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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택칼럼] 이재용 삼성 회장이 ‘승어부(勝於父)’ 하도록 하자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1-15 00:02:40
 
▲ 황종택 주필
먹고사는 문제는 시대를 초월한다. 백성이 배부르고 등이 따뜻해야 함을 뜻한다. 후한 말기의 사상가 왕부는 저서 잠부론(潛夫論)’에서 나라를 다스리는 일은 백성을 부유하게 하는 것을 근본으로 삼아야 한다(爲國者 以富民爲本)”고 명쾌하게 정의한 바 있다.
 
그렇다. 민생이 도탄에 빠지면 공동체는 존립을 위한 동력을 잃는다. 이런 사회에선 국가 발전의 에너지가 상실되기 마련이다. 정부가 민생 최우선 챙기기에 나서야 하는 당위의 근거가 여기에 있다.
 
작금 한국 경제가 위기다. ·소상공인들은 물론 중견기업과 일부 대기업까지 경제불황에 힘들어 하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이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위한 여건 조성에 힘쓸 때다. 기업인들이 신명나게 일함으로써 일자리 창출과 국부(國富)를 쌓게 해 기업보국(企業輔國)’을 실천케 해야 한다. 예컨대 기업인 대상 재판의 경우 범법의 성격을 명확히 가려 공익을 해하지 않았다면 기업인의 사기를 꺾는 판결은 경계해야 한다.
 
물론 어느 성격의 재판이든 공정성·합법성이 생명이다. 사법정의 구현의 기본이다. 선입견이나 정치적 편향성 등이 개입되거나 그 영향을 받는 재판은 사회정의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이런 측면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관련 삼성물산 부당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사건 재판은 법치의 바로미터로 작용하는 풍향계라고 할 수 있다.
 
간과해선 안 될 게 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기업인의 정상적인 경영적 판단을 정죄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다. 1심 결심공판이 열린 작년 1117일로 돌아가 보자.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 심리로 열린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이 회장과 주요 삼성 경영진이 공모해 삼성 경영권을 이 회장에게 승계하기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부당하게 합병하고, 이 과정에 회계 부정도 있었다며 이 회장에게 징역 5년에 벌금 5억 원을 구형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은 정상적인 경영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게 기업인들의 지배적 의견임을 볼 때 검찰의 구형은 무리라고 하겠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있었던 2015년 상황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삼성물산의 삼성전자 지분을 내놓으라는 엘리엇매니지먼트의 거친 기습이 쓰나미처럼 몰아칠 때다. 이런 상황에서 어느 기업인이 이를 수수방관하겠는가.
 
지난 일이지만 이 회장의 국정농단사건 연루 혐의도 궤를 같이하고 있다. 솔직히 살아 있는 권력의 청탁을 거절할 수 있는 기업인이 누가 있겠는가. 자발적이 아니라 권력의 요청에 응했을 뿐으로 수동적인 면이 강해 어떤 기업인이라도 그 상황에서 외면할 수 없는 사안이었을 것임이 불문가지일 터이다. 우리 사회의 단면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전 세계에 걸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지정학적 리스크가 발생하고 있고, 우리나라는 그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도 광범위하게 재편되고 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이러한 일들은 사전에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게 아니기에 기업인들이 피가 마르는 심정으로 상황을 판단하고 대비하는 건 인지상정이다.
 
더욱이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는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의 수사중단 의견을 무시하고 이 회장을 기소한 바 있다. 검찰이 법조계·학계·언론계 등 각계 전문가 위원들로 구성한 대검 수사심의위원회의 결정을 배척한 것은 검찰의 자가당착이 아닐 수 없다.
 
후유증이 크고 깊다. 무리한 기소와 장기간의 재판으로 국민경제에는 주름살만 늘었다. 국민은 이 회장을 비롯한 삼성 관계자 10명에 대한 기소와 재판은 기소된 개인에 대한 재판이 아니라 삼성을 기소하고 재판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 검찰의 무리한 기소로 인한 장기간의 재판은 고물가·고환율·고금리라는 3() 복합위기에 시달리는 국민에게 큰 부담을 안겨 주었다. 삼성전자에 오너 리스크라는 가장 큰 악재를 던져 준 건 말할 필요조차 없다.
 
삼성은 세계 굴지의 기업이다.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우리도 이 정도 글로벌 기업을 갖고 있다는 자긍심을 한국인에게 심어 주고 있다. 그렇다면 국민 기업 삼성의 경제활동 발목을 잡고 있는 사법적 리스크를 해소시킬 때다. 이 회장 등 경영진이 경영에만 전념토록 해야 한다. 이병철 회장이 창업하고, 이건희 선대회장이 글로벌 기업으로 키운 삼성을 이재용 회장이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시키는 승어부(勝於父·아버지를 뛰어넘음)’를 하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 국민은 사법부가 오는 26일 대한민국 경제에 청신호를 주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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