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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공통의 문어였던 고전중국어(한문)에서 ‘자유(自由)’란 ‘제멋대로’를 뜻하는 부사였다. 서구 근대 정치‧사회 사상의 주요 개념인 ‘프리덤(freedom)’ ‘리버티(liberty)’가 19세기 일본에서 ‘스스로 자(自)‧말미암을 유(由)’의 조합으로 번역됐고, 근대어로 거듭난 ‘자유(自由)’는 20세기 초 유학생들을 통해 한국어·중국어에 들어왔다.
자유(自由)를 현재의 의미로 처음 사용한 사람은 후쿠자와 유키치였다. 탈아입구(脫亞入歐)를 주창한 사상가, 일본 화폐 최고 액면가 1만 엔권의 인물이다. 그가 리버티‧프리덤을 ‘스스로 까닭을 이루다’(自らをもって由となす)로 풀이한 것이다. ‘스스로 됨(自)’이 이뤄져야 비로소 ‘행동의 이유(由)’가 생긴다는 해석이 더해져 차차 서구어 어원보다 심오한 뜻을 지니게 됐다. 19세기 후반 이래 일본의 독서 시장에서 번역어로 자주(自主)‧불기(不羈)‧자재(自在) 등과 경합한 끝에 ‘자유(自由)’가 최종 승리했다.
리버티와 프리덤 차이를 자세히 논하자면 너무 길어지니 일단 ‘~으로부터의 자유’ ‘~할 자유’로 거칠게 구분해 두자. 근대법에선 리버티라는 말이 노예가 아닌 상태이자 업악‧봉쇄를 뚫고 얻어진 권리와 그에 따른 의무까지를 포함한다. ‘자유론’으로 번역된 J.S.밀의 명저 원제도 ‘리버티에 대하여’이며, 또 다른 명사형 ‘리버레이션(해방)’ 역시 리버티의 어원적 이해에 도움이 된다
‘프리’가 공짜‧무료를 뜻하기도 하는 것을 보면 프리덤이란 말에는 ‘행위, 즉 행동할 자유’를 전제한 어감이 내포돼 있다. 프리덤·리버티 모두 사전적 의미는 비슷하고 개념의 형성‧전개 과정에서 겹치기도 하지만 형용사형인 프리(free)와 리버럴(liberal)이 호환되진 않는다.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라는 말을 영어로 ‘Freedom is not free'라고 하지 'Liberty is not liberal’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인류사는 자유가 확장되어 가는 여정이기도 했다. 오늘날 공기·물처럼 당연한 것으로 느끼기 쉬운 ‘자유’, 그러나 막상 그것은 쟁취하기도 유지하기도 쉽지 않은 지고의 가치다. 자유민주공화주의 대한민국 헌법에서 ‘자유’를 삭제하려는 시도가 한반도 인민민주주의자들에겐 불굴의 소망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의무‧책임과 개인의 성숙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자유란 단순한 이기(利己)와 구분된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니’라는 성경 말씀을 절대자와의 교감 속에 온전한 인격체로 거듭날수록 욕망과 올바름 사이 고통의 속박이 줄어든다는 의미로 읽고 싶다. 그것은 공자가 말한 종심(從心), 즉 마음 가는 대로 해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는 경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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