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년에 개봉된 ‘백악관 최후의 날(Olympus has Fallen)’이란 영화가 있다. DMZ(비무장지대)에서 북한의 연이은 도발과 핵무기 실험으로 전 세계적 긴장 상황 속에 위장한 ‘북한 출신 테러리스트들’이 미국 백악관을 기습 공격하여 대통령을 인질로 삼아 점령하고 전쟁지휘소인 지하 벙커에 침입하여 핵미사일 발사하려다가 주인공의 노력으로 실패하는 내용이다.
물론 픽션인 만큼 노련한 대통령 경호원 마이크 배닝(제라드 버틀러)이 이들을 제압하고 미국과 전 세계의 평화를 지켜 낸다는 다소 과장된 스토리다. 그러나 북한의 수위 높은 무력 도발과 핵 개발로 고조되어 가는 한반도의 위기 상황, 중간 선거를 앞둔 불안정한 미국의 정치 상황 등을 고려하면 현실은 영화 속 상황보다 조금도 나아 보이지 않는다.
6일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소속 20명이 ‘용산 대통령실’ 영내로 침입하려다 경찰에 체포되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대통령실은 현 정부 출범과 함께 청와대에서 용산 국방부 건물로 이전했다. 즉 지금 대통령실의 위치는 국방부·합동참모본부와 동일한 공간에 있다는 것인데, 1급 국가보안시설인 이곳을 이적 좌익단체가 침입하려 했다는 사실은 충격이다. 미국이라면 경비 요원들이 바로 사격을 가했을 만한 중차대한 일이기도 하다.
이보다 하루 전인 5일 서해 포격 도발 이래 북한의 김여정은 북한 포격 도발에 대응한 우리 군의 대응 사격을 두고 자신들은 ‘폭약을 터뜨려 한국군의 탐지 능력을 시험하려 했다’는 기만전술을 펼치고 있다. 물론 사실이 아닌 선동을 위한 악의적 언행에 불과하지만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다름 아닌 ‘북한은 우리 정부나 군의 경계와 대응을 주도면밀하게 관찰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루 차이를 두고 발생한 대진연의 행동은 북한의 지령을 받아 대통령실과 국방부의 방어 취약점을 탐색하는 수단으로 활용되었을 충분한 개연성을 가지고 있다.
더욱이 8일과 9일에는 김정은이 군수공장을 방문하여 “대한민국과의 전쟁을 피할 생각이 없으며 모든 수단과 역량을 총동원하여 대한민국을 완전히 초토화해 버릴 것”이라는 강도 높은 협박을 서슴지 않았다. 지금 대한민국은 초유의 안보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1968년 1월21일 김신조를 포함한 북한 특수부대 일당은 북악산을 타고 내려와 청와대를 급습하여 대통령을 살해하려 했었다. 2024년 현재는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과 전쟁을 지휘할 국방부 장관 및 합참의장까지 한 공간에 있다는 점에서 북한의 ‘최대 공격 목표’가 되기에 충분하다. 이미 국방부 주변에도 과거와 달리 고층건물들이 많아졌으며 높은 곳에서 대통령실과 국방부·합참을 내려다보면서 쉽게 공격을 자행할 수 있는 위험에 노출돼 있다.
그러나 9일 서울서부지법(송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은 대진연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송 판사는 “피의자들에 대한 구속의 사유나 구속의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1급 국가보안시설 침입이 일반 가정집 침입과 같은 수준에서 보아야 할 문제인가? 지금 방첩기관은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런데 정작 국가정보기관은 더이상 방첩 업무를 하지 못하게 되었다. 2024년 1월1일부로 국정원의 방첩 업무가 경험은 물론 예산 및 인력조차 부족한 경찰로 완전히 이전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문재인정부의 최대 만행’이다. 이런 와중에 고정간첩을 통해 북한의 지령을 받고 움직였을지도 모르는 이적단체에게 면죄부까지 준 것이다. 또한 더불어민주당은 총선에 대비해 미(美) 문화원 불법 점거 및 방화범인 박선원을 인재라며 영입했다. 박선원은 문재인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기조실장 및 1차장도 역임한 바 있다. ‘대표적 용공사범’이 국가정보기관의 실력자로서 국가정보 업무를 전횡하였으며 이제는 국회의원까지 되려고 한다.
도대체 이 나라가 왜 이 지경이 되었는가? 어디까지 타락하려는 걸까? 이적 좌익단체가 대통령실과 국방부·합참을 침범하고 미 문화원 방화범은 국가정보원의 핵심 요직을 거쳐 국회의원이 될 수도 있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 속에서 과연 이 나라는 어디로 갈 것인가?
2013년 이석기와 지하조직(RO·Revolutionary Organization) 내란 적발 시 그들의 행동강령은 ‘국가 주요시설에 대한 파괴와 테러’가 주된 내용이었다. 56년 전 1.21 사태 이후 정부는 현역 병사의 군 복무기간도 연장하고 향토예비군을 창설하였으며 고등학교에 교련과목을 포함시켰다. 실미도 684부대를 창설하였으며 육군3사관학교를 설립하고 경찰청에 전투경찰대까지 창설하였다. 80여 년간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변함없이 이어지는 북한의 남침 야욕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오직 자신의 잇속만 챙기는 정치인들에게 국가안보를 맡겨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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