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용의 바른 보험] 간병인 사용 일당과 모럴 해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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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점이 큰 만큼 언젠가 도덕적해이 문제 수면 위로 나올 수 있어

김덕용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5-21 06:31:00

실손보험이 출시 되기 전에는 입원 치료 시 입원 일당이라 일컫는 특약에서 하루 기준 정해진 금액을 보통 최대 120일까지 보상받을 수 있는 보장이 필수 아닌 필수로 여겨졌다. 그래서 여러 보험 상품에 가입해 하루에 최대 몇 십만 원대의 보상을 받는 경우도 드물지 않았다고 한다.

실제로 필자가 장교로 군에 복무할 당시 군 병원에서 치료받은 경험이 있는데 한 간부가 일부러 입원 치료를 선택하고 입원비 특약으로 하루 27만 원가량을 수령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이러한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 문제가 원인이 됐을 것이다. 업계 가입 한도를 두게 됐고 현재는 하루 최대 보통 7만 원의 상한선을 두고 있다. 그런데 이와 유사한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업계에서 우려하고 있는 보장이 있다. 바로 간병인 사용 일당 특약이라는 보장이다. 많은 회사들이 판매하고 있지만 왜 그럴 수밖에 없다고 우려하는지, 가입자 입장에서 유념해야 할 것은 없는지 살펴보자.

먼저 간병인 사용 일당이라는 보장은 말 그대로 간병인을 사용했을 때 정해진 금액을 지급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보험 특약이다. 최초 간병인을 고용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보험사에서 간병인을 지원하는 보장과는 달리 발생하는 비용에 대해 일당 형식으로 지급하는 보장인 것이다. 물론 간병인을 써야만 보장을 받을 수 있다.

충분히 소비자에게 니즈를 환기시킬 수 있고 저렴하지 않은 간병 비용에 대한 리스크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장점을 부정할 수 없는 보장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 보장에 대해 업계가 우려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무분별한 간병인 사용에 대한 부분이 될 것이다. 도덕적해이가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간병인 사용 일당에 가입돼 있기에 어떻게 해서든 간병인을 고용하려 하는 등의 문제가 충분히 발생할 수 있고 비용에 대한 부분에서도 정액이 지급되는 경우 실제 지급 금액보다 더 많은 보장금액이 지급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차액에 대한 편취 문제도 상상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물증은 없을 것이다. 심증만 있을 뿐이다. 하지만 도덕적해이 문제 자체가 그렇다. 있는 그대로 해석한다면 양심의 문제 아닌가. 분명히 보장받으려고 가입한 것은 맞지만 보장받아야 하는 상황을 일부러 만든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업계에서 우려하는 것이고 일부 회사들은 주요 보험사 간 경쟁에서 한발 물러나 구색만 맞추면서 보장 판매 흉내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추후 이러한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날 경우 소비자가 받을 수 있는 피해는 없을까. 지금 당장은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하지만 일단 가입하고자 하는 상품 또는 가입한 상품의 약관 내용이 모두 상이할 수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보장받을 수 있는 조건을 꼼꼼히 체크해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단순히 간병인만 쓰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정식 자격증을 갖춘 간병인을 고용해야만 보장을 해 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또 의사가 이 부분에 대해서 인가를 해 줘야 하는 조건인지도 체크해 봐야 할 것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추론이지만 보험사는 문제가 된다고 여겨지면 간병인 고용에 대한 적합성 여부를 가지고도 충분히 논란거리를 만들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정말 간병인이 필요한 경우라면 절대 우려할 일은 없을 것이다. 다만 대부분의 화이트 컨슈머들이 몇몇의 블랙 컨슈머들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경우가 지금도 보상 현장에선 비일비재하기에 하는 말이다.

판매를 시작한 지 이제 고작 몇 개월이다. 아직 제2의 입원 일당이 될 수 있다고 장담하기 이른 건 사실이다. 단순 기우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언젠가 도덕적 문제가 제기될 소지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보험회사 입장에서 일단 실적을 먼저 내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자기 발등을 찍고 착한 보험 소비자들의 원성을 듣는 일은 없어야겠고,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의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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