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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문화, 식생활, 관습 등을 영화로 제작해 미국에 알리고 있는 강영만 감독은 한국의 모습을 알리는데 큰 역할을 담당했다. 그는 겨우 8세 때 TV에서 처음으로 ‘로보트 태권V’를 본 후 영화인의 길을 가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한다. 그는 성인이 된 후 세계영화시장의 메카인 미국행 비행기에 무작정 몸을 실어 할리우드 영화감독을 꿈꾸었다. 강 감독의 대표작으로 뽑을 수 있는 작품은 ‘솝걸’ 이란 영화다.이는 미국 극장에 개봉돼 현지에서 가장많이 알려졌다. 또 ‘김치 워리어’란 애니메이션이다. 이 작품은 5분짜리 연작 플래시 애니메이션인데, 김치를 소재로 해서 미국 아이들의 눈높이로 제작된 것이 특징이다. 옹기로 만들어진 로봇의 주인공은 김치의 효능을 이용해 말라리아, 광우병 등을 물리치고 지구를 구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김치 워리어는 2011년 인터넷(유튜브)에 소개 된 후 미국식장에 급속히 알려졌고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이 작품은 15편의 연작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면서 우리나라 김치의 효능이 미국시장에 크게 알려지는 기폭제가 됐다. 이를 통해 김치의 우수성을 미국인들이 알게 돼 김치의 세계화를 위한 좋은 초석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김치의 가치를 떨어트렸다’는 등의 일부 네티즌 질타로 강 감독은 한동안 마음고생을 하기도 했다. 또 다른 작품인 ‘아이티 거리의 아이들’은 12년에 걸려 마무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장시간에 걸친 힘겨운 제작과정을 거쳤다. 감 감독은 현지에서 죽을 고비까지 넘기는 등 제작기간 내내 힘든 시간을 보냈었다고 한다. 스카이데일리가 엠투컬쳐(대표 김현택) 소속의 강영만 감독을 만나 그의 영화인생을 들어보면서 그만의 영화세계를 들어가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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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영만 감독은 혈혈단신 미국 할리우드에 진출해 우리나라의 다양한 문화와 관습 등을 소재한 영화를 만들었다. 영화계에서 그는 국위 선양에 한 몫 한 감독으로 손꼽히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시골에서 태어나 미국 할리우드 입성까지에는 결코 녹록치 않았습니다. 당시 미국을 가기 위해 비행기 값만 들고 무작정 한국을 떠났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 무모했던 것 같네요”
1966년 충남 서산에서 태어난 강영만 감독은 20년 이상을 미국에서 생활하며 우리나라의 다양한 문화와 희로애락을 담은 영화를 제작했다. 그는 유년 시절 동네 이장댁에 있었던 흑백 텔레비전을 통해 만화영화 ‘로보트 태권V’에 매료됐다. 만화영화에 푹 빠졌던 그는 어린 나이였지만 이후 영화인이 되기로 다짐했다고 한다.
“영화가 무엇인지도 몰랐던 시골아이가 움직이는 그림을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당시 초등학교 입학하는 8살이었는데 만화를 보고 집으로 돌아와 기억나는 것을 그림으로 그렸었죠. 그림을 배운 적인 없었던 저는 그림에 대한 재능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미국으로 떠나 영화감독 되기 위해 고군분투
강 감독은 미술에 관심이 있었지만 디자인을 전공하기로 했다. 하지만 목표로 한 홍익대 입학에 낙방했고 재수를 택했다. 그는 유명한 입시학원에서 청소를 하면서 학원장학생으로 일을 하며 공부를 병행했다. 우여곡절 끝에 홍익대 86학번으로 시각디자인과에 입학했고 이후 영화 제작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1993년 대학을 졸업하고 고3학생 입시지도를 하면서 돈을 모았습니다. 이어 영화는 무조건 미국이라는 생각을 했고 지인의 추천으로 미국의 더 뉴 스쿨(The New School)에 들어가게 됐죠. 더 뉴 스쿨은 자율적인 분위기 속에서 실습 위주의 영화제작 교육이 진행됐습니다. 또 운 좋게 장학금도 받으며 생활했습니다”
▲ 미국으로 떠난 강영만 감독이 학교 과제로 단편영화를 촬영하고 있다. <사진=엠투컬쳐>
그는 이곳에서 체계적인 영화 제작을 배웠고 틈틈이 광고를 제작하기도 했다. 하지만 졸업 후 이력서를 들고 영화사를 떠돌았지만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고 한다. 강 감독은 열정과 젊음을 무기로 계속 도전한 끝에 작은 영화사에 들어갔고, 본격적인 영화 일을 시작했다. 그의 첫 영화는 샌페드로(San Padro) 부둣가에서 찍은 액션영화 ‘페이퍼 불렛(Paper bullet)’라는 작품이다.
“첫 단추를 잘 끼웠습니다. 제 작품을 본 영화 관계자들이 저를 좋게 봐 주면서 조금씩 일거리들이 생겼습니다. 영화 제작 전부터 스토리 보드 작업과 애니메이션 작업을 미국인들과 함께 작업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감이 생겼죠”
이어 2000년 9월 영화 ‘큐피트의 실수’란 작품을 만들었다. 이 작품은 미국 스크린에 개봉을 했다. 그의 공식적인 데뷔작인 셈이다.
“‘큐피트의 실수’는 많은 극장에서 개봉을 하지 않았지만 제가 감독을 맡은 이후 첫 극장개봉작이라 애착이 갑니다. 당시 980달러라는 저가의 제작비로 개봉해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이후 ‘에미상 아시안 어워드’ 후보에도 올랐고 미국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죠”
▲ 강영만 감독은 미국에서 불과 980달러로 영화를 제작해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사진은 기네스월드 레코드 인증서와 강영만 감독 <사진=엠투컬쳐>
“당시 돈 없이 찍다보니 출연하는 배우를 최소화 했고 게릴라 로케이션 촬영을 하게 됐죠. 이 작품은 로맨틱 코미디로 뉴욕 관객들에게 꽤나 웃게 만들었습니다”
강 감독은 조금씩 연출실력을 인정받으며 작품 수를 늘려나갔다. 그는 ‘죽음의 다섯 손가락(Secret of the Five Fingers)’, ‘비누 아가씨(Soap Girl)’, ‘언틸 더 나잇(Until the Night)’, ‘라스트 이브(The Last Eve)’, ‘아이티 거리 어린이들(Haitian Street Kids Revisited)’, ‘김치워리어(Kimchi Warrior)’ 등의 영화를 감독하거나 제작했다.
특히 ‘비누 아가씨’는 2002년도 ‘빅 베어 레이크 국제영화제’에서 ‘베스트 필름 관객상’을 차지했다. 이 작품은 할리우드 마시지 걸로 일하는 재미교포 여성이 숫총각 시인과 사랑에 빠지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내용의 훈훈한 로맨스 영화이다.
“제가 감독한 영화가 모두 개봉되지는 않았습니다. 몇몇 작품만 개봉이 됐고 나머지 영화들은 미국내에서 DVD와 VOD로 발매돼 독일·일본·인도·러시아 등 15개국에 판매됐었죠. 또 ‘라스트 이브’는 2005년 ‘뉴욕 국제 독립영화제’에서 ‘베스트 액션 영화상’을 수상했습니다. 영화로 받은 상은 모두 11번 정도 되네요”
생사 넘나들며 12년 걸쳐 ‘아이티 거리의 아이들’ 만들어
▲ 강 감독이 지진이 일어난 아이티를 찾아 아이들을 바라보며 용기를 북돋아 주고 있다. <사진=엠투컬쳐>
강 감독은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아이티 거리의 아이들’을 꼽았다. 이 작품은 2001년부터 약 12년 동안 아이티 현지에서 촬영했다. 제작기간 내내 그는 충격 속에 비극적 재난을 직접 접했고 그 자신도 온갖 사건과 죽을 고비를 몇 번 넘기기도 했다.
“2001년 제작의뢰를 받고 프로듀서, 비영리 단체 관계자들과 아이티에서 촬영하게 됐습니다. 출발전 휴양지로 가는 마음으로 설레기도 했지만 현지에 도착하니 저의 기대가 잘못됐음을 여실히 깨달았습니다”
아이티의 아이들은 빈곤으로 고통 받고 있었다. 부모에게 버림받고 굶어죽는 아이들이 많았다. 또 말라리아, 결핵, 피부병 등 각종 질병으로 목숨을 잃은 아이들이 널려 있었다. ‘아이티 거리의 아이들’은 2001년 고아원에서 만났던 11~12살 소년·소녀들의 성장과정을 담은 장편 다큐멘터리다. 그는 12년 동안 아이티를 6번 방문하면서 아이들의 현실을 카메라에 담았다.
“아사한 아이들의 시체가 거리에 방치된 채 썩어가는 현장을 보면서 아이티의 현실을 담고자 노력했습니다. 이 다큐멘터리가 전 세계에 방영돼 후원과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를 바랐습니다. 아이티의 국민들에게 조금이나마 희망이 되고자 했었죠. 하지만 저 역시 현지에서 피부병에 걸려 밤낮을 앓았습니다. 잘 먹지도 못해 영양실조에 걸렸고 스텝들도 숱한 고생을 했습니다”
▲ 아이티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강 감독의 모습. <사진=엠투컬쳐>
“2009년 12월 마지막 촬영을 마치고 미국에 돌아와 편집을 하고 있는데, 이듬해인 2010년 1월 14일 아이티 지진이 일어났습니다. 조금만 더 지체했다면 저 역시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는 상황이었습니다. 저는 지진 발생 일주일 후 다시 현지를 방문했는데 제가 알고 있었던 소년 한명이 지진으로 죽었습니다. 몇 명은 부상을 당하고 또 행방불명이 돼 가슴이 정말 아팠습니다”
강 감독에 따르면 당시 현장은 실로 잔혹 했다고 한다. 음식 때문에 싸우다 깨어진 병 조각으로 입안이 찔려 침을 못 삼키는 아이도 있었고 폭도들을 진압하려던 경찰들의 오발로 어린아이가 희생되기도 했다. 이 상황에서 정부는 더 부패됐고 보안과 치안의 부재로 무법천지가 됐다.
“저 역시 생명의 위협을 받는 상태였습니다. 고아원과 아이티는 지진으로 폐허가 됐지만 아이들은 웃음을 잃지 않았습니다. 이 같은 아이들을 보면서 저 역시 마음을 굳게 먹었고 촬영이 아닌 봉사활동을 이어갔었죠”
다시 미국으로 건너간 강 감독은 12년의 작업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 작품으로 저는 절망이 아닌 희망을 보여주었습니다. 저 역시 최종 편집본을 보면서 뿌듯한 감동을 받았고 미국에서 좋은 반응을 얻게 됐죠”
지진이 일어난 이후 전 세계에서 구호활동이 이어졌고 고아원도 재건을 하는 등 어린이들은 다시 희망을 찾을 수 있었다. 강 감독의 작품을 본 많은 시청자들이 구호의 손길을 보내주었다.
“김치 워리어로 한국식생활 전파했죠”
▲ 김치워리어 포스터. <사진=엠투컬쳐>
2009년 ‘아이티 거리의 아이들’이 좋은 반응을 얻었고 2010년에는 ‘김치 워리어’란 작품으로 또 큰 인기를 얻었다.
“한국을 떠나 미국에서 20년을 살았습니다. 저는 한국의 문화를 알릴 수 있는 소재로 영화를 제작하고 싶었고 색깔이 뚜렷한 감독이 되고자 했었죠. 저는 ‘김치 워리어’를 하면서 한국의 김치를 미국에 알리고자 했습니다. 미국 어린이를 겨냥해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게 된 것입니다”
이 작품 역시 ‘아이티 거리의 아이들’ 이상으로 미국시장에서 각광을 받았다. 특히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미국 어린이 콘텐츠 전문회사인 배터리팝과 콘텐츠 계약도 맺었다. 애니메이션 전문 잡지 ‘Kid Screen’ 등 여러 언론에서 호평을 받았다.
그런데 고국에 돌아온 그는 환영이 아니라 국내 네티즌들의 비판을 들어야 했다. 발단은 2000년 묵은 김치 냄새로 적을 물리치는 내용이 외국인에게는 김치에 대한 나쁜 인상을 심어준다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미국과 전혀 상반된 반응을 보였습니다. 네티즌들은 ‘한국의 김치가 미국에 역효과를 일으켰다’, 혹은 ‘김치의 가치를 떨어트렸다’ 등 비난의 글을 보냈습니다. 오랫동안 외국에서 살았기 때문에 한국의 정서를 잘 몰랐었던 것 같습니다. 다양한 댓글을 접하면서 네티즌들의 반응을 살폈고, 제가 몰랐던 한국의 정서를 이해하게 됐습니다”
▲ 김치 워리어는 미국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한국에서는 일부 네티즌의 비판을 받아 강 감독은 한동안 마음고생을 겪어야 했다. 하지만 그의 작품이 미국인들에게 우리의 김치를 알리는 전향적인 계기가 됐다는 평가들이 많았다. ⓒ스카이데일리
강 감독은 미국에서 한국인의 저력을 보여줬다. 아울러 액션과 멜로,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장르의 감독으로서 미국영화 시장 내 그의 입지를 넓혔다.
“최근 수준 높은 국내영화들이 미국에서 상영됨에 따라 한국영화가 많이 발전됐음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중입니다. 현재 한중 합작 프로젝트인 ‘만찬’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한국인의 정서를 담은 작품을 미국에 알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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