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은 의대 증원 압도적 지지… ‘의사 파업’ 강행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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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1000명 일방증원은 정치적 의도… 무리한 급진정책”
총파업 투표 마무리… 조만간 단체행동 나설지 말지 결정

장혜원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12-18 18:38:00

▲ 17일 오후 서울 동화면세점 인근 세종대로에서 대한의사협회 ‘대한민국 의료붕괴 저지를 위한 범의료계대책특별위원회’ 주최로 열린 전국의사총궐기대회에서 집회 참여자들이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남충수 기자 ©스카이데일리

정부 주도 의과대학 정원 확대 추진에 반대하는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정부의 의대 정원 1000명 증원은 '정치적 의도'가 다분하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반면 국민 여론은 압도적으로 의대 증원을 지지하고 있어 의사들의 대규모 단체행동이 국민 갈등을 심화하는 총파업의 도화선이 될지 의료계 안팎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의협의 대대적인 전국 투쟁에 참여하고 있는 부산시의사회 소속 회원은 18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단계적이며 점증적인 증원을 의정협의체를 통해서 했으면 아무 문제 없었을 것”이라며 “이를 먼저 깨고 정치적 목적하에 1000명이라는 무리한 의대 증원을 먼저 들고 나온 정부에 작금의 실망을 금할 수 없다”고 정부 조처를 강력 성토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회원은 “정치적 목적에 의한 것이 아닌 이상에야 이토록 급진적 의대 정원론을 들고 나온 이유를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할 것”이라고 다시 한번 정치 배경설을 꼬집었다.

경기도의사회 소속 회원도 본지에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를 통해서 국고로 의료 시스템을 관리하면서 적자가 커지고 합리성도 많이 떨어졌다”며 “의대 증원 여부를 떠나 우리 의사들은 의협의 발표로는 정부와 거래하면 안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의료계는 의료시장 자유화를 위해 정부와 독자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결의를 다졌다.

앞서 보건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 주도 의대 정원 확대 추진을 반대하는 의협 소속 의사들은 17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대한민국 의료 붕괴 저지를 위한 제1차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한파 속 진행된 집회에 ‘발가락이 어는 듯한 추위’라는 탄식이 곳곳에서 터졌으나 의협을 바라보는 국민 시선은 시베리아 한파처럼 차갑기만 하다. 그럼에도 윤석열정부를 향한 의협의 규탄 목소리는 꼿꼿했다.

의협의 이날 대규모 도심 집회는 간호법 제정안에 대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촉구하며 거리 집회를 벌였던 5월 이후 7개월여 만이다. 애초 2만 명 참여 예정을 발표한 의협과 달리 이날 집회에는 의협 추산 약 8000명이 참여했다. 경찰 추산 집회 인원은 약 1000명 수준이었다. 의협은 정부의 의대 입학 정원 증원 등 ‘의사 정원 확대’에 반대하며 6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앞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1인 릴레이 시위를 벌인 데 이어, 8일 만인 지난 14일부터 같은 장소에서 10여 명이 돌아가며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필수 의협·범의료계대책특별위원회 회장은 전날 서울 도심에서 열린 대규모 집회에서 “비과학적이고 불공정한 일방적인 의대 정원 확대 추진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필수 의료는 몰락하고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충분한 소통과 협의 없이 강행할 경우 가장 강력한 수단을 쓸 수밖에 없음을 밝힌다”며 총파업도 불사하겠다고 결의했다. 이정근 의협 상근부회장과 광주서구의사회 길광채 회장은 정부에 항의하는 의미로 삭발에 나섰다. 의협은 11일부터 진행한 총파업 찬반 투표를 이날 마무리하고 조만간 집단휴진 등 단체행동에 돌입할지를 결정할 방침이다.

▲ 17일 오후 서울 동화면세점 인근 세종대로에서 대한의사협회 ‘대한민국 의료붕괴 저지를 위한 범의료계대책특별위원회’ 주최로 열린 전국의사총궐기대회에서 의대생들이 의대 정원 증원을 규탄하며 퍼포먼스하고 있다. 남충수 기자 ©스카이데일리

2020년 집단 휴진에 주축으로 참여한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이날 소수 회원만이 단체 깃발을 들고 참가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의협 관계자는 본지에 “최대집 전 회장이 이필수 회장과 손을 잡으면서 주요 동력이었던 의대생들의 지지가 사라졌다”며 “최 전 회장은 ‘의정 협의’ 당시 ‘의과대학 정원 확대, 공공의대 등’이 담긴 합의문을 채택해 의대생으로 구성된 대전협을 의도적으로 무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회장이 판을 잘못 그리고 최 전 회장을 등판시키면서 의대생들의 외면을 자처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최 전 회장이 의료 붕괴 저지를 위한 범의료계대책특별위원회(범대위) 투쟁위원장직을 맡은 이후 계속 잡음이 잇따르는 가운데 걷잡을 수 없이 ‘내홍 사태’로 불길이 번졌다. 결국 강경 태도를 보였던 최 전 회장은 14일 2주 만에 사퇴했다.

한편 국민 10명 중 9명은 정부와 국민 주도의 의대 증원에 찬성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와 향후 의대 증원을 둘러싼 갈등이 증폭될 전망이다. 의협이 이날 공개한 성인 101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93.4%가 ‘필수진료과 의사들이 부족한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고 답했다. 응답자 89.3%는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한다’고 답변했다.

보건의료노조가 지난달 4∼6일 진행한 비슷한 여론조사에서도 의대 증원 찬성률은 82.7%였는데, 1개월여 사이 6.6%p나 증가한 것이다. 증원 규모를 두고는 ‘1000명 이상’이라는 응답이 절반에 가까운 47.4%였다. ‘2000명 이상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28.7%에 달했다. 의협이 총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 중인 것과 관련해 응답자의 85.6%는 ‘의협이 진료 거부 또는 집단 휴업에 나서는 것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다.

장혜원 기자 hyj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