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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뿌리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우리나라 지방자치는 1991년 지방의회, 1995년 단체장 선거가 부활해 각각 34년, 30년이 지났다. 사실 민선 초기 주민들의 높은 기대와 달리 빈약한 제도, 열악하기 그지없는 재정 여건 등으로 ‘2할 자치’라는 자조와 비판을 감수해야 했다. 그렇지만 우리의 지방자치는 다수 단체장들의 위민행정 실천과 함께 지방의원들이 입법 활동·예산 심의·행정사무 감사 등에 힘써 ‘동네 일꾼’으로서 위상을 높여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 민선 자치가 주민들의 불신을 적잖게 받고 있는데, 그것은 제도와 시스템 문제보다 일부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의 잘못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부패와 비리, 진영논리, 합리성 결여된 정책 추진 같은 단어가 민선 지방자치에 덧씌워진 오명으로 여전히 제기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이런 사례다. 요즘 일부 지자체는 주민들에게 ‘현금성’ 재정을 뿌리겠다고 한다. 충북 괴산군의회는 19일 2026년도 본예산안을 의결했다. 여기에 괴산군민 약 3만6000명에게 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이 담겼다. 총 사업비는 180억4300만 원 규모다. 지역화폐 괴산사랑카드에 1인당 50만 원의 지원금을 충전해 배분할 계획이라고 한다.
신청 기간은 내년 1월19일부터 2월27일까지이며, 사용기한은 내년 5월31일까지다. 괴산군은 물가 상승과 고용 불안 등으로 군민 체감 경기 회복이 좀처럼 이뤄지지 않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어려움도 계속되는 만큼 즉시 사용 가능한 지원금을 통해 지역 경제의 위축을 막겠다는 방침이다.
다른 지자체도 앞다퉈 현금성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충북에서는 괴산군 외에도 영동군·보은군이 1인당 50만 원, 단양군이 1인당 20만 원의 민생안정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경기 파주시는 내년 설 전후 ‘기본생활안정지원금’을 시민 1인당 10만 원씩 지역화폐인 파주페이로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전남 순천시도 전 시민에게 20만 원의 민생회복 지원금을 추가 지급하기로 했다.
해당 시·군은 실제 지역 매출 증대에 도움이 된다며 통계를 들먹이고 있다. 하지만 재정 건전성이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크다. 재정자립도가 10%에도 못 미치는 군 단위에서 수백억 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하면 재정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실제 괴산군의 재정자립도는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최하위 수준이다. 2024년 결산 기준 9.17%, 2025년 본예산 기준 10.65%에 불과하다. 영동군은 18%, 보은군은 15%에 그친다. 이런 실정이기에 자체 예산으로 민생지원금을 추가 지급하는 기초자치단체들에게 그 효과에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자체 재정자립도는 1990년대에 60%대를 유지하던 전국 평균 순계 규모 재정자립도가 지속적으로 떨어져 2025년도 상반기 기준 48.6%다. 행정 단계별 재정자립도를 살펴보면 특별시·광역시는 56.7%, 도 36.6%, 시 31.6%, 군 17.7%, 자치구 27.4%로 지자체 간 불균형을 이루고 있다.
또한 재정자립도가 낮아 지방세 수입으로 기본적인 인건비조차 지급하기 어려운 지자체는 광역·기초 지자체 243곳 중 104곳으로 집계됐다. 인건비 미해결 지자체는 시 16곳, 군 68곳이다. 농어촌 기본소득은 국비·도비·군비로 분담하지만, 각 지자체의 민생지원금은 전액 지방비로 충당해야 한다. 해당 지자체의 살림살이가 거덜 날 판국에 내년 지방선거 앞두고 생색내기 포퓰리즘일 뿐이다.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의 자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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