈에 띈다. 한센병 환자들을 돕기 위해 말도 안 통하는 이역만리의 외딴 이곳에 들어와 봉사하는 고마운 사람들이다.

얼마 전 오스트리아 출신의 ‘소록도 천사’ 마가렛 피사렉 간호사가 조국에서 선종했다. 자원봉사자 신분으로 39년간 한센인 자녀 영아원 운영·환자 재활치료·한센인 환경개선 지원금 모금 활동 등 평생을 오직 한센인을 위해 꽃길을 마다하고 가시밭길을 걸어온 분이다.

서울 중구 장충동 대한간호협회회관과 고흥군청에 닷새간 마련된 분향소에 시민들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진 것은 그의 헌신적 사랑과 숭고한 삶을을 추억하고 고마워했기 때문이었을 게다.

피사렉 간호사의 영원한 안식을 빌며 ‘소록도 천사’의 거룩한 정신이 더 큰 울림으로 돌아오기를 희망한다. 굿바이 마가렛, 하늘에서 편히 쉬시길! 박병헌 국제문화체육부장

박병헌 기자 bhpark@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