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효 사상이 희미해져 가는 가운데 효를 주제로 다룬 드라마가 지상파 방송 1위를 차지했다.
10일 KBS2 주말드라마 ‘효심이네 각자도생’(극본 조정선·연출 김형일) 49회가 종영을 일주일 남겨 두고 가구시청률 19.9%(닐슨코리아)를 기록했다.
주말드라마는 전통적으로 시청률 30%는 넘기는 게 관행이지만 ‘효심이네’는 줄곧 10%대라는 다소 부진한 성적을 유지하면서 이따금씩 20%대로 올라서곤 했다. 하지만 OTT·유튜브 등 볼거리가 무궁무진한 업계 현실 속에서 시청률 두 자릿수를 지킨 게 어디냐는 평가도 있다.
과거에 효도는 사회적으로 강제되던 미덕이었다. 부모님 말씀에는 무조건 순종해야 하고 수시로 안부를 여쭈어야 하는 것은 물론 자식이 부모를 모셔야 한다는 묵계가 있었다. 기존의 주말 드라마 역시 효도하는 자식이 복 받고 잘되는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다.
‘효심이네 각자도생’은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가족을 어떻게 하면 더 현명하게 사랑할 수 있을지 각자도생이라는 반어법을 빌려 이야기한다.
주인공 효심(유이)은 △남편의 부재로 인한 경제적 궁핍과 남편에 대한 원망을 ‘내 맘 알아주는 딸’을 통해 해결하려고 하는 엄마 △여동생의 희생에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지만 자기 가정 꾸리기에 급급한 큰오빠 △평생 이기적으로만 살아온 작은오빠 △가족이고 뭐고 인생 한 방을 노리는 철없는 막냇동생이라는 열악하기 그지없는 환경에 둘러싸여 있다.
드라마는 자칫 가족이라는 이름에 삶을 저당 잡힐 뻔했던 효심이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찾아 떠나는 것으로 전통적인 효의 관념을 뒤집는다. 눈 밝은 이는 이 드라마에서 프란츠 카프카의 중편소설 ‘변신’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어느 날 아침 그레고르 잠자는 자신이 거대한 벌레로 변해버린 것을 알게 된다. 그는 부모와 동생을 먹여 살리던 가장이었다. 가장이 벌레로 변하면서 가족들은 할 수 없이 각자도생에 나서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자신의 특기를 찾아 나름 성실한 생활인이 된다는 것이다. 한편 누구의 보살핌도 받지 못한 잠자는 쓸쓸한 최후를 맞게 된다.
‘변신’의 교훈은 혼자 희생해 봐야 아무 소용 없다는 것이다. 온 가족이 행복하려면 가족 구성원이 자신의 삶을 살아야 한다.
어디 부모 사이만 그런가. 연인이나 친구도 독립적인 개인이 만나야 관계가 굳건히 유지될 수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지켜야 하는 최소한의 의무와 도리가 있는 것이다. ‘효심이네’는 바로 이 지점을 포착한다.
드라마는 가정과 사회에서 점점 쓸모없어지고 귀찮은 존재가 되어 가는 노인의 삶에 대해서도 분량을 할애하고 있다. 이 시대 할머니들의 코믹한 ‘인생 자립 도전기’를 통해 우리 시대의 노인 문제와 새로운 가족의 확장성에 대해서 고민한다.
한편 이 드라마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강진범 역으로 출연하던 배우 노영국이 10회분까지 촬영을 마친 상태에서 심장마비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제작진은 재촬영 없이 배우 김규철이 그의 공백을 메우도록 했다.
또한 이 드라마는 50회 예정으로 제작에 들어갔으나 1회 연장되어 17일 종영하게 되었다. 이에 후속작인 ‘미녀와 순정남’은 23일부터 전파를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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