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땅] 광화문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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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땅] 광화문 광장

박병헌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7-02 06:30:40

▲ 서울시가 100ｍ 높이로 광화문 광장에 설치할 대형 태극기 조형물 조감도. 서울시·연합뉴스

서울 한복판에 위치한 광화문은 조선 500년 왕조의 법궁(임금이 있는 궁궐)인 경복궁의 정문이다. 조선을 건국한 태조 때 건립됐으니 무려 600년이 넘는다. 건립 당시에는 남문(南門)으로 불리다가 민족의 성군인 세종대왕이 ‘광화’라고 명명했다고 한다. ‘왕의 큰 덕과 빛이 온 나라를 비춘다’는 의미다.

경복궁은 동서남북으로는 건춘문·영추문·광화문·신무문 등 4개의 대문을 갖고 있다. 광화문은 경복궁의 남문이며, 궁성의 정문이다. 광화문은 왕이 드나드는 정문이었기 때문에 다른 궁궐의 정문에 비해 그 규모와 격식 면에서도 매우 웅장하고 화려했다.

광화문은 임진왜란 중에 소실됐고, 고종 때 경복궁을 다시 지으면서 복원됐지만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가 경복궁 안에 세워지면서 이전되는 숱한 아픔을 겪기도 했다. 6·25전쟁 때 포탄을 맞아 축대만 남았지만 1968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경복궁 정면에 다시 세웠다. 험난한 역사 속에서 모진 세월을 견뎌 온 우리의 광화문이다.

광화문 앞길 세종대로는 한때 왕복 20차선으로 국내에서 가장 넓은 도로였지만 현재는 12차선으로 줄어들면서 광장이 만들어졌다.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과 더불어 이 광장에서는 각종 집회 및 시위가 숱하게 열렸으나 코로나19 이후 다소 줄어든 편이다. 광화문 광장은 대한민국의 중심이자 1년에 2000만 명이 찾는 장소다.

이곳에 100ｍ 높이에 태극기가 게양된 대형 조형물, 영원한 애국과 불멸을 상징하는 ‘꺼지지 않는 불꽃’을 세운다는 국가상징 공간 조성 계획을 오세훈 서울시장이 얼마 전 발표했다. 6·25전쟁 제74주년 기념식에서다. 광화문 광장 일부를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상징성을 간직한 국가상징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구상이다.

국가상징 공간은 선진국에도 적지 않다. 미국 워싱턴 D.C.의 워싱턴 ‘모뉴먼트’,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의 ‘에투알 개선문’, 아일랜드 더블린 오코넬 거리의 ‘더블린 스파이어’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역사·문화·시대적 가치를 모두 갖춘 국가상징 조형물이다.

오 시장의 발표에 대해 ‘애국심을 국가주의와 민족주의적 이데올로기로만 해석하는 시대착오적인 사고방식’이라는 진보성향 단체의 비판을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미국과 프랑스 등의 국가상징 조형물도 구시대적인 사고방식이라고 폄훼할 것인가. 우리도 세계 순위 13위의 경제대국답게 국격에 걸맞는 국가상징 공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박병헌 디지털뉴스 국장

박병헌 기자 bhpark@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