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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사 아님 주의!” 김영목 초대전 ‘캔버스 위에 그려진 철사’
차가운 철사처럼 보이는 따뜻한 회화
16~28일 새문안로 ‘갤러리 내일’서
임유이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2-19 09:30:45
 
▲ 김영목 작가가 신작인 ‘세유백락연후유천리마’(2024)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임유이 기자
 
철사를 구부리거나 꼬아 하나의 형상을 만들어 낸 것처럼 보이지만 이것은 철사가 아니다.
 
16~28일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갤러리 내일에서 김영목 작가의 초대전 캔버스 위에 그려진 철사’가 열린.
 
김영목 작가는 철사를 그리되 조형작품처럼 보이도록 정교하게 철사의 이미지를 잡아낸다. 녹슨 철사가 하염없이 물결치며 형상을 만들어 나가는 모습은 철사 이상이며 그림 이상이다. 그는 어떻게 철사를 그림 속에서 구부릴 생각을 했을까?
 
엉켜버린 생각을 안은 채 하염없이 길을 걸을 때였다. 얼마나 지나왔을까, 멈춰 선 곳에 인연처럼 그것이 있었다. 그것은 담벼락에 걸쳐진 휘어진 철사였다. 아니 휘어진 선 사이로 투영된 사람의 형상이었다.”
 
깨진 항아리를 동여맸거나 짚단을 묶었을, 무언가를 단단하게 고정시키는 데 쓰였을 철사에서, 쓰임이 다한 철사에서 김영목은 새로운 존재를 발견한다.
 
그것은 마음이 얽힌 연인이고, 핏줄로 얽힌 아버지와 아들이며, 향기에 갇힌 소년과 소녀다. 잠의 끈에 단단히 포박된 여신이기도 하고, 음악의 선율에 갇힌 예술가였다.
 
▲ 보고싶어! 보고싶어?/ 김영목, 각 60x29.5cm, 캔버스에 아크릴 채색, 2024
 
그래서 그것은 금속이어서는 안 되었다. 철사처럼 유연하되 속절 없이 구부러져선 곤란했다. 철사처럼 강하되 차가움이 소거된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래서 찾아낸 게 철사 그림이었다.
 
차가운 금속성의 철사가 평면의 화폭을 누비며 따뜻한 풍경을 만들어 내는 모습에 관람객은 단순한 회화 이상의 감동을 느낀다.
 
작가는 차가운 철사의 배경으로 다양한 매체를 사용한다. 알루미늄에 돌가루를 뿌리기도 하고 먹을 품은 화선지를 사용하기도 한다. 이들 부재료는 선이 지닌 단조로움을 상쇄시키는 동시에 선의 특징을 부각시킨다.
 
그는 독창적이되 난해하지 않고, 단순하되 지루하지 않다. 작가는 자신의 경험에서 추출한 이미지와 잔상을 토대로 철사를 구부린 후 매우 창조적이고 시적인 제목을 붙임으로 작품을 완성한다.
 
▲ 소소하지만 행복했던 기억/ 김영목, 117x80cm, 캔버스에 아크릴 채색, 2024
 
그가 관람객에게 소박한 바람을 전한다.
 
나의 그림을 보고 과거를 소환해 회상에 젖거나 미래를 그리며 작품을 천천히 감상했으면 좋겠다.”
 
철사 그림을 그리면서 오해도 많이 받았다. 해외 아트페어에 작품 포트폴리오를 보내면 처음에는 조형 작품인 줄 알고 난색을 표했다. 조형물은 운반과 보관에 따른 수고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그림이 너무나 사실적이어서 발생한 해프닝이었다. 
 
이처럼 뜻하지 않은 일도 발생하지만 그는 철사 화가라는 별명을 사랑한다. 철사보다 그의 내면을 잘 표현해 줄 수 있는 대상은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나와 타인을 엮고, 안과 밖을 묶고, 위아래를 연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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